서울경제신문 노조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사외이사 청탁을 한 박시룡 전 서울경제 부사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경제 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박 전 부사장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을 사측에 촉구했다.

서울경제 노조는 “박시룡 전 부사장은 뻔뻔스럽게도 ‘염치불구 사외이사 한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 청탁을 했다”며 “과거 현직에 있을 때 자신의 영달을 위해 얼마나 서울경제 타이틀을 이용했을지 불 보듯 뻔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박 전 부사장은 장 전 사장에게 “별고없으신지요? 염치불구 사외이사 한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에 서울경제 부사장 그만두고 서강대 초빙교수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인사 청탁을 보내 물의를 빚었다.

▲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서울경제 노조는 “박 전 부사장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민간위원을 포함해 사외이사, 비상임이사 등 그만큼 많은 자리를 한 배경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서울경제에 족보가 있다면 파내 버리고 싶을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경제지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경제는 지금껏 질곡의 세월과 갖은 풍파에도 ‘불편부당, 춘추필법, 정정당당’ 정신을 지켜왔다”며 “회사 위신은 추락했고 기자들은 타 매체와 묶여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 심지어 발로 뛰어 만든 콘텐츠에 비아냥거리는 댓글까지 받고 있다. 자괴감과 치욕스러움은 오로지 남아있는 기자들의 몫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제 땅바닥에 처박힌 자존감은 어찌 회복하고, 더럽혀진 이름은 어떻게 닦아내야 하느냐”며 “청탁이나 하는 매체 기자로 묶여 추락한 서울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서울경제라는 조직에 몸담으면서 ‘서울경제’라는 이름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꾀하려는 자에게 경고한다”며 “더 이상 자긍심을 모멸감으로 무너뜨리지 마라. 차제에 기자들도 자성하는 계기로 삼고 경각심을 놓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노조에 따르면, 박 전 부사장은 “회사에서의 지위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퇴직 이후에 보낸 것”, “두세 번 요청한 것이 아니라 한 번 요청했을 뿐이고 이 문자를 통해 사외이사 자리를 받지도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노조 측에 전했으나 결국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황정원 서울경제 노조위원장 겸 한국기자협회 서울경제신문 지회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 전 부사장을 상대로 한 소송과 관련해 아직 회사의 공식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정원 노조위원장은 “성명을 내게 된 까닭은 기자들이 느끼는 부끄러움에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박 전 부사장은 ‘본의 아니게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서울경제 기자들은 이번 사태로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며 “서울경제 기자들은 이번 사태를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부사장은 현재 사회보장정보원 비상임이사(2016년 3월~2018년 3월)로 재직 중이다. 과거 하이닉스 반도체, 한솔인티큐브, 한화손해보험, 재일화재해상보험 등에서 사외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등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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