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언론의 ‘검은 유착’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미디어오늘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재판 내용과 시사인 517호 보도 등을 종합해 언론사 간부들과 삼성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문자 내용을 입수, 7일 오후부터 연속 보도를 하고 있다.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연합뉴스의 이창섭 편집국장도 있어요. 기사 방향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열심이네요. 나중에 아는 척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통화 중에 기사는 못 쓰지만 국민연금 관련 의사결정 관련자들한테 들었는데 돕기로 했다고 하네요.” 

(2015년 7월8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전 삼성증권 사장)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지난 4월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등 5인의 삼성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서 드러난 문자다. 이창섭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은 2015년 당시 연합뉴스 편집국 책임자인 ‘편집국장 직무대행’이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실장은 삼성 측과 “기사 방향을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는 관계였고 삼성에 “진심으로 열심”이었던 인사였다.

연합뉴스는 2015년 7월13일 “전문가들 ‘삼성물산 소액주주, 기회를 발로 찰 이유없다’”라는 제목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우호적인 기사를 냈다. 합병이 최종 결정됐던 7월17일보다 나흘 앞선 시점의 보도였다. 

이와 관련해 이 실장은 “취재 지시나 기사 방향 조정은 편집회의 등 시스템을 통해 결정한 것일 뿐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일을 한 것이 전혀 없다”는 비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이번 사태는 현 경영진 아래에서 공정보도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되고 취재 현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에 이 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이 실장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으나 사측은 지난 6월1일 이 실장을 자회사인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으로 발령냈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회장님 돈을 뜯어내려는 자”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갑니다. 연합뉴스 조복래 드림”

다소 민망한 이 문자는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가 장충기 전 차장에게 보낸 문자다. 시점은 특정되지 않았으나 뉴스타파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보도가 있던 지난해 7월 이후로 보인다.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간다”며 문자를 통해 권력을 비호하고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가 있다”며 관련 의혹을 무마하는 듯한 모습이 국가기간통신사 간부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상무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 전 차장에게 문자를 보낸 시점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장충기 사장과는 학교나 지역 등 어떠한 인연이 없다”며 “내가 경영진일 때 보냈다면 위로하는 차원에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양심을 걸고 말씀드리면 다른 의도나 목적은 없었다”며 “(관계 개선 등을 위해) 가끔씩 ‘잘 지내시냐’는 식으로 (문자를) 보내곤 한다”며 “이와 관련해 일탈적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만약 내가 광고를 달라고 하거나 그랬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명절 때 주요 인사에 문안 인사를 올리곤 하는데 그런 차원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 잘 극복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상무 해명은 문자는 연합뉴스 보도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에 따르면, 연합뉴스의 이 회장 성매매 기사는 ‘삭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4월 검찰이 뉴스타파가 공개한 동영상에 등장한 중국 국적 여성을 성매매 혐의로 기소하면서 성매매 상대방인 이 회장에 대해서는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연합뉴스는 “檢 ‘동영상 속 행위 ‘성매매’ 맞다’ 결론…이건희 기소중지”라는 제하의 단독 기사를 준비했지만 보도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기사는 검찰이 이 회장의 성매매가 실제 있었다는 것을 규명했다는 내용으로 성매매 사실을 확인하는 기사였다. 내부 기자들의 반발로 뒤늦게 보도됐으나 제목과 부제에서 ‘성매매’란 어휘가 빠졌고 실제 행위에 관한 기술은 삭제됐다. 사측은 이에 대해 “식물인간 상태인 이건희 회장 얘기를 다시 꺼내 욕되게 할 필요가 있느냐”,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도 구속돼 삼성이 ‘초상집’인데 굳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야 하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에 따르면, 이 회장 동영상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영문 기사는 한 건도 송고되지 않았다. 이 실장과 조 상무는 언론노조가 지난 6월 발표한 ‘3차 언론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8일 성명을 통해 “국정농단 삼성 재판 과정에서 나온 장충기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면 당신들은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삼성기간통신사’ 소속인 것만 같다”며 “연합뉴스 현장 기자들은 열성을 다해 취재한 이 회장 성매매 동영상 의혹과 관련한 기사가 킬되고 물타기되는 것을 보며 참담함에 빠져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얼굴과 이름에 먹칠을 한 당신들은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연합뉴스 구성원들과 국민에 사과하라”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신들이 모신 박노황 사장과 깨끗하게 동반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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