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언론사·보도 동향을 ‘꼼꼼하게’ 관리해 온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언론사 간부 인사 동향을 신속하게 보고받고 있는가 하면 총수 일가 보도 모니터링도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직급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장 전 사장 휴대전화에서 복구된 ‘언론 동향 정보보고’ 문자메시지가 추가로 공개됐다.

장 전 사장은 언론사 편집국 임원의 인사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조금전 매경(매일경제) 인사가 있었다”로 시작하는 메시지는 “신임편집국장은 산업부장과 국차장으로 세계지식포럼준비 총괄한 서○○이 있습니다. 손●●은 논설실장 겸 편집인으로 힘이 실렸고 박△△은 논설주간 타이틀은 유지하되 심의실장을 맡아 2선으로 일했고 전▲▲도 주월간지담당 출판국장으로 옮겼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총수 일가에 대한 언론보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흔적도 발견됐다. 장 전 사장 휴대전화엔 “모디 총리 예방 관련 보도자료 언론에 배포했다. 현재까지 국내 언론은 인도에 특파원이 있는 연합과 KBS가 보도했다”는 문자메시지가 발견됐다. 지난해 9월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예방한 적이 있다. 당시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보도동향을 순차적으로 관찰한 정황이 담긴 문자내역이다. 이밖에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보도를 모니터링한 문자도 발견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장 전 사장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결과 확인된 언론사 관련 정보보고 문자메시지를 일부 공개했다. 이 중엔 광고·협찬을 요청하는 언론사 간부의 문자메시지도 다수 발견됐다.

특검팀은 “2016년 8월26일 모 언론사 간부가 삼성에서 주는 협찬과 광고비 지급과 관련해 이를 계속적으로 관리하면서, 지급 규모가 줄거나 끊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청탁 문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밖에도 ‘광고 수주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어떻게 하면 (삼성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내용이 담긴 문자’, ‘언론사 간부와 만찬을 했다는 문자’, ‘사외이사 청탁 문자’, ‘인터넷 댓글을 관리한다는 취지의 문자’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한겨레 신문의 단독보도로 드러난 삼성그룹의 ‘포털 댓글 관리’ 정보보고 문자도 특검팀 포렌식 내역을 통해 확인됐다. 장 전 사장은 2015년 5월15일 최홍섭 전 미전실 상무로부터 “사장님, 조금전까지 댓글 안정적으로 대응했고,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대상 기사들 모두 내려갔습니다” “내일 오전에 전원 다시 나와 체크하겠습니다. 포털 측에도 부탁해 뒀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

장 전 사장은 1일 법정에서 댓글 관리 의혹을 부인했다. 장 전 사장은 ‘미전실 기획 혹은 홍보팀에서 삼성 관련 기사의 포털 댓글 현황을 파악하고 수위를 조절하는 업무를 하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렇지 않다” “파악 지시 내린 사실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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