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다른 재소자들도 저 범털들만큼 지낼 수 있다면…” 서울구치소 수감 경험자들은 근래 언론에 보도된 박근혜씨의 ‘구치소 특혜’는 단순한 특혜라기보다 다른 재소자도 누리면 좋을 권리라 지적했다. 99%의 재소자가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지내는 상황에서 1% 범털(사회경제적 고위층 사범)이 차별적으로 누리는 권한이 ‘재소자의 특혜’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수감 경험자들은 일반 재소자 방이 ‘고시원’이라면 지난 31일 구속된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방은 ‘아파트’라고 말했다. 이들은 박씨는 '온수' 지급량부터 화장실 크기, 구치소 차원의 철저한 관리감독까지 일반 재소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배려를 받을 것이라 지적했다.

최태원도 매트리스는 없었다

박씨는 지난 31일 서울구치소 여자사동에 있는 10.6m²(3.2평) 크기의 독거실을 배정받았다. 일반 독거실(독방)은 6.56m²(1.9평) 또는 5.04㎡(1.5평)인 데 비해 2배 가량 되는 크기다. 여자 독거방은 키가 170cm인 여자 재소자가 다리를 뻗으려면 대각선으로 돌려 누워야 할 정도로 길이와 너비가 충분치 않다.

▲ 지난 3월30일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 3월30일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박씨의 방은 ‘4인실’ 보다 넓다. 서울구치소 혼거실(단체방)엔 8.48㎡ 면적의 4인실과 12.75㎡ 면적의 6인실이 있다. 보통 4인실엔 5~6명이 수감되고 6인실엔 7~8명이 수감돼 대부분이 칼잠을 잘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4인실은 6인실로, 6인실은 8인실로 불린다.

이 방은 주한미군지휘협정(SOFA)를 위반한 주한미군 사범들이 주로 수용됐던 방으로 알려졌다. 샤워시설, 싱크대, 문이 달린 화장실, 매트리스 등 다른 독방에서 볼 수 없는 시설이 구비돼있을 뿐더러 입식 생활에 맞춰진 방이다. 일반 수감방 세면시설은 ‘수도꼭지’가 전부다.

2015년 상반기 동안 같은 1사동에서 수감생활을 한 수감 경험자 A씨는 “이 방이 운동장 출입구 쪽에 있어 운동장 드나들 때 방문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대체로 비어있었다”면서 “한 눈에 봐도 ‘5~6인실보다 크네?’ ‘얘넨 입식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넓고 침대, 싱크대 등 시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2015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1년 동안 서울구치소 남자사동에 수감됐던 B씨는 "여자 사동 구조를 잘 모르지만 구치소는 아마 박씨 독거방 양 옆, 맞은 편 방을 비울 것"이라며 "구치소는 다른 수감자 눈에 띄지 않게 배려해 줄 것"이라 지적했다. 수감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에 일반 재소자들은 벽을 사이에 두고 소통을 하거나 교도관이 다른 재소자에 '특혜'를 주는 지 여부를 감시하고 항의할 수 있다.

여자 1사동 '하'에 위치한 박씨의 방은 다른 방으로부터 격리돼있다. 여자사동은 왼편엔 복도, 오른편엔 수감방으로 양분돼 수감방이 일렬로 정렬돼 있는 구조다. 박씨의 방은 수감방 열이 아닌 복도 건너 편에 설치돼있다. A씨는 "박근혜 방 옆엔 다른 수감방이 있는 게 아니라 창고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A씨는 “아마 박근혜 방 맞은편엔 18호실 정도가 있을 텐데 수감자가 하도 미어터져 소측이 그 방을 비웠을 진 확실하지 않다”면서 “그 방은 다른 방처럼 벽에 창문도 안 나있어서 맞은 편 방이라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트리스’는 다른 범털도 쉽게 지급받지 못한 물품으로 알려졌다. B씨는 “최태원 SK 회장 독거방을 본 적 있는데 매트리스는 없고 다른 독거방 시설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국가보훈처장 등 장차관급 공무원과 일광그룹, 옥시, 솔로몬저축은행 등 대기업 임원 독거방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경우는 혼거실에 수감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설거지 시킨 범털도 있었다… 박근혜, 온수 편하게 쓸 것

‘온수’는 독방 수감자들이 누릴 수 있는 몇 없는 특권이다. 구치소 수도꼭지에선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남자사동에서 1년 6개월 동안 독거·혼거방 수감생활을 해 본 C씨는 “독거방의 가장 큰 특징은 밥시간 마다 약수터 물통에 담아주는 온수다. 그걸 모아 샤워를 할 수 있다”면서 “8명이 쓰는 혼거실엔 1.5리터에 주는데 그걸로 뭘 하겠나. 8명이서 커피나 타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도 “손이 너무 시려우니 식수용 온수를 몰래 모아놨다가 빨래를 하거나 몰래 머리를 감기도 한다”고 말했다. C씨는 “박근혜 경우는 온수가 나오는 방으로 배치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A, B, C씨 모두 범털 대부분이 ‘소지’의 도움을 받고 생활한다고 지적했다. 소지는 배식, 간식·구매물품 전달 등 사동 일을 돕는 ‘사동도우미’ 재소자다. 범털은 소지들에게 간식·물품을 사주거나 영치금 지원을 해주고 소지는 그들의 요구를 잘 도와주는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C씨는 “모 장관급 공무원의 경우 소지에게 설거지를 시킨다는 사실이 (소 내에) 알려지기도 했다”며 “소지가 범털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기도 하고, 범털들 요청이 있으면 잘 들어준다”고 말했다. 소지와 친하면 온수를 더 지급받거나 샤워를 한 번 더 할 수 있는 특혜도 누릴 수 있다. 위 장관급 공무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을 산 인물이다.

▲ 2015년 서울구치소 구매물품 비용표
▲ 2015년 서울구치소 구매물품 비용표

수감 경험자들은 구치소 의식주의 편리함은 ‘돈’에서 나온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구치소가 주는 물품만으로는 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의복, 간식, 이불 등 필수 물건들도 추가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A씨는 “내가 있었던 독거방 장판을 들어보니 물이 차있었어 신문지를 사이에도 집어넣을 정도였다”면서 “방이 충분히 따뜻하면 장판에 습이 잘 리가 없다. 그 정도로 보온은 잘 안된다”고 말했다.

C씨는 “‘차갑지 않을 정도’만 열선을 틀어주니 침낭이나 이불을 다 사야한다”고 말했다. 2015년 기준, 여름이불은 1만9660원, 춘추폴리담요는 2만1730원, 동절기 침낭 및 담요는 각각 4만2430원, 2만4320원이었다.

수의는 개인별로 1벌이 지급된다. 미결수의 경우 개인적으로 2벌까지 살 수 있다. 노란 빛깔의 옷은 구치소에서 주는 수의고 푸른 빛깔은 개인이 구매하는 수의다. 운동화 값은 1만5천~4만원 대 수준이다. 내의, 속옷, 계절별 수의, 실내 반바지, 계절별 티셔츠, 양말, 덧버선 및 보온장갑 등을 하나씩 만 사도 25만1060원이 든다.

구치소는 1440원 단가의 ‘1식3찬’이 매 끼니마다 배식한다. 영치금은 300만 원까지 가상계좌에 입금할 수 있다.

‘503번 박근혜씨’라 불릴 것… 관리자, 은밀한 특혜 제공할 것

언론보도는 박씨가 ‘503번’이라 불릴 것이라 지적했으나 B씨는 “교도관이 번호만 부르는 것은 옛날 일”이라 말했다. B씨는 “아마 ‘503번 박근혜씨’라고 부를 것”이라며 “최태원 회장이나 장관급 공무원의 경우도 교도관은 번호를 부르고 ‘씨’를 붙여서 불렀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구치소에서 접견으로 대부분의 일상을 보낼 것으로 짐작된다. A씨는 “사회지도층 대부분은 거의 변호인 접견실에 있다”면서 “자기 방보다 훨씬 따뜻하고 의자에 앉아있을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집사 변호사가 필요한 것”이라 말했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변호인 접견이 가능하다.

구치소장이 박씨에게 ‘장소변경’이란 명목 하에 보다 나은 접견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A씨는 “여사엔 변호인 접견실이 4개 정도밖에 없어 한 사람이 주야장창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며 “소측이 ‘공범으로부터 격리’, ‘예우적 차원’ 등 여러 이유를 대며 수사실이나 행정동 보관 장소를 접견실로 내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씨에겐 전담 교도관 2~3명이 따로 배치돼 소환조사, 재판 출석, 접견 등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접견을 하지 못하는 주말이나 검찰 소환, 법원 출석 등이 없는 날에는 박씨는 일반 재소자와 같은 일과를 보내게 된다.

구치소 재소자의 하루는 ‘보라미방송’과 함께 흘러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감방엔 TV가 각 1대씩 설치돼있다. 채널은 법무부 교정본부 보라미 방송국이 송출하는 보라미방송 하나 밖에 없다.

보통 기상시간은 오전 6시다. 오전 6시30분 아침 점호에 맞춰 이불을 개는 등 채비를 차린다. B씨의 경험에 따르면 오전 7시부터는 SBS라디오가 흘러나오고 9시부터는 지상파 방송 채널을 주로 보여주는 보라미 방송 채널이 방영된다.

오전 8시 주야간 근무자 교체에 맞춰 오전 8시30분 아침점호가 한 차례 더 진행된다. 이후 본격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오전 재판에 갈 사람은 수갑을 차고 오전 9시 운동장 쪽에 모여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서초동으로 출발한다.

오후 3시 즈음엔 등기우편, 인터넷서신 등이 전달된다. 오후 4시30분에 저녁점호가 진행되면 수감방을 나올 수 없기에 오후 4시 경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저녁 식사도 이 즈음 배식된다.

보라미 방송은 저녁 7시부터 뉴스프로그램, 지상파 드라마 등을 보여준다. 저녁 8시40분 경엔 영어회화프로그램이 방송된다. 9시부터 취침시간이 시작된다.

이밖에 박씨가 받을 특혜 여지에 대해 A씨는 “처우상의 특혜라는 것은 사실 소장, 관리자의 판단이 굉장히 많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박근혜의 방이 공개된 곳도 아니고 다른 이들과 격리된 곳이기에 그런 여지가 훨씬 클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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