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기존과는 다른 의미의 ‘국감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 상에서는 이은재 의원 질의 동영상 복사본과 편집본이 공유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해당 질의가 끝나고 3일이 지난 8일 오전까지 이은재 의원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은재 의원실은 8일 ‘조희연 교육감, S/W 구매방식도 모른 채 엉뚱한 답변’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질의·응답 일부 과정이 생략된 채 보도돼 이은재 의원의 ‘엉뚱질의’로 부각이 된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은재 의원은 지난 6일 서울시교육청·인천교육청 등을 상대로한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학교 업무용 소프트 웨어 일괄 구입’과 관련한 질의를 했다. 

이은재 의원 측 주장은 크게 △조희연 교육감이 MS오피스와 한글워드 등을 일괄 구매해 교육행정기관까지 포함해 제공한 것은 지방재정법 제47조 예산의 목적 외 사용 금지 조항 위반 △공개경쟁입찰(최저가낙찰)을 통해 예산 절감할 수 있었음에도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점 △이 과정에서의 횡령 의혹 등 세 가지다.

예산이 목적 외로 사용됐다?

▲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의 지난 6일 국정감사 질의를 보도한 SBS의 '비디오머그' 화면 갈무리.


이은재 의원실은 해명 자료에서 “이은재 의원은 일선학교에서 집행해야 할 ‘학교운영비’로 서울교육청이 S/W(소프트웨어)를 구매한 것은 지방재정법 제47조(예산의 목적 외 사용 금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이은재 의원은 국감장에서 “일선 학교가 집행해야 할 학교운영비를 교육청이 교육행정기관까지 포함해 (일괄 구입한 S/W 제공 사업을) 집행했다”며 “지방재정법 제47조 위반으로 공무원 징계양정 규정상 중징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학교운영비는 학교기관에만 사용해야 하는데 교육청이 각 학교에 배정된 해당 예산을 끌어모아 물품을 구매하고 교육지원청 등 행정기관에까지 사용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운영비를 삭감해 해당 예산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상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학교운영비는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했고 S/W 구입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오히려 1300개 학교에 소프트웨어 공짜 사용 혜택을 준 것”이라며 “해당 예산은 행정기관과 학교가 공동으로 사용가능한 것으로 문제가 없는 항목에 편성됐다”고 말했다.

수의계약한 건 횡령하기 위해?

이은재 의원실은 해명 자료에서 “황당질의 논란과 관련해 이 의원은 소프트웨어 구매방식에 있어 경쟁입찰을 통해 물품 가격을 낮추는 등 예산 절감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은재 의원은 수의계약 문제를 국감장에서 예산절감과 연계해 질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희연 교육감이 “예산을 29억원 절약한 것으로 본다”고 답하자 “보고가 잘못된 것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의 지난 6일 국정감사 질의를 보도한 SBS의 '비디오머그' 화면 갈무리.

실제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별로 해당 프로그램을 구매할 경우 120여억원이 소요될 예산을 교육청이 일괄 구매하면서 29억원을 절약해 예산 절감 우수 사례로 평가 받았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력이 없는 개별 학교 단위 구입을 관할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이 일괄 구매하면서 예산 절감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은재 의원은 국감장에서 수의계약 문제를 제기하며 예산절감 논란보다는 ‘횡령’ 의혹을 더욱 강하게 주장했다. 이은재 의원은 실제 국감장에서 수의계약을 문제 삼으며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수의계약을 따내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거라고 보는데 교육감은 전혀 그런 것에 대해서 지금 일부러 모르는 건지 아니면 동문서답만 계속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은재 의원은 계속해서 입찰과 수의계약을 문제 삼으며 “그러니까 그러기(횡령하기) 위해서 일부러 거기(계약 업체)하고 수의계약을 하신거지요. 입찰을 하도록 돼 있는데”라고 주장한다.

이은재 의원은 당초 질의를 시작하면서 주제를 “학교 업무용 소프트웨어 일괄 구입에 관한 횡령건”이라고 밝혔다. 이은재 의원이 국감장에서 주장한 구조를 따라가 보면 학교운영비를 편법으로 사용해 교육행정기관까지 사용하도록 만들었고 →수의계약을 통해 횡령을 했다고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은재 의원은 수의계약 가격이 예상가격의 99.9%라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다는 점을 횡령 근거로 들었다. 이은재 의원이 “교육감 자격이 없다”, “사퇴하라”고 윽박지른 것도 결국은 횡령건을 의심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었다.

일반적으로 수의계약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의혹이 제기된다. 하나는 판매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이 특혜를 준 구매자에게 실익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거나 약속하기 때문이다. ‘실익’이라는 것은 보통 판매자가 뻥튀기된 판매 대금을 받아 일부를 특혜를 준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서울시교육청은 S/W를 구입하면서 개별 학교가 구매하는 가격보다 29억원 절약해 구입했다. 상식적인 판매자라면 이미 제품을 할인 판매한 구매자에게 별도 목적의 리워드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심지어 문제가 된 수의계약은 처음부터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입찰이 두 차례 실패하자 수의계약으로 계약 방식을 변경했다.

이은재 의원이 수의계약을 통한 횡령을 주장하기로 했다면 조희연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직원이 판매 업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근거라도 던졌어야 했으나 이은재 의원 질의에서는 그런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은재 의원은 조희연 교육감의 해명을 듣거나 하지 않았다. 질의 시간을 넘기자 이은재 의원은 다급하게 조희연 교육감을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퇴하라”고 고함을 치기에 이른다.

이은재 의원이 국감장 추가 질의에 나서 제기한 의혹이지만 8일 배포된 해명 보도자료에는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보좌진과 손발이 맞지 않았거나 의원이 보좌진의 자료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재선 의원이라면 적어도 질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하고 국감을 들어가야 하는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예견된 사고 아니었겠느냐”며 “국감 5년차인 의원이 충분한 근거 없이 ‘사퇴하라’는 윽박만 지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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