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의 언론사 광고 지배력은 얼마나 될까. 부동의 광고 지배력 1위는 삼성이었다. 최근 5년 간 삼성 광고 비중이 가장 늘어난 주요 일간지는 한겨레였다. 

지난 달 27일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원장 민병두)이 경제개혁연구소(책임연구원 김상조 한성대 교수)에 의뢰해 조사한 ‘4대 재벌의 언론사 광고 지배력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4년 닐슨코리아의 광고비 데이터를 이용해 주요 언론사별로 광고매출에서 4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 4대 재벌의 언론 광고비 집행 특성 등을 분석했다. 인터넷 광고비는 닐슨코리아에서 집계하지 않는 관계로 포함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4대 재벌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4매체(지상파, 라디오, 신문, 잡지)합산 18.32%다. 지상파TV 23.56%, 신문 15.02%, 라디오 14.47%, 잡지 5.88%, 종합편성채널 12.32%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5.87%), 현대자동차(4.81%), LG(4.11%), SK(3.53%) 순이다. 2001년~2014년 광고비(4매체 합산, 구 단가 기준)가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현대자동차로 연평균 증가율 5.8%를 기록했다. 삼성은 연평균증가율 2.59%를 나타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유력일간지(8개 신문)에 광고비 지출이 집중된 반면 SK와 LG는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보수성향의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지출 합산 비중이 33.06%로 4대 재벌 중 가장 높았다. 삼성의 2014년 신문광고지출액은 1099억1500만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삼성이 지난해 조중동에 준 광고비는 360억 원 가량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반면 삼성의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광고지출 합산 비중은 10.64%로 조중동의 3분의1 수준이었다. SK의 경우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비중이 12.51%였다.

8개 신문 중 4대 재벌 광고 비중이 가장 높은 신문은 한겨레로 2014년 25.2%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4년 한겨레 매출액은 812억 원이다. 2014 신문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간신문 매출액의 60% 가량을 광고수입이 차지한다. 이에 비춰보면 한겨레가 지난해 4대 재벌로부터 받은 광고액은 약 122억 원 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경향신문은 16.9%, 한국일보는 19.1%의 4대재벌 광고 비중을 나타냈다. 

4대 재벌 비중이 가장 낮은 신문은 조선일보로 13.5% 비중을 나타냈다. 중앙은 14.4%, 동아는 14.4%였다.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부동산이나 건강식품 같은 광고는 광고효과를 고려해 조중동에 몰리는 반면 4대 재벌 광고는 언론과의 관계나 이미지 개선 목적으로 한겨레 등 진보성향 신문에 광고를 집행한다”며 상대적으로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4대재벌 광고비중이 높게 보이는 배경을 설명했다. 

한겨레의 경우 2010년 4대재벌 광고비중이 7.69%에서 2014년 19.22%(구 단가 기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삼성의 광고 재개와 연관이 있어보인다. 삼성의 경우 2010년 광고비중이 1%에 불과했으나 2014년 6.4%(구 단가 기준)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광고비중이 3배가량 늘고 SK와 LG 광고가 1.5배가량 늘어난 점에 비춰보면 삼성 광고비중이 특히 늘어난 점을 알 수 있다. 삼성은 2008~2010년 한겨레‧경향신문에 광고 지출을 중단하며 자본의 언론 길들이기란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당시 한겨레의 타격은 상당했다. 

같은 기간 경향신문은 삼성 광고비중이 3배 늘어났고 한국일보는 5.6%에서 5.5%로 오히려 삼성 광고 비중이 감소했다. 높아진 4대 재벌 광고 비중을 두고 최성진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은 “미디어기업이 외적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려면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특정 대기업에게만 광고를 받기보다는 다양한 업종에서 골고루 받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이라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광고 비중을 보면 조중동이 상대적으로 한겨레에 비해 재벌에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실제 보도양상은 다르다. 2014년 한국 신문윤리위원회의 ‘사회‧경제 세력으로부터 독립 위반 제재 건수’를 언론사별로 구분한 결과 전체 259건 중에서 동아일보 47건, 한국경제 39건, 조선일보 36건, 매일경제 31건, 중앙일보 29건 등 5개 주요일간지가 186건으로 전체 건수의 70.27%를 차지했다. 반면 한겨레는 1건, 경향신문은 3건, 한국일보는 0건의 제재건수를 나타냈다. 

조선․중앙․동아․매경․한경의 경우 2010~2014 전 기간에 걸쳐 삼성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나지만, 한겨레․경향․한국은 특정 재벌이 일관되게 1위를 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의 경우 1위인 삼성과 다른 그룹의 비중 차이가 커서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지상파3사 역시 삼성 광고 비중이 가장 높고, 종합편성채널4사 중에선 JTBC가 삼성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 종편3사는 현대자동차 비중이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신문윤리위원회 제재 현황을 보면 재무상태가 좋은 신문들이 기업 홍보성 기사를 훨씬 많이 게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뒤 “전체 신문광고 시장이 축소되는 현실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신문들이 그 영향력을 프로모셔널(기업유착) 저널리즘에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매경과 한경이 공격적으로 홍보성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향력 있는 신문이 영향력을 이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의미다.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삼성 백혈병 산업재해’ 관련 보도는 조선일보가 13건, 동아일보가 23건, 한겨레가 154건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낸 책 ‘삼성을 생각한다’를 두고 주요일간지들이 이 책의 신간 안내 광고를 거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도하지 않음’으로서 벌어들이는 유무형의 수익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종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는 지난 9월 한 토론회에서 “삼성과의 협상에 들어가고 또 끝내고 나올 때마다 보수·경제지 기자들이 엄청나게 달려들며 직업병 피해대책을 위한 협상이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삼성의 입이 돼 사실 왜곡과 이간질을 통해 반올림을 공격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벌 광고는 필연적으로 관련 보도의 자기검열과 왜곡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갤럭시S5 기사관련 전자신문과 삼성전자와의 갈등 과정에서 삼성은 “진정한 언론은 정정 보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사를 상품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언론인은 많지 않았다. 당시 삼성은 전자신문에 광고를 중단했고, 전자신문은 약 6개월여 만에 삼성측 입장을 수용했다. 

이번 보고서는 “언론기업을 ‘언론’의 공공성 원리만으로 외부에서 규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다수 언론사들이 폐쇄적인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성을 갖춘 외부 인사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컨대 언론사도 사외이사‧감사위원회 등의 지배구조 장치를 도입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조중동을 비롯한 족벌신문의 소유구조 개편에 사회가 제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으로, 해당 언론사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연구를 맡은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2010년에 비해 언론사의 4대재벌 광고비중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한 뒤 “사주가 있는 언론사의 경우 외부인사가 사외 외사로 들어가면 사내이사인 사주를 견제하게 돼 편집권 독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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