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은 잘못된 정책”이고 정부 정책을 “철도민영화”라고 비판하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라졌다.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와 한국철도공사(사장 최연혜, 이하 코레일)가 지난 10일 수서발KTX 분할을 강행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명환)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부터 ‘말바꾸기’가 나타났다.

이를 두고 대통령 한 마디에 국회가 갈등 중재 역할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철도노조와 시민사회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원하고 있는데 정부와 코레일이 철도파업을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역할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다. 이철 전 코레일 사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국회가 철도산업의 특성과 민영화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통령 한 마디에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매일노동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실시한 국회의원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새누리당 의원 50명 중 18명은 국토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대해 “대체로 잘못된 정책”이라고 평가했고, 21명은 “정부 방안이 철도민영화 정책”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절반인 25명은 “적자를 이유로 경쟁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서발KTX 운영회사 설립으로 철도공사와 경쟁을 통한 서비스 제고 및 수익창출이 가능하지 않다”는 의원은 16명,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으로 철도산업에 외국자본 시장 접근해 공공성이 훼손될 것”으로 보는 의원은 19명이었다. 13명이 지역/적자노선의 민간개방을 반대했고, 34명은 국회 내 철도산업 발전방안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입장이었다.

설문조사는 여야 의원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이중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은 35명이다.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 35명 중 25명은 정부 정책을 부정평가했고, 26명은 정부 정책을 철도민영화 정책으로 봤다. 야당 의원 전원이 부정평가했다 가정하더라도 10명에 가까운 새누리당 의원이 ‘소신’을 밝힌 셈이다.

그런데 17일 미디어오늘이 국토위·환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또는 의원실 관계자)에게 ‘국토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의원 및 보좌관·비서관 전원은 정부 정책은 민영화가 아니고 코레일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다수가 철도파업은 국민을 볼모로 한 불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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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에서는 이헌승 의원(초선·부산 부산진구을), 환노위에서는 김상민 의원(초선·비례대표), 김성태 의원(재선·서울 강서구을)의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국토위 소속 심재철, 이노근 의원의 의견은 각각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9일 국회 교통위 전체회의 때 발언을 참고했다. 환노위 소속 이종훈 의원(초선·경기 성남시분당구갑)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국토위 소속 의원 및 보좌관·비서관들은 모두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이재 의원(초선·강원 동해시삼척시)은 “역대 정부에서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노조 반대로 미뤄져 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를 안 한다고 분명히 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민간자본 개입을 원천 봉쇄한 만큼 이를 민영화라고 하는 것은 인식의 오류”라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초선·대전 동구)은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철도개혁은 필요하다”며 “고질적인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종진 의원(초선·대구 달성군)은 “어떤 형태든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했는데 이걸 민영화 전초전으로 받아들이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철우 의원(재선·경북 김천시)은 “공기업은 경쟁하지 않아 책임감이 없다”며 “당연히 경쟁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언제까지 코레일 부채를 책임질 수는 없다”며 “(경쟁과정에서) 비용도 줄이고 서비스도 높이고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진규 의원(초선·경기 시흥시갑)은 “철도 경쟁체제가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운영을 하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대통령 장관 사장이 아니라고 하는데 믿어줘야 한다”고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다만 함 의원은 “수서발KTX 요금을 10% 인하한다고 하는데 이래서 공정경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코레일은 적자 감축을 위해 요금 인상 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안효대 의원(재선·울산 동구)은 “여야 모두 민영화는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안 하겠다고 했는데 왜 그걸 못 믿느냐”고 반문했다. 이노근 의원(초선·서울 노원구갑)은 “(코레일이) 자회사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서용교 의원(초선·부산 남구을)은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코레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국토부 안) 그 방법뿐”이라며 “코레일은 설비가 아닌 운영과 관련된 적자가 있는데 자회사와 경쟁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초선·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은 “이중, 삼중 장치가 있는데 이것만 봐도 (정부가) 민영화한다는 감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최봉홍 의원(초선·비례대표)은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 때 실패했다”며 “자회사를 무조건 ‘민영화’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국토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 안을 내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순 의원(초선·비례대표)은 “정부계획은 계열사를 만들어 업무 자체를 분담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우택 의원(3선·충북 청주시상당구), 조현룡 의원(초선·경남 의령군함안군합천군), 이명수 의원(재선·충남 아산시), 박상은 의원(재선·인천 중구동구옹진군), 김태원 의원(재선·경기 고양시덕양구을), 김무성 의원(5선·부산 영도구), 김태흠 의원(초선·충남 보령시서천군), 강석호 의원(재선·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 측도 경쟁체제 도입에 찬성의견이다.

정우택 의원실의 원우혁 비서관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면서도 “원칙적으로 경쟁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조현룡 의원실의 김도훈 비서관은 “국토부 안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라며 “발전방안 자체가 공기업 개혁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민영화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수 의원실 주해돈 보좌관은 “민영화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자는 입장이나 국토부와 정부, 코레일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정부 안을) 수용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박상은 의원실 김기석 비서관은 “(박 의원은) 오히려 민영화와 차이가 있어 불만이 있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원 의원실 원종용 비서관은 “조금 더 민영화가 아니라고 설득한 뒤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은 있지만 경쟁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김무성 의원실 권오훈 비서관은 “(김 의원은) 경쟁이 없는 공기업은 책임 의식이 없어 방만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흠 의원실 한상필 비서관은 “민영화가 아니고 노조에서 말하는 것처럼 민영화 전단계도 아니다”며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강석호 의원실 홍성범 비서관은 “코레일은 3만 명의 공룡조직이고 방만경영 문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밥그릇 챙기기’, ‘불법’이라는 시각이 다수였다. 서용교 의원은 “장기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이 있긴 있겠지만 파업의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주영순 의원은 “철도노조가 민영화 가능성을 거론하며 덜컹 파업을 시작했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최봉홍 의원은 “무조건 민영화라 해석하고 파업해놓곤 이제 와서 국회에서 해결하라는데 국회가 노동쟁의를 풀어주는 곳이냐”고 말했다.

국토위 소속 이종진 의원은 “평균 연봉이 6700만 원인데 여기서 8.1%(자연승급분 1.4% 포함)를 요구하는 것은 자기 밥그릇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말씀대로 민영화가 아닌데도 국민들 발목 잡아가면서 파업하는 것은 불법파업”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4선·경기 안양시동안구을)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조가 민영화 운운하며 파업을 하는 실제 이유는 자회사가 생기면 코레일과 자회사가 경쟁하게 돼 그동안 누려왔던 독점구조가 깨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과 기득권 지키기 파업인데 노조가 명분으로 민영화 저지를 내세웠다”는 이야기다.

국회 특별위원회 또는 관련 상임위 소위원회 설치를 통해 국회, 정부, 코레일, 노동조합이 대화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주문에 대해 새누리 의원들은 부정적이었다. 최봉홍 의원은 “노조가 이론적으로 풀어야 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며 “대화기구를 만들라고 하는데 노사문제는 노사 양자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순 의원은 “노조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용교 의원 또한 “물론 대화를 하면 좋겠지만 정부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효대 의원은 ‘국회 차원의 해법’을 묻자 “정치권이 개입하면 더 복잡한 문제, 나쁜 관례를 만든다”며 “근원적으로 노사문제는 노사 자율적으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완영 의원은 “민영화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 있다”며 “불법파업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함진규 의원은 철도노조 파업에 코레일이 직위해제 등 징계절차에 나서고,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최근 상황에 대해 “정부도 양보할 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철 전 사장은 “지금 나온 안에 대해 정부와 코레일은 ‘나름대로 타협하고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정부는 첫 출발부터 지금까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체제가 철도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철도를 경영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확신하는 기초적인 관점”이라며 “KTX 분할 발상 자체가 연기금 등 자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철 전 사장은 “철도노조에서는 민영화 전 단계라고 비판하는데 그게 아니라 연기금 투입 자체를 민영화로 봐야 한다”며 “이익을 목표로 하는 민영체계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금의 이익을 보장해야 하는 수서발KTX 운영법인으로 요금이 올라가고 투자가 줄고 안전사고가 일어날 것이 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민영화를 보고 민영화가 아니라는 말이 아닌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철도노조 최은철 대변인은 “코레일은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공안기관에서는 압수수색을 감행하는 상황인데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곳은 국회”라며 “시민사회가 국회가 답을 해야 할 때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새누리당 의원은 책임감 있게 이 문제를 풀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국회가 파국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순철 사무처장은 “정부 계획에 반대 뜻을 밝히던 의원들이 막상 파업에 돌입하고 대통령의 불법파업 발언에 소신을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이재 의원은 ‘경쟁체제 도입이 적절한 정책인가’라는 질문에 “전문적인 판단을 요하는 사안”이라면서도 “정부 정책이 그런 것에 대해 여당 의원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순철 처장은 “이념에 관계없이 국민들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보면 국회가 사회적 대화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동조합에서 대화를 요청하고 있는데 국회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중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처장은 “국회가 파업을 장기화하고 있는데 대통령 발언을 이유로 대기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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