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이 현대자동차 파업과 관련해 문제의 핵심을 짚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원만한 해결을 방해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싸고 지난 20·21일 이틀간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벌여온 가운데, 언론들이 일제히 ‘귀족 노조’ ‘경영 위기설’ ‘현대차 불매운동’ 등을 보도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21일 주간 1ㆍ2조가 각각 2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5월 28일부터 이번 달 6일까지 진행된 총 17차례의 교섭 끝이 이루어진 것이다. 노조는 회사 쪽이 미온적인 태도로 나오자, 지난 6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13일에는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찬반투표를 벌였다. 재적 조합원의 70.8%가 찬성해 파업이 가결됐다.

노조의 요구안은 총 70여개로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회사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현재 750%) △대학 미취학 자녀 기술취득 지원금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사내 생산공정과 상시업무에 대한 하도급 금지 등이다.

이에 보수 성향의 언론과 경제지들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비판의 논조는 대개 '귀족 노조' '경영 위기' '공장 해외 이전설' '현대차 불매운동' 등이다. 세계일보는 "소득 상위 5%, 세계 자동차업계 최고 수준 임금에도 파업 투쟁만 한다, 무엇을 얻기 위한 투쟁이냐"는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현대차 노동자 1인 평균 연봉은 9400만원이라고 보도했다.

   
▲ 22일자 세계일보 기사
 
경영 위기를 강조한 보도도 많았다. 동아일보는 "노조가 부분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네이선 딜 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21일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을 비밀리에 만나 미국 3공장 유치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딜 주지사의 말은 인용해 "조지아 공장에는 노조가 없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연장 및 휴일 근로에 대한 법적 제한도 따르지 않는 등 노동 유연성도 뛰어나다"고 전했다.

한국경제는 "이 날 파업에 따라 1000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급속하게 저하될 것"이라는 울산광주지역의 경제단체와 협력업체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GM사의 사례를 인용해 위기를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22일 취재수첩에서 "GM은 일본차가 몰려오는데도 노조가 파업을 일삼고 퇴직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다 파산했다"면서 "주력 기업이 흔들리자 소재지인 디트로이트가 슬럼화되면서 결국 올해 파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보도라고 비판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 소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선동적인 비판들이 자율적인 노사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언론은) 현대차에서 노사분규가 매번 진행되는 이유를 진지하게 분석해야 한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이익이 났을 때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고 하고, 손실이 났을 때는 정리해고를 하는 사용자에 대한 배신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 22일자 한국경제 기사
 

노 소장은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하려면 고용안정성을 명확히 한다거나,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만들어내는 흐름으로 가야한다”면서 “(언론들은) 노조파업은 욕하지만 대법원 판례도 지키지 않는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존경받는 기업의 태도가 되어있는지 비판은 하지 않는다”면서 편향된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의 조합원 A씨는 “보수언론이나 보수단체에서 이야기하는 정규직의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런 보도는 정규직 노조를 욕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이용하는 것 뿐이다. 비정규직을 끔찍이 생각한다면 정규직 노동자들을 귀족노조라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엄청난 순이익을 내고도 분배하지 않으려는 현대차를 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현대차 노조는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언론사들이 현대차 입장만 반영한다는 것이다. 권오일 현대차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제가 올해 25년차인데 기본급이 250만원이다. 주말에는 14시간씩 일하고 1년에 300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이 6천명이 넘는다. 왜 그런 장시간 노동에 대한 언급은 없나”라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현대차는 전년도 최대실적을 냈다. 그 성과에 걸맞게 노동자들에게 공정분배가 되어지고, 주주들도 공정분배가 되어져야 한다”면서 “우리입장을 이야기해줘도 어느 언론도 안 써준다. 이게 우리나라 언론 현실” 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번 현대차 파업에 대해 친자본진영뿐만 아니라 친노동진영에서조차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이해하고 방어하려는 여론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는 현대차 노조도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현대차 노조가 자기 노조원들만의 이해관계가 아닌 다른 사회 구성원들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대'의 손길을 내밀지 않고 있다는 평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손꼽힌다. 2010년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보고 이들의 정규직화를 선언했으나 현대차측은 이를 최병승 한 명으로만 인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병승, 천의봉씨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 17일부터 296일동안 송전철탑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 ▲ 8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 명촌주자창 송전철탑에서 최병승, 천의봉씨가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사진 = 이하늬기자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현대차가 이익이 많이 나는 것은 노동자들만의 노력이 아니라 협력업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몫도 있다"면서 "그래서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 불법 파견에 대해서 얼마큼 나서려고 하는가 등의 종합적인 요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요구들은 좀 많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비정규지회 조합원 B씨도 "이번 임단협에 사회적 요구들이 사라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방어하기 어려운 것 같다"면서 "비정규 지회와 교섭은 따로하고 있지만, 불법 파견이나 국정원 문제라든가 다른 사회적 이슈들이 많다. 이런 사안들에  목소리를 적극 내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면 더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조합원 C씨는 “서운한건 있지만 정규직 노조도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 정규직 노조도 조합원들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많이 아쉽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요즘 언론보도는 확실히 과장되고 노조를 죽이려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순이익을 낸 것은 노동자들이 잔업, 휴일특근도 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차 노조측은 아쉬움이 남지만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오일 현대차노조 대외협력실장은 “노조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노조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가는게 쉽지가 않더라”라면서 “올해 요구안에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 노조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지만 얼마 안 남은 임기 중에라도 문제해결을 위한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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