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뉴스스탠드 서비스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월, NHN이 네이버 첫 화면을 전면 개편한 뒤 2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사실상 뉴스스탠드의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1일 복수의 포털 업계 관계자들과 언론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NHN 미디어서비스실 관계자들이 최근 뉴스스탠드 회원 언론사 담당자들을 잇달아 만나 뉴스스탠드 개편 가능성을 시사하고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NHN이 선정성 경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뉴스스탠드 전환을 처음 공고한 게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NHN은 올해 1월부터 3개월 동안 시범 서비스 기간을 거쳐 지난 4월 뉴스캐스트를 전면 폐지했고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지게 됐다. 연예 콘텐츠와 가십성 기사의 범람, 넘쳐나는 제목 낚시 등 뉴스캐스트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개편을 밀어붙였지만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선 언론사 사이트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가 크게 줄어들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뉴스스탠드 회원사 가운데 트래픽 상위 32개 언론사 사이트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3월 대비 4월과 5월에는 주간 평균 방문자 수가 56.0%, 페이지뷰는 33.2% 줄어들었다. 일부 언론사들은 방문자 수가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 정도로 타격이 컸다. NHN은 뉴스스탠드 도입 초기,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거라고 장담했지만 2개월이 지나도록 트래픽은 살아나지 않았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페이지 화면 캡처.
 
마이뉴스 설정 비율이 기대 수준에 못 미친 것도 뉴스스탠드의 실패를 결정짓는 요인이다. NHN은 “뉴스스탠드로 전환하면 이용자들이 직접 보고 싶은 언론사를 선택해 적극적인 뉴스 소비를 하게 된다”고 홍보했다. ‘마이뉴스’를 설정해 선정적인 편집이 심하거나 독자들을 얕잡아 보고 수준 낮은 기사로 도배하면서 낚시질만 일삼는 언론사들을 퇴출시켜 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범 서비스 기간을 포함, 뉴스스탠드 도입 6개월이 다 돼 가도록 마이뉴스 설정 비율은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N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3%도 안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NHN은 마이뉴스 설정 건수를 기준으로 6개월 마다 기본형과 선택형 언론사들을 골라내, 사실상 진입과 퇴출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용자들 참여가 턱없이 부족해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NHN은 “최소 6개월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최근 상황은 트래픽이 살아나기 보다는 검색 어뷰징과 선정적인 편집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혼탁해지는 추세다. 일부 언론사들은 노골적으로 검색어 낚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연예·스포츠지들을 중심으로 낯 뜨거운 화보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뉴스스탠드에 불만을 느낀 이용자들이 네이버를 떠나 다음이나 네이트 등 다른 포털 사이트로 옮겨가는 움직임도 발견된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마이뉴스 설정 페이지 화면 캡처.
 
언론사들의 거센 반발에 NHN은 “조만간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최근 언론사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이른바 ‘플랜 B’는 없다”고 밝혔다. 적당히 보완하는 수준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NHN 관계자는 “트래픽은 줄어들어도 선정성 경쟁이 자제되고 품질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듣기를 원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코너에 몰린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뉴스스탠드 전면 시행 2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뉴스스탠드는 적극적인 뉴스 소비를 유인하지 못했다. 선정성 경쟁을 줄이는 효과는 일부 있었지만 뉴스와 어젠더의 실종이라는 더 큰 문제를 불러왔다. 당초 언론사들과 제안했던 광고 수익 분배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NHN이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하면서 향후 뉴스스탠드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사들은 뉴스캐스트로 복귀하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NHN은 뉴스캐스트가 야기했던 수많은 문제들을 그대로 반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스탠드와 뉴스캐스트를 병행하는 방안과 구글 뉴스처럼 완전히 기계적 알고리즘을 채택하는 방안, 선정성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회원사들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 이용자 위원회를 확대·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원은 “뉴스캐스트나 뉴스스탠드나 NHN에게는 하나의 서비스일 뿐이지만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는 공적 서비스에 가깝다”면서 “뉴스캐스트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뉴스스탠드는 적극적 뉴스 소비라는 당초의 취지를 구현하지 못한 사실상 실패한 서비스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뉴스 플랫폼의 새 판을 짜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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