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터진 직후 미국 현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기 전에 박 대통령과 보좌진이 정보를 파악한 뒤 윤 전 대변인의 도피시켰거나 도피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저녁 7~8시경 서울공항으로 귀국할 예정이며, 이날 밤 귀국성과 기자회견을 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오전 서면브리핑에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의혹에 따른 경질 사건과 관련해 그의 귀국 과정에 집중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직후인) 8일 오후 12시30분에 미국 경찰에 성추행 신고가 접수됐는데, 윤 전 대변인은 그날 오후 1시30분께, 그것도 비즈니스석으로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을 했다”며 “그날 오전 박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연설이 진행됐음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대변인이 대통령에 사전 보고 없이 귀국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선의 경우 비행시간 2시간 전에 체크인과 출국심사를 하게 돼 있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대변인은 “(미국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기 직전,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청와대가) 도망시킨 ‘짜고 친 고스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이 대변인은 “윤 전 대변인을 미국 경찰 조사에 협조시키고, 진실을 밝혀 그에 맞는 후속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범죄자의 도피를 방조한 안일하고 비겁한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전 대변인의 ‘몰래 귀국’을 방조한 관련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고, 이번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여성 인권에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대통령의 취임으로 여성인권 보호에 확고한 의지를 기대했는데, 이건 어찌된 일인가”라며 “지난 대선 기간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 ‘그 불쌍한 여직원, 여성 인권 침해’라 두둔했던 박 대통령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실의 한 행정관은 10일 오전 “그것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우리가 빼돌렸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신고가 이뤄져서 청와대 인사들도 알게 됐고, 그래서 짐을 못챙기고 간 것 아니겠느냐”며 “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지도 현재 확인중이며, 공식 입장을 정하기위해 진상을 파악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다. 모든 것은 박 대통령이 오늘 저녁 도착한 이후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이 짐을 호텔에 놓고 황급히 나온 것은 사실인지에 대해 이 행정관은 “현지에서 보도가 나왔으나 그것은 맞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이 가라고 해서 귀국한 것인지, 본인 스스로 줄행랑을 친 것인지는 모른다.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 상하원 의원에서 연설하고 있는 장면.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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