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도서정가제를 찬성하는 출판사와 서점들과 이를 반대하는 온라인 서점들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개정안은 온라인 서점에서 도서 구매시 적용되면 마일리지·쿠폰 할인을 금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 동안 온라인 서점들은 10% 할인외 마일리지와 쿠폰을 적용해 총 19%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왔다.

출판사와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들의 판매 전략이 도서가격을 왜곡하고 출판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입장이다. 알라딘이 도서정가제 반대에 앞장서자 '창작과비평' '돌베개' '문학동네' 등 출판사 10곳이 알라딘에 출고를 중단했다.

도서정가제 실시를 주장해온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24일 "현재 출판 시장 구조는 온라인서점이 출판사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서점은 판매가 대비 40~45%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라고 출판사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따르지 않으면 아예 온라인 화면에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지 않는 출판사는 아예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란다.

한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출판사들이 일반 서점 공급가는 판매가 대비 70%지만 온라인 서점 공급가는 그보다 일반적으로 30% 정도 더 낮다.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예컨대 1만원 짜리 책을 4,000원에 공급받은 온라인 서점은 물류비와 인건비를 추가해 5,000원에 판매한다. 일반 독자들도 있지만 주로 서점들이 이를 구매하는데 재고가 생기면 다시 도매상에 7,000원 가량에 되판다. 도매상들 역시 책이 남으면 출판사에 6,000원에 넘긴다. 결국 출판사와 도매상은 각각 2,000원과 1,000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온라인 도서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출판사와 도매상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싼 값에 책을 파는 온라인 서점 탓에 서점들도 타격을 입었다. 한 소장은 "전남 영광에 서점이 딱 하나 있고 서울에도 서점이 없는 동이 절반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주에 대를 이어 하던 서점이 한 달에 150만 원 적자를 내다 결국 문 닫았다, 대신 임대를 내니 한 달에 100만 원 벌었다더라"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들은 구간(출간된 지 18개월이 지난 도서)을 40~50% 할인된 가격으로 팔기도 했다. 무한 책값 할인의 대표적인 예는 알라딘의 '중고서적'이다. 알라딘은 2006부터 중고책 매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헌책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파악, 2011년부터 중고서점을 개장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베스트셀러나 6개월 안의 신간도 판매가의 50~55%까지 싸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중고서점으로 사람들이 몰리자 골목서점들은 크게 휘청거리며 문을 닫았다.   

한 소장은 이를 두고 "알라딘 중고서점이 한국 출판시장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출판시장이 망한 이유가 '북오프(중고서점)' 때문이다, 슬램덩크, 드래곤볼과 같은 만화책이 돌고 돌다가 결국 100엔에 팔렸다"고 말했다. 신간 구매층도 80~90% 가량 줄어드니 시장이 망해버린 것이다.

   
▲ 예스24 홈페이지 화면
 

이런 판매 전략을 통해 온라인 서점은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가 됐다. 한 소장은 "온라인 서점 점유율이 35%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50% 정도 될 것이고, 베스트셀러로 따지면 80% 정도 차지한다"고 했다.

출판사와 서점들 입장에서 보면 온라인 서점들의 반대도 문제지만, 도서정가제 시행의 실질적인 걸림돌은 독자들이다. '지금도 책값은 충분히 비싼데 왜 할인을 막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장은 "이런 구조로는 출판시장이 생존할 수 없다. 할인을 없애고 책값도 낮추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책값 경쟁은 서점이 아니라 출판사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은 "온라인 서점들도 유통 마진이 남아야 하는데 과다 할인 경쟁을 하다보니 온라인북스리브가 대교에 매각됐고 교보문고 역시 적자"라며 "그러다 보니 매대(진열대와 분리돼 통로에 설치된 독립매대) 판매가 일어나고 온라인 서점들도 광고를 판다"고 덧붙였다.

   
▲ 알라딘 홈페이지 화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서점 4곳이 출판사로부터 광고비를 받은 서적에 '기대 신간', '추천 기대작' 등의 명칭을 붙여 독자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킨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독자들은 '좋은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많이 노출된 책을 고르게 한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결국 추가 할인과 매대·광고비는 책값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은 독자들이 이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며 도서정가제가 결국은 출판업계와 독자들이 상생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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