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인 분들이 머리를 박게 한 사업장의 인권침해를 보고 취재하지 않을 수 없었다”(김정민 MBC <금요와이드> PD

금속사업장 KEC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를 취재한 내용에 대해 일방적으로 불방시켰던 MBC가 취재 제작한 PD들에게 ‘사전 미보고’, ‘지시불이행’이라는 묘한 사유를 들어 정직 1~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해 거센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12일 제작진과 MBC에 따르면 MBC는 지난 11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영백 <금요와이드> 메인 PD와 김정민 PD를 각각 정직 3개월과 정직 2개월의 중징계에 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제작하려던 다큐의 불방 책임이 김철진 교양제작국장에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민병선 PD도 정직 1개월(사내 질서 문란)의 징계에 처했다.

이영백·김정민 PD는 지난달 24일 <금요와이드> ‘이슈클로즈업’ 코너에 '발레오만도' 사업장의 인권침해를 폭로하는 ‘파업이 끝나고 난 뒤’(가제)를 방송하려다 김시리 CP와 김철진 국장의 반대로 이 코너는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

이 사건을 취재했던 김정민 MBC PD는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제(11일) 인트라넷 메일로 징계 통보를 받았다”며 “징계사유는 ‘미보고’와 ‘지시불이행’으로, 모두 어이가 없는 황당한 사유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PD는 사전 미보고와 관련해 “통상 월요일에 이영백 PD(프로그램 데스크)가 김시리 CP에게 아이템에 대해 보고하곤 하는데, 당시(월요일)엔 해당 아이템이 픽스(방송에 내보내도 될 아이템으로 사전 선정)되지 않아 목요일 제출할 때 보고했는데, 사흘 간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징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아이템을 보고받은 김 CP는 방송하는데 반대해 시사회까지 개최한 뒤 불방됐다. 시사회까지 할 정도의 사안이었는데 사전 미보고를 사유로 들이댄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 제작진의 지적이다.

또한 징계사유로 든 ‘지시불이행’의 경우 김 PD는 “아이템 방송하지 말라고 했을 때 곧바로 중단하지 않고 제작진이 국장을 찾아가 항의했다고, 또 국장 역시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그 자리에서 승복하지 않고 내가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 지시불이행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방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얘기했으나 받아들여주지 않아 결국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해당 아이템은 방송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지시불이행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PD는 “아이템 방송 여부를 두고 서로 이견이 있으면 늘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굳이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하지말라는 것을 강제로 이행한 바 없는데 이런 사유를 제시한 것이야말로 황당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징계는 이런 아이템을 낸 것 자체에 대한 괘씸죄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김 PD는 “이영백 PD가 당시 불방 방침에 대해 문제제기 할 때 김시리 CP는 ‘누가봐도 우리 회사 연상시키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하는 등 시사회하기 전까지도 절대 방송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또한 김철진 시사제작국장은 시사회할 때 해당 아이템을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 PD는 “수뇌부에서는 방송 내용이 아니라 아이템을 추진한 과정 자체를 일종의 MBC 노조활동으로 본 것 같다”며 “조합원이 방송을 노조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내려고 한다는 의심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 방송하려 했던 아이템은 누가 보더라도 시청자에 널리 알릴 만한 소재였다는 것이 제작진의 판단이다. 김 PD는 “학생인권조례나 교사의 학생체벌, 이웃간 분쟁, 소비자-기업 분쟁 등 다양한 사회의 갈등양상을 방송해온데 비춰볼 때 이번 발레오만도의 인권침해 아이템은 튀는 아이템도 아니었다”며 “다만 인권탄압 장소가 사업장이며, 주체가 사업주라 ‘노사문제’로 인식한 것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발인 분들이 머리를 박고 있는 모습과 오리걸음하는 것을 보고 과연 노동자들이 이렇게까지 대우를 받아서야 되겠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이런 장면만 보더라도 너무나 충격적인 인권침해여여서 방송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수뇌부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한 것을 보고 우리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황당한 징계가 지금 MBC에는 너무 많아 많은 구성원들이 둔감해져있을 정도”라며 “재심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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