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검색 업체 직원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지역에서 사람들이 ‘독감’이란 단어를 많이 검색하기 시작하면 곧 그 지역에 독감이 유행했던 것이다. 질병통제국이 독감 주의보를 발령하기 2주 전에 이미 이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업체는 따로 독감 통계 페이지를 만들어 전 세계의 독감 유행 상황을 검색을 통해 예보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구글이 운영하고 있는 독감 트렌드다.

검색은 이제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사람들은 여론 조사에는 거짓말은 해도 검색을 할 때는 솔직해진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스스로 검색하기 때문이다. 검색 통계를 조사하면 어떤 지역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를 매우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검색 통계로 누가 대통령이 될지도 미리 알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미국 대통령 선거 며칠 전에 이미 오바마의 당선을 예상하고 있었다. 오바마 검색량이 맥케인 검색량보다 5배 이상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초조하게 출구 조사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실시간 검색 통계만 확인해도 충분하다.

여론 조사는 기껏해야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을 조사할 뿐이지만 검색 통계는 수천만 명에서 수억 명의 검색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다. 사람의 생각을 미리 알 수 있는 검색은 이제 권력이 됐다.

권력자들에게 이 검색 통계는 매우 가치 있는 정보다. 어느 지역의 유권자가 어느 후보를 선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매우 효율적인 선거 운동이 가능하다. 경합 지역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시킬 수 있다면 당선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권력자들이 검색 통계를 독점하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구글은 검색량 통계 페이지를 아예 공개해 버렸다. 그래서 구글 트렌드 페이지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구글은 검색 통계 공개를 통해 검색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게 하면서도 이를 독점하고 싶어하는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한국의 포털들은 검색 통계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음의 트렌드 페이지는 기술적 한계와 상업적 이유 때문에 구색만 갖춘 정도라서 별로 쓸모가 없다. 검색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네이버는 이마저도 제공하지 않는다.

현재 네이버에는 키워드 통계를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 네이버는 2009년까지 검색 통계 연감을 책으로 발간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인기 검색어 통계를 단순히 나열한 책에 불과했으나 이마저도 조작 시비가 일자 발간을 중단해 버렸다.

네이버가 검색 통계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권력자들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네이버의 검색 통계는 전 국민의 생각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하다. 지방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네이버의 검색 통계를 활용하면 어느 지역을 공략해야 할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선거가 시작되면 권력자들은 네이버로부터 이런 정보를 얻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는 검색 통계를 취합하는지, 이런 정보를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지, 외부의 압력을 어떻게 이겨 내고 있는지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

걱정스러운 것은 네이버는 외부의 압력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여태까지 검색을 조작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지만, 눈 앞에서 민감한 단어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사용자들은 이 말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어를 임의로 삭제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지만 여러 차례 말을 바꿔 왔다.

신정아·진성호 사건 때도 기자의 교차 체크로 거짓임이 드러나자 “직원이 실수로 지웠다”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고, 최근 검색어에서 ‘정우택 성상납’이 이슈가 됐을 때도 삭제 요구를 받은 사실에 함구하다가 뒤늦게 이를 시인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검색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외부의 압력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정보를 공개해야 검색 조작 의혹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대선이 시작되면 또다시 네이버의 불공정성이 문제가 될 것이다. 권력이 된 검색이 스스로 이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네이버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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