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고 있죠. 디자인도 둥글둥글 하게 잘 나왔고. 저 모델 같은 경우는 지금 주문하셔도 한 달은 기다리셔야 되고…….”

영업사원 A씨는 익숙한 솜씨로 자랑을 늘어놓았다. 지난달 28일 오후, 형광등이 유난히 밝았던 서울의 한 쌍용자동차 대리점에서였다. A씨는 “이게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훨씬 더 잘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란도C’ 이야기였다. 2008년 파리 모터쇼에서 ‘C200’이라는 이름의 컨셉트카로 첫 선을 보였던 이 차는 2011년 2월에야 세상의 빛을 봤다. 그는 “이제야 손님들이 (차의) 진가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A씨의 자랑은 이어졌다. 올해 초 네덜란드에서 열린 ‘혹한 레이스’ 대회에서 세계 60여 개 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나 ‘동급 최고’의 연비를 자랑한다는 설명이 붙었다. A씨는 모두 여섯 가지 종류의 저리할부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구입조건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형제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코란도C 스포츠’는 주문이 밀려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A씨는 귀띔했다.

쌍용차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9342대의 차를 팔았다고 밝혔다. 4월2일 발표된 보도자료에서 쌍용차는 “판매가 3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5개월 만에 다시 월 9천대 수준으로 회복한 의미 있는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판매량은 누적 판매량(1월~3월)을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6.9% 늘었고, 전월(2월)과 비교해도 5.4% 증가했다. ‘코란도C’와 ‘코란도C 스포츠’ 등의 판매 호조와 수출 회복세 덕분이다.

쌍용차의 ‘호조’는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2002년 16만1천여 대로 ‘정점’을 찍었던 생산량은 이후 서서히 감소하다가 2008년 8만1천여 대, 2009년에는 3만4천여 대로 급감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8만여 대를 생산해 2008년 수준을 회복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1만3천여 대를 생산해 2006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유일 사장은 지난 3월말 “(올해에는) 전년대비 8.8% 증가한 12만3천대를 판매한다는 공격적인 경영목표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판매 호조를 알리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2일 저녁,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또 한 명의 ‘죽음’을 알려야 했다. 1995년 입사한 이아무개(36)씨의 죽음이었다. 이씨는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2009년 당시 옥쇄파업에 참여했다. 지난 1월 부당해고 무효소송이 1심에서 기각되자 항소를 포기했고, 해고 이후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는 그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노동자·가족 등 공식 집계된 것만 22번째다.

2009년 정리해고로 공장을 떠난 2천6백여 명의 일상은 파괴됐다. 지난달 16일 열린 토론회에서 사회건강연구소 정진주 소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쌍용차 노동자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51.2명꼴이다. 30~40대 일반인구 자살률(40.4명)의 3.74배에 이른다. 최근 1년간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쌍용차 노동자의 비율(113.4명/10만 명)은 30~40대 일반인구 사망률(6.2명/10만 명)에 비해 무려 18.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결의 실마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사측은 연간 16만대 생산물량이 되어야 복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마저도 460여 명의 무급휴직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나머지 해고자나 희망퇴직자는 돌아갈 길이 없다. 해고·휴직 노동자들은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사측과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2009년 당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진압작전 끝에 ‘대타협’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8·6 노사합의’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한 쪽에선 쌍용차가 추가고용을 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것과 동시에 1인당 생산대수가 이미 최고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이종탁 선임연구원은 “2011년 1인당 생산대수는 23.6대로, 이는 쌍용차에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2004년 이후 평균치(2009년 제외)인 17대 수준으로 맞출 경우 최소 2천여 명 추가고용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추가고용이 불가피 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쌍용차 공장 전체 가동률은 85%로, 2004년 이후 60~70%대에 머물던 것과 비교해 최고 수준이다. 차종별 시간당 생산가능 대수(JPH)도 ‘코란도C’를 생산하는 1조립 라인의 경우 24JPH로 높은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쌍용차 경영진이 밝히고 있는 대로 2012년 5개 모델을 개선하고 2016년까지 신차를 투입하려면 인력 충원이 불가피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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