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명박 정권 말기 최대 복병으로 등장했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과 관련해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돈의 용처가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이라고 밝히면서다.

검찰에 따르면 시행사인 파이시티 전 대표 이모씨는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최 전 위원장에게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청탁을 해달라는 명목으로 건설업체 대표이면서 최 전 위원장의 중학교 후배인 브로커 이아무개(61)씨에게 11억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발 보도가 나오면서 최 전 위원장은 23일 이례적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예전부터 알던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 여론조사비용 등 개인적으로 썼다”고 털어놨다.

최 전 위원장이 통상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하지 않고 순순히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한 것을 두고는 수사가 목전까지 치달으면서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고도의 정치적인 계산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의 발언의 배경에 주목하면서도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25일 검찰에 소환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안을 정권을 뒤흔들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고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은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시중 전 위원장)그 뒤에 누가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비리뿐만 아니라 대선 조작설이 제기되고 있다”며 “최시중 위원장이 언론과 여론조사를 담당했는데 불법 자금으로 대선 여론조사 비용을 썼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선 자체가 공정성을 상실하게 된다면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국민으로부터 위선일 뿐만 아니라 왜곡이고 실질적으로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 대선 결과임이 입증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며 선긋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24일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전모를 밝혀야 한다”며 “최 전 위원장이 건설브로커로부터 받은 돈이 얼마이고,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있는 그대로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은 받은 돈의 일부를 2007년 대선 때의 여론조사에 썼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을 25일 소환 조사하고 진척이 있을 경우 사전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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