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이 쌍용자동차와 이명박 정부에 쌍용차 해고자 즉각 복직과 정리해고법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재동 화백, 정지영 감독, 방송인 김미화씨 등 문화예술인 50여 명이 16일 서울 대한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스물두 명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자본과 정부가 죽음을 만들고 방기했다”고 규탄했다. 대한문에는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뒤 죽은 노동자와 가족 22명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돼있다.

문화예술인들은 “우리는 고립된 소수자와 약자들을 내버려 둘 수 없고,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으로 소수를 살찌우는 어떤 체제와 이론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며, 21일 범국민추모대회 등 쌍용차 해고자의 죽음과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박재동 화백은 “22명의 죽음에도 꿈쩍하지 않은 정부에 기가 막힌다”며 “23, 24번째 죽음의 가능성을 품은 노동자들이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백성이 죽어가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임금”이라고 비난했다.

김해원 어린이책 작가는 “정리해고는 일자리가 아니라 자식, 어머니, 아버지를 빼앗는 것”이라면서 정리해고법을 비판했다. <남부군>, <부러진 화살>을 만든 정지영 감독은 “22명의 죽음은 정치권과 사회, 그리고 우리가 관심을 덜 보였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를 촉구했다.

상복을 입고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김정우 지부장은 2009년 옥쇄파업을 떠올리며 “정리해고와 77일의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노동자들이 골방에 갇혀 허덕이고 있다”며 죽음을 중단할 대책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힘들다”면서도 “바늘구멍 같은 희망이지만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인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때를 씻는다’는 뜻에서 흰 분말을 뒤집어쓰고 추모를 했다.

그러나 추모가 이루어지는 동안 경찰은 분향소를 둘러싸고 ‘해고는 살인이다’라 쓰인 피켓과 분향소를 알리는 펼침막을 수거하려 시도해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성영 남대문서 경비과장은 피켓과 펼침막을 설치한 것을 두고 ‘불법’이라며 이를 자진 철거할 것을 요청했으나 분향소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대한문에는 그동안 분향소가 있어왔고, 펼침막을 수거한 경우는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최 과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와 비교하며 “이것은 개인적인 분향소”라고 답했다.

한편 22명의 죽음을 추모하고 쌍용차 해고자들의 즉각 복직과 정리해고법 철폐를 위한 범국민추모대회 및 행진은 21일 오후 평택에서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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