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정책 관련 18대 국회 상임위원들 일부만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돼 새누리당을 상대로 한 ‘공세’가 예견되고 있다. 다수당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현 정부의 언론 정책·제도 기조를 그대로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야권쪽의 반발이 지금보다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 28명 중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은 9명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병석(4선), 심재철(4선), 한선교(3선), 김을동(재선), 이철우(재선) 등 5명, 민주통합당에서는 김재윤(3선), 전병헌(3선), 이상민(3선), 장병완(재선) 등 4명이 당선됐다.

18대 문방위원 중에서 3분의 1만 당선돼 결과적으로 19대 국회 문방위는 대다수 위원이 새로 구성돼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으로 나온 개표 결과에 따라, 여야 문방위원 구성비도 바뀌게 될 전망이다. 18대 국회 문방위에서는 새누리당이 16석, 민주통합당이 8석, 비교섭단체가 4석을 차지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162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과반수를 차지한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의 정국 주도권을 쥐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언론 정책 기조는 18대 국회와 비슷하게 갈 가능성이 크다.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특혜’, KBS 수신료 인상, MBC 민영화 논의 등이 19대 국회에서도 거론될지가 관심사다.

예상되는 문방위 후보군(문방위, 문방위 유관 기관, 언론사 출신)을 보면 18대 국회에서 보인 정책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문방위원 후보자들의 특징은 현 정부의 언론 정책을 이끌어간 의원들 일부가 다시 당선됐고, 중앙일보·KBS·SBS쪽 출신이 ‘수혈’된 점이다.

정병국(4선) 의원은 16대, 17대, 18대를 거치면서 문방위쪽 상임위를 맡았고 나경원 전 의원과 함께 18대에서 미디어법 처리를 주도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역임해 정책 역량을 쌓아왔다. 또 18대 국회에서 문방위 간사를 했던 한선교 의원도 3선에 성공했고, 17·18대 국회에서 문방위쪽 활동을 한 심재철 의원(4선)도 당선됐다.

KBS 출신인 김형태 의원, SBS 출신인 홍지만 의원, 중앙일보 출신인 이상일·길정우 의원이 19대에 처음으로 입성했다. 새누리당에서 재선 이상으로는 SBS 출신인 한선교, KBS 출신인 신성범(재선), 중앙일보 출신인 김용태(재선) 의원이 있다. 18대 총선에서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조중동 출신 의원들이 문방위에서 적극 활동한 것을 고려해 볼 때, 19대 총선에서는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 문제,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설립한 SBS와 관계된 미디어렙법 문제, JTBC 등 종편 관련 법 등에서 이들 의원들이 강행 처리 의지를 보다 분명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목되는 점은 19대 문방위에서 활동이 예상되는 의원들 중에서 야당쪽에 현 정부와 ‘각’을 세울 미디어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된 점이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다고 하더라도 18대 국회보다 의석수가 줄어들었고, 민주당쪽보다 진보 성향이 강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당선된 상황에서 ‘전투력’이 강한 야당쪽 문방위원들이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점이다.

노웅래(재선), 민병두(재선), 정청래(재선), 배재정(초선), 신경민(초선), 최민희(초선), 임수경(초선) 민주당 의원은 18대 국회에는 없었지만 19대에 입성했다. 노웅래·신경민 의원은 MBC, 민병두 의원은 문화일보, 배재정 의원은 부산일보, 정청래 의원은 17대 문화관광위원회 간사, 최민희 의원은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임수경 의원은 방송위원회 남북방송교류위원 출신이다.

특징적인 것은 이들 의원들이 이른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나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선명한 비판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청래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조중동의 ‘시장 독점’ 등을 규제하는 신문법 제정에 앞장섰고 18대 총선에서 조선·문화일보의 ‘표적 보도’ 등으로 낙선해 조중동과 ‘악연’이 있다. 최민희 의원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조중동 보도 등을 비판하는 활동을 해왔다. 또 MBC 노조위원장 출신인 노웅래 의원과 현 정부에서 MBC <뉴스데스크> 앵커자리를 내려온 신경민 의원이 조중동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

19대 총선미디어연대가 언론·미디어 분야 정책 질의를 한 결과, 이들 의원들은 종편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종편의 허가 취소’에 대한 질문에, 노웅래 의원은 “종편을 허가한 것을 다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배재정 의원은 “허가 취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종편 특혜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 최민희 의원은 “정당한 법과 제도에 따라 원칙적으로 재허가 작업을 추진하면 된다”고 답변했다.

또 MBC가 현재 역대 최장기 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웅래·신경민 의원은 ‘방송사 낙하산 사장 퇴출’, ‘공영방송 사장 선임 등 지배구조 개편’ 등을 적극 주장할 가능성이 높고, 부산일보 출신인 배재정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17대·18대에서 문방위 활동을 한 김재윤(3선), 전병헌(3원) 의원과 18대에서 문방위를 경험한 이종걸(4선), 이상민(3선), 변재일(3선), 장병완(재선) 의원이 19대에서도 문방위에 배치되는지 여부에 따라 신구(新舊) 문방위원들의 ‘공세’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또 13석을 차지한 통합진보당에서 문방위원을 배정할 경우 여권의 미디어 정책에 대한 ‘공세’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통합진보당에서 언론인 출신은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을 역임한 노회찬 의원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벼르고 있는 야권이 ‘여론전’에 박차를 가할지도 주목되는 점이다. 새누리당쪽에서도 야당의 ‘공세’에 맞서 ‘전투력’이 강하거나 문방위나 언론사 출신 의원을 대거 배치할 가능성도 있어, 양측의 ‘여론전’은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이들 의원들 대다수가 향후 언론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트위터에서는 향후 ‘언론 정국’에 대해 ‘갑론을박’식 전망이 나오고 있다. @ldh33는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양당은 총선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종편 등 특검 시행”을 전망했다. @drmaengyi는 “전투력 좋은 사람들도 많이 당선되었으니, 이제 시작이다. 일단 종편부터 밟고 보자”고 주장했다.

반면, stayawake77는 “언론 장악에 안이하게 대처한 야권의 패배”라고 이번 총선을 평가했다. am0250는 “이제 대선에 누가 돼도 4년은 끌려갈 것 같다”며 “MB는 탈출 성공하고 종편은 힘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문방위원 구성은 통상적으로 6월 국회에서 이뤄져 왔기 때문에, 당분간 원구성에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MBC, KBS, YTN, 연합뉴스, 부산일보 등의 파업이나 농성이 장기화 되고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언론 관련 의원 활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19대 총선 문방위원 예상 후보자들(문방위, 문방위 유관 기관, 언론사 출신 의원)이다.

새누리당 18명
남경필(5선, 경인일보), 심재철(4선, MBC), 정병국(4선), 이병석(4선), 한선교(3선, SBS), 김영우(재선, YTN), 신성범(재선, KBS), 김용태(재선, 중앙일보), 김을동(재선), 이철우(재선), 길정우(초선, 중앙일보), 문대성(초선, IOC 위원), 박대출(초선, 서울신문), 김형태(초선, KBS), 홍지만(초선, SBS), 이상일(초선, 중앙일보), 김장실(초선, 문화부 차관), 박창식(초선,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
 
민주통합당 13명
이종걸(4선), 김재윤(3선), 전병헌(3선), 이상민(3선), 변재일(3선), 장병완(재선), 노웅래(재선, MBC), 민병두(재선, 문화일보), 정청래(재선), 배재정(초선, 부산일보), 신경민(초선, MBC), 최민희(초선,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임수경(초선, 방송위 남북방송교류위원)

통합진보당 1명
노회찬(재선,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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