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나꼼수의 비키니녀 사진 논란과 관련해 자신도 해당 ‘비키니녀’와 동일한 포즈로 가슴에 문구를 새긴 비키니 시위를 벌였던 현직 MBC 중견 여기자에 대해 소속사인 MBC가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낳고 있다.

6일 MBC에 따르면, 문철호 보도국장은 이날 오전 ‘나와라 정봉주’ 트위터 사진 동조시위를 했던 이보경 MBC 기자(부장급·<뉴스데스크> 팩트체커)에게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외부와 인터뷰 내지 기고할 경우 사전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도 이 기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위서 제출 이후 징계 조치까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와 주목된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이날 오후 “경위는 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화제가 됐는데. 또한 경위는 자신이 잘 알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안알아보면 이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까지 가는 것인지에 대해 이 국장은 “그것은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MBC 내부에서는 여성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최소한의 개인의 양심에 해당하는 것 마저 공영방송인 MBC 경영진이 재단하려는 것이냐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 의 간판 중견 PD를 했던 최승호 MBC PD(부장급)는 “그 사안은 경위서를 요구할 만한 것도 안된다. 한마디로 웃기는 것”이라며 “이보경 부장이 여성으로서, 저널리스트로서 또한 20여 년차 된 공영방송의 부장으로서 화두를 던진 것인데, 이를 두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 PD는 “나꼼수 등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하고 여부를 떠나 ‘여성을 대상화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이 부장이 제기하고자 했던 것은 ‘여성관에 대한 언급이 너무 과열돼있지 않느냐, 난 그렇게까지 생각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여러가지 판단이 있는데 공영방송이 나서서 구성원에게 징계가능성을 열어둔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현재 MBC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PD는 “성과 관련된 것이 논의가 되고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용감하게 트위터식으로 밝힌 것으로 이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인데, 이를 갖고 경위서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필요할 때 자기발언할 수 있어야 저널리스트이며, 트위터라는 공간에서 얼마든지 발언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PD는 과거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한겨레에 썼다가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 이를 빗대어 최 PD는 “내가 기고한 내용 보다 훨씬 더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라며 “특정 의도로 기사를 썼다거나 팩트가 틀린 주장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의견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보경 기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런 이색시위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비키니녀가 너무 매도당하는 모습이 과하다고 판단해 그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제기하기 위함이었다”며 “실제로 ‘정봉주 힘내라’ 비키니녀는 일종의 ‘찧고 까부는’ 수준인데 너무 과도하게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 기자는 “나꼼수가 이명박 정부 내내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을 때 홀로 독야청청하면서 실어나른 정보량이 엄청나다”라며 “그런 점에서 공영방송의 언론인으로서 부끄럽고 고마웠으며, ‘대단한 용자들이구나’라고 생각하던 차에 한 재기발랄한 젊은 여성이 너무 매도되는 모습을 보고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꼼수를 지지하면 MBC 내에서 중립성 훼손이라는 시선을 낳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 부장은 “나는 나꼼수를 지지한다고 한 적이 없고, 또한 편파적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공영방송을 포함한 많은 언론이 해야 할 보도를 못할 때 나꼼수가 엄청나게 많은 정보량을 내놓은 데 대해 고맙고, 그 용기를 평가한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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