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민의 문화 뒤집기] '일본 문화 전성기'라는 호명의 변화, 그 뒤에 놓인 문화에 대한 게으른 시선

2023-03-18     성상민 문화평론가

대체 누가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을 했었을까. 지난 3월8일 신카이 마코토의 새로운 작품이자, 지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후보로 오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에 개봉하며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에 전례 없는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1월부터 장기간 한국 영화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연출·각본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보다 일주일 빨리 개봉한 TV 에피소드의 모음집이자 선행 상영이기도 한 ‘귀멸의 칼날 :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와 더불어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 일본 영화가 세 작품이나 동시에 진입하는 일이 1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3월14일까지는 이 세 작품은 5위권 안에 모두 진압하기도 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음악의 영역에서도 일본 음악이 적지 않은 인기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대 중후반 이후 청소년이나 20대 청자에게 널리 애용되는 음원 스트리밍 어플리케이션인 애플뮤직이나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에서는 이미 심심치 않게 고순위권에 일본 음악이 자리잡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본래 ‘하치’(ハチ)라는 닉네임으로 야마하 사의 노래용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를 활용한 온라인 기반의 아마추어 아티스트로 두각을 드러내다 201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데뷔하며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네즈 켄시(米津玄師), 마치 이전 ‘눈의 꽃’의 나카시마 미카 등을 연상시키는 감성적인 음색의 발라드 아티스트 유리(優里), 부드러운 록 기반의 노래를 창작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이묭(あいみょん), 이외 앞서 언급한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에 힘입어 해당 영화들에 노래가 사용된 록 밴드 RADWIMPS(래드윔프스)나 10-FEET의 이름이 차트에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설마하니 ‘멜론 차트 100’에도 기어코 순위를 올렸을 줄 누가 알았을까. 유튜브 뮤직 등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서비스하기 전까지는 이전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영향력에 힘입어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던 카카오M 계열의 음원 플랫폼 ‘멜론’은 2023년 현재는 분명 이전 만큼 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특히 젊은 이용자들의 대거 이틀은 앞으로의 존속을 쉽게 점칠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런 음원 플랫폼에서도 기어코 일본 음악이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인기를 젊은 뮤지션 imase의 노래 ‘NIGHT DANCER’이다.

▲ 일본 신진 뮤지션 imase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노래 NIGHT DANCER가 멜론 차트에서 31위를 기록한 것을 캡처한 뒤,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팝 사운드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첨가한 음악은 감성적인 분위기, 서정적인 가사로 틱톡은 물론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뮤직 한국 차트에서 일찌감치 높은 순위에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이 많은 ‘멜론’ 차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지난 3월13일 NIGHT DANCER는 최고 순위 31위를 기록하며 일본 노래 중에서는 멜론 차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노래로 등극하게 되었다. 3월 17일 현재도 이 노래는 멜론 차트에서는 32위에, 이외에도 KT 산하의 지니 차트에서는 38위를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고연령화된 음원 플랫폼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기록 중이다.

‘일본문화 몰락론’에서 순식간에 ‘일본문화 전성기’로 시선이 바뀌다

어디 그뿐이랴. 만화 단행본에서는 일본 작품의 인기는 이미 이전부터 강했다는 사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일본 문화 산업 특유의 적극적인 미디어 확장 전략은 인기 있는 만화나 소설을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이 일찌감치 정착되도록 만들었고, 한 영역의 작품에 빠진 이들이 자연스레 작품의 원작이나 다른 확장된 표현물로 인기가 가도록 이끌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인기를 얻자 여전히 온, 오프라인 서점을 가리지 않고 원작 만화 ‘슬램덩크’와 각종 파생 출간물이 덩달아 인기를 얻는 것처럼 말이다.

이외에도 소설, 요리나 취미 관련 영역에서 일본 필자들이 집필한 책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1969년에 창간한 프라모델 등 완구 취미를 중심으로 한 잡지 ‘하비 재팬’(HobbyJapan)이 2019년부터 ‘월간 HJ’라는 명칭으로 AK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한국판이 전자책 전용으로, 1977년에 창간된 털실 공예 잡지 ‘케이토다마’(毛糸だま)는 2022년부터 한스미디어를 통해 원제의 직역 ‘털실뭉치’라는 명칭으로 한국판이 출간되고 있다. 여기에 2019년 급격한 한일 관계 경색 속에서도 쉽게 죽지 않은 일본식 주점 ‘이자카야’(居酒屋), 본래 일본 횟집 중 손님이 메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인장에 ‘맡겨서’ 음식이 나옴을 뜻하는 ‘오마카세’(お任せ, ‘일을 맡기다’는 의미) 스타일에 대한 인기, 또는 게임이나 ‘버추얼 스트리머’에 대한 인기와 관심도를 생각하면 상당히 다양한 문화 영역에 있어 전방위로 인기가 펼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본 문화를 바라보던 시선 또한 급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으로 일본 문화 개방이 이뤄진 이후 2004년 현재의 수준까지 일본 문화 개방이 이뤄진 이후 (단, 여전히 일본 영화나 프로그램은 직접적인 비디오물 심의를 받지 못하며, 지상파 TV/라디오에서는 일본어로 가창이 이뤄진 음악을 틀 수 없는 시대착오적 규제가 현재까지 존재한다.) 한동안 ‘일본 문화에 대한 점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비슷한 시기 산업적인 차원에서의 한국 문화가 급성장을 맞이하자 그러한 소리는 빠르게 사라졌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점차 격화되어간 한일 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2019년 그 갈등이 정점을 맞이하며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흐름을 언론에서 많이 흘려놓고는 했었다. 주로 웹툰, 아이돌, 상업 영화, OTT로 공급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비교하는 식의 접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던 2023년 1월을 기점으로 이러한 흐름은 다시 순식간에 전환을 맞게 되었다. 처음에는 ‘슬램덩크’라는 단일한 작품과 그로 파생된 작품들에 주목하던 흐름은 이후 ‘귀멸의 칼날’의 새로운 극장 개봉판, ‘스즈메의 문단속’, 그리고 그 전에 일본 실사 영화로서는 ‘러브레터’ 이후 오래간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동명 소설 원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흥행이나 동시기 영화 및 애니메이션 이외의 영역에서 한국에서 보이는 인기는 한국 언론들로 하여금 “왜 일본 문화가 인기인가?”와 같은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도록 만들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동시에 근래 이와 같은 방향성에서 작성된 기사들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이러한 인기의 주된 근원을 ‘팬덤이 강하다는 것’에 한정하여 분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분석하는 접근은 일본 작품의 인기가 비슷한 시기 개봉해 인기를 얻었던 BTS(방탄소년단)의 공연 실황을 담은 ‘방탄소년단 : 옛 투 컴 인 시네마’나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공연을 기록한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의 인기와 비슷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하나는 초점을 쉽게 ‘MZ세대’ 같은 것으로 맞추면서, “요즘의 MZ세대는 과거에 비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낮다”는 등의 언급을 통해 대충 얼버무리는 식의 접근이다.

몰락론과 인기론, 문화를 이렇게 양분해 볼 수 있는가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언론들이 문화 영역에 대한 접근과 지속적인 맥락의 축적을 등한시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접근법이다. 분명 ‘슬램덩크’나 ‘귀멸의 칼날’에 한정하면 만화나 TV 애니메이션, 기타 여러 동인 활동으로 쌓아 올려진 ‘팬덤’이 존재한다. 그러나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넘어가면, 이는 앞서의 두 작품과는 다르게 특정 작품으로 이미 형성된 단단한 팬덤이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마치 봉준호나 박찬욱에 대한 고정적인 팬처럼 신카이 마코토에게도 ‘별의 목소리’나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같은 작품으로 형성된 팬층이 있다고 호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이러한 팬층이 특정 작품을 중심으로 뭉친 팬덤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하긴 어렵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명백히 팬덤을 위주로 관람이 이뤄졌을 방탄소년단이나 임영웅의 작품과 다르게, ‘더 퍼스트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은 100만명 이상 관객을 기록하는 대중적인 흥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별도의 분석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 오히려 이러한 방식으로 인기의 원인을 언급하는 것은, 이미 여론이나 몇몇 기사에서 타깃의 불분명함으로 지적받는 ‘MZ세대’ 등으로 근래 두드러지는 인기를 지적하는 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재)전성기’가 오기 전까지는, 다수의 한국 언론들이 말을 하던 것처럼 한국에서 일본 문화가 완벽히 몰락에 놓였냐에 대한 반문일 것이다. 분명 1998년부터 2004년에 걸친 일본 문화 개방 당시에 일던 우려처럼 일본 문화가 한국 문화를 완벽하게 점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돌 등의 영역에서는 좀 더 한국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어떠한 나라도 철저하게 산업 구조가 파괴되어 자체적으로 문화 산업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타국의 문화가 한 국가의 문화 향유를 완벽하게 장악하지는 못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현재까지 강력한 헤게모니를 지닌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가 지닌 높은 문화 권력과 별개로, 완벽하게 타국의 영화 산업을 점령할 정도까지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의외로 별로 많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그런 차원에서 살펴보면 일본 문화와 이를 기반으로 하여 나온 작품들은 지금처럼 박스오피스 상위권의 다수를 차지하지는 않더라도, 한국 작품과 미국 작품에 바로 다음 가는 꾸준한 영역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도 매년 개봉하는 ‘명탐정 코난’이나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 ‘원피스’와 같은 극장판도 최소 10만 관객의 흥행이 보장되고 최근 비슷하게 정기적으로 극장판을 개봉하는 위치가 된 ‘엉덩이 탐정’이나 ‘귀멸의 카날’도 이러한 일정한 흥행을 유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조금 초라해보일지 몰라도, 2020년 이전에도 1만명 내외의 흥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1990년대까지 한국 영화 산업에서 ‘제3세력’의 위치를 차지하던 홍콩 영화가 빠른 속도로 몰락하며 지속적인 팬의 재생산은 물론 개봉 자체가 어려워진 것과 비교하면 일본 영상 작품이 분명 고정적인 소비층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심지어는 더욱 필요 이상의 조롱을 받았던 일본 TV 드라마 역시 ‘채널J’나 ‘채널W’, 또는 온라인 전문 플랫폼 ‘도라마코리아’를 비롯해 전문적인 소개 창구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근래에는 ‘웨이브’나 ‘왓챠’처럼 일본 드라마를 각 플랫폼의 독점 서비스의 일부로 제공하는 곳도 생겨났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한일 양국의 관계를 경색시키는 이슈가 잊을만 하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청자층을 유지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일본 문화에 호감을 드러내는 이가 많았음을 드러낸다. 이런 상황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 같이 적절하게 관심을 대중적으로 넓게 퍼트릴 수 있는 몇몇 ‘기제’가 주어지면, 그리고 그에 경쟁할 수 있는 다른 작품들이 침체적인 분위기를 보이는 상황까지 겹쳐지면 이렇게 언제든지 흥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현재 한국 내에서 일본 문화의 인기가 보여주는 상황이리라.

▲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동시에 한국 내에서의 문화 향유가 그저 한국, 좀 더 나가봤자 미국 콘텐츠의 소비에서 그쳤는지를 비판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경제 규모를 지닌 타국과 대비하여 상당히 주류나 특정 장르에 편향된 경향이 강한 점을 고려해도, 한국의 미디어 향유자는 결코 한국 작품만에 한정한 소비 행태를 드러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6년 송운화와 왕대륙이 주연으로 등장해 인기를 모았던 ‘나의 소녀시대’ 이후로 최근 ‘상견니’ 극장판까지 계속되는 대만 청춘 로맨스에 대한 소비, 태국 드라마 ‘투게더’(2gether)나 중국에서 제작된 동명 웹소설 원작 애니메이션이자 드라마인 ‘마도조사’(魔道祖師) 등 BL이라는 두터운 장르에 기반한 문화 향유, 일본 이상으로 근래 강한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신’이나 ‘명일방주’, ‘소녀전선’ 등 중국 모바일 게임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가지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현황을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시선은 언론에서는 매우 드물게 발견하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을 때가 다반사이다. 대중들도 이러한 분위기 안에서 종합적인 접근보다는 피상과 고정 관념에 근거한 인식의 재생산에 쉽게 동참하며 협조한다. 몇몇 작품이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인기를 보일 때에는 어떻게든 기를 쓰며 그것은 몇몇 특정한 작품에 대한 인기일 뿐, 전반적인 문화 향유의 상황으로 볼 수 없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미디어는 물론 정부의 문화 정책도 작품에 대한 평가를 그저 국위선양의 수단으로, 시장 확대를 위한 견인차로만 취급하는 시선을 오랜 시간 반복하는 가운데 대중의 시선도 이에 맞춰 굳어지며 커진 셈이다.

그러나 근래 코로나의 긴 침체를 뚫고 영화관을 찾는 전체 관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도저히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국 상업 영화, 그보다는 사정이 났지만 좀처럼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오히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 같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싸움 속에서 자승자박을 이어나가는 아이돌 일변도의 한국 대중 음악 같이 시장 확대만을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부은 결과는 역설적으로 또 다른 빈곤을 낳고, 또 다른 향유의 충족을 위해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콘텐츠에 더욱 관심을 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저 크기에만 집중했던 선택이, 역설적으로 이젠 그렇게 키운 크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단계로 흐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이나 미디어는 근래의 현상에 대한 세부적 접근 대신, 이러한 변화가 단지 일시적인 흐름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침소봉대하거나 접근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피상적인 접근의 난무 속에서, ‘몰락론’과 ‘인기론’은 그저 동전의 양면에 불과할 뿐이다. 현재 한국의 사회적 맥락에서 어떤 작품들이 어떤 연결망을 거쳐 인기를 얻는지를 보는 대신, ‘꼬리표 붙이기’라는 매우 쉽고 자극적이지만 의미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는 접근법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이러한 식의 명명이 지니는 진정한 이름은, 한국 문화 그 자체는 물론 한국 문화가 자신이 놓인 현상 자체를 인식하는 시선도 파산의 위기를 겪고 있음을 보이는 하나의 ‘위험신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