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타니 마사오' 조부 친일경력에 정진석 입장 물어보니…

임선숙 "'오오타니 마사오' 정인각 총독부가 만주사변 공로자 공적 조서 작성해줘" "조부 친일행적 한번이라도 사과한적 있나" 장경태 "조부 친일이어도 생각 고쳐먹어야" 정진석 "타 태어나기전 작고, 철지난 친일타령 시대착오적"

2022-10-13     조현호 기자

조선 패망 원인이 조선 정부에 있고, 일본이 조선과 전쟁한 적이 없다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식민사관 발언에 그의 조부 친일 행적까지 공개되는 등 파문이 되레 커졌다.

거듭 사과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도 정 위원장은 자신의 말이 역사라며 공부 좀 하라고 맞서고 있다. 조선총독부가 공로자 공적 조사까지 써준 것으로 드러난 조부의 친일행적까지 소환되자 정 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작고하신 조부를 소환했다며 철지난 친일타령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임선숙 변호사는 12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조부 행적을 상세히 공개했다. 임 변호사는 정 비대위원장 조부 정인각의 창씨개명 이름이 ‘오오타니 마사오’라면서 “특히 정인각은 창씨개명했다고 조선 총독부 신문이 보도해 줄 만큼 친일파 인사였다”고 소개했다.

임 변호사는 “정 위원장 조부는 정 위원장이 일본이 국운을 걸고 청나라를 제압했다고 감탄해 마지않는 바로 그 만주사변에서 공을 세운 것으로 조선 총독부가 만주 사변 공로자 공적 조서까지 작성해 준 사람”이라며 실제 해당 공적 조서를 제시했다. 임 변호사는 이 공적 조사가 네 가지로 되어 있다면서 △군수 물자의 조달금에 관한 사항 △군사 원호에 관한 사항 △여론 환기‧국방 사상 보급 및 선전에 관한 사항 △국방 헌금 및 애국기 헌납자금 모집에 관한 사항 등이라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정 위원장 조부가 일본에 엄청난 금액의 비행기 헌납금을 모아 바쳤고, 군수물자 조달, 공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식민지 조선 사람들에게 일본에 충성하라는 시국 강연회과 국방 사상 보급에 앞장섰다”고 밝혔다.

▲임선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변호사)이 12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조부 친일 행적이 쓰여진 조서(조선총독부 공적 조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임 변호사는 “친일파 조부를 둔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일 인식을 감추지 못하고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일제 극우의 침탈 논리를 선전하는 반민족적 망언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하다 못해 참담하다”며 “정 위원장이 지금까지 조부의 친일 행적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신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 번이라도 반성하는 마음, 사과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이런 발언은 도저히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역사를 부정하고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주는 이 친일 망언에 대하여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라”며 “당장 비대위원장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회의에서 “조부는 친일파여도 지금은 생각을 고쳐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은 보수정권이 아닌 친일정권, 매국정권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정 위원장이 어느 나라 여당 대표이냐며 “조선 총독입니까? 이것이야말로 후안무치한 망발이고 경박한 역사 인식의 극치”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정 위원장 조부 친일 행적을 빗대어 사과를 촉구했다. 특히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회의 이후 ‘민주당은 정 위원장 친일 발언이 조부의 친일 행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그것까지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역사에 있어서 친일의 역사라는게 분명히 있지 않느냐”며 “그거에 대한 역사의식이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없는데, 그 조부에 대한 친일 행위가 있다면, 우리나라 역사성에 대해 인정한다면 사과하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조부의 친일행적까지 공개된 것에 대한 입장까지 밝히지는 않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12일 저녁 조부의 친일 행적과 정 위원장 발언의 연관성을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답변을 내놓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민일보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한 뒤 전날 페이스북 식민사관 글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보낸 문자메시지 답변에서 “제가 태어나기 전에 작고하신 할아버지를 대대적으로 소환해 떠올려 주셔서 고맙다”며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된 바 없는 제 할아버지는 일제말기와 6‧25 당시 두차례 마을 면장을 지냈다”고 답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친께서도 일제 때 농협 계장을 지내셨다고 들었다”며 “철 지난 친일 타령,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한다. 이젠 克日을 얘기하며 미래로 힘차게 전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본인의 페이스북 글에 비판이 쏟아지자 12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쓴 내용이 다 역사라며 공부 좀 하라라고 했다. 그는 11일 오후에도 재차 페이스북에 자신이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한 적이 없다’고 쓴 것을 들어 “전쟁 한번 못하고, 힘도 못써보고 나라를 빼앗겼다는 얘기”라며 “논평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한다. 기가 막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 비대위원장은 전날 아침 페이스북 글에서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며 특히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써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