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법인세 명목세율 비교 팩트체크가 불성실한 보도인 이유

2022-06-25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새 정부의 첫 번째 경제 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핵심은 감세다. 법인세·재산세·종부세를 감세한다고 한다. 또한 주식 양도차익 과세 요건도 현행 10억원 주식 보유자에서 100억원으로 크게 상향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인세 감세다. 세수 감소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책이 발표되니 언론에선 팩트체크를 한다. 가장 간단한 팩트체크는 한국 법인세율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이다. 문제는 팩트체크 내용이 사실상 틀린 것이다. 많은 언론에서 국회예산정책처를 인용해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인데 OECD 평균 21.5%에 비해 높다고 했다. 미국(21%)이나 일본(23.2%)는 물론이고 독일(15.8%)보다 높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한다.

▲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교하고자 한다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경제 6월17일자 기사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 팩트체크는 틀렸다. 팩트체크를 팩트체크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부담정도를 비교하고자 한다면, 중앙정부에 내는 법인세율만 비교하면 안 된다. 한국은 중앙정부에 25% 내고 지방정부에 2.5%를 납부하니 총 27.5%다. 반면 독일은 중앙정부에 15.8% 내고 지방정부에 14.1%를 납부하니 총 29.9%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교하고자 한다면, 지방정부에 내는 법인세까지 포함해야 한다. 

[관련기사 : 한국은 진짜 미국보다 세율이 높을까]

그런데 진짜 문제는 법인세 명목세율 비교 자체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란 것이다. 명목세율은 법형식적으로 규정된 세율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 내는 세금은 명목세율이 아니다. 각종 공제, 비과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기업이 실제로 내는 세금인 실효세율을 비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효세율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일관된 기준은 없다. 연구에 따라서 한국 실효세율은 높게도 또는 낮게도 나온다. 다만 OECD 실효세율 자료를 인용하면 한국의 실효세율 25.9%는 일본, 독일, 프랑스보다는 낮지만 미국, 영국, 이탈리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업의 실제 부담 정도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법인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험 부담을 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 재원으로 사회보험 정책을 펼치나 기업이 직접 사회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의 경제적 실질은 비슷하다. 그래서 월드뱅크 자료를 통해 기업의 법인세와 부담금을 합친 기업의 총부담 비율을 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즉미국의 법인세 부담은 한국보다 적지만,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지출이 많아 기업의 총부담 규모는 한국보다 훨씬 높은 36.6%다. 한국은 각종 부담금에 대한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법인세를 많이 걷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기업의 법인세 세율, 특히 명목세율, 그것도 중앙정부에 부담하는 법인세 명목세율만 국제 비교를 하고 팩트체크라고 하는 것은 불성실하다. 특히 많은 언론이 인용한 국회 예산정책처 중앙정부 법인세 명목세율 비교표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지방정부까지 포함된 명목세율 비교표가 나온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 인용된 지방정부까지 포함된 표를 인용하지 않은 것도 성실성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다른 나라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것과 부자감세가 아니라는 것에는 논리적 상관관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 법인세 명목세율과 실효세율, 총부담금 비교. 자료=이상민

 

진짜 본질적인 문제는 법인세율 보도의 핵심은 국제 비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정책이 다 그렇지만 법인세를 감세하면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발생한다. 장점은 기업의 이익이 증가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세수가 준다는 것이다. 이 장점과 단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법인세 보도의 핵심이어야 한다. 

일단 정부는 세수 감소라는 단점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법인세율이 낮아지면 기업의 투자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해 법인세수가 오히려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모든 정책 도입 시에는 실증분석이 필요하다. ‘뇌피셜’만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법인세율을 낮췄을 때,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가 증가한다는 실증연구는 사실상 없다. 

둘째로 기업의 이익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인세율 인하와 투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실증연구는 무수히 많다. 다만 결론은 다르다. 투자증대 효과가 없다는 연구도 있지만, 투자증대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어느 하나의 연구를 인용하는 것보다 이런 연구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메타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팩트체크를 팩트체크 해야 하는 것처럼, 연구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럴 때 언론은 어느 한두 연구만 취사선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이준구 교수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가 투자행위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작다는 결론이 압도적으로 많고, 조세가 투자행위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는 이론적 측면에서 평가는 거의 컨센서스에 가깝다. 시카고대학의 굴즈비(A. Goolsbee) 교수를 인용해 법인세 인하 효과를 정리하면 투자 촉진 효과는 적지만 (세수 감소 같은)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 정책이다. 

결국 법인세 인하를 다루고자 한다면 법인세 인하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상정하고 그 장점(기업 이익의 증가)의 의미와 단점(세수감소)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법인세 부담 국제 비교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국제 비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인세와 각종 부담금을 총체적으로 비교하는 것이다. 그것보다 부분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실효세율 비교 자료며, 이보다 제한적인 것은 명목세율 비교다. 특히 중앙정부만의 명목세율 비교는 오히려 기업의 법인세 부담의 진실을 가릴 수 있는 나쁜 정보다. 좀 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기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