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7일 최승호 신임 사장 체제를 시작하며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최승호 사장이 임원실이 있는 14층을 가리키며 “어둠의 기운이 많이 사라졌다”고 농을 던질 만큼 취임 이후 극적인 행보들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해직된 언론인 6명이 2000여일만에 복직했다. 사내에서 ‘해직’과 마찬가지의 유배생활을 겪었던 언론인들 또한 속속 핵심 보직을 맡으며 MBC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해직언론인 6인 가운데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용마 MBC기자를 제외한 5인은 사내 핵심 보직을 맡으며 MBC 재건의 선봉에 섰다. 최승호PD는 사장이 되었고, 박성제 기자는 보도본부 취재센터장 겸 뉴스혁신TF팀장을 맡게 됐다. 박성호 기자는 MBC ‘뉴스데스크’ 메인앵커를 맡게 됐으며, 정영하 기술감독은 정책기획부장을 맡게 됐다. 강지웅PD는 MBC 간판시사프로그램 ‘PD수첩’ CP를 맡기로 했다.

▲ 12월11일 서울 상암동 MBC본사에서 해직자 복직 행사가 열린 모습. ⓒ이치열 기자.
▲ 12월11일 서울 상암동 MBC본사에서 해직자 복직 행사가 열린 모습. ⓒ이치열 기자.
이 같은 인사는 김재철-안광한-김장겸 MBC체제에서 비제작부서로 쫓겨나며 유배생활을 했던 이들의 전면 귀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상징하고 있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1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변창립 부사장, 정형일 보도본부장,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 구자중 경영본부장, 김종규 방송인프라본부장, 박태경 디지털기술사업본부장 등6명의 본부장(이사) 인사를 단행했다. 대부분 파업 참여 이후 경영진 탄압을 받으며 심의부, 신사업개발센터 등 비제작부서로 밀려나 있던 인사들이다.

MBC 신동호 아나운서국장 후임으로 임명된 강재형 신임 아나운서국장 역시 주조정실로 밀려나있던 인물이다. 문호철 보도국장 후임으로 임명된 한정우 신임 보도국장은 경인지사 문화사업국으로 유배당했던 인물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로는 2012년 파업 당시 보도민실위 간사를 맡았다가 보도국에서 쫓겨났던 이재훈 기자와 MBC 경영진의 모멸적 인사관리와 부당노동행위를 논문으로 펴낸 임명현 기자가 발탁됐다.

김장겸 체제에서 마지막까지 버텼던 오정환 보도본부장 이하 주요 간부들은 대부분 면보직됐다. 2012년 이후 입사했던 100여명의 시용·경력기자들 가운데 문제적 인물들은 징계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BC 보도본부 고위관계자는 “(이들이) 현재 시용·경력 상관없이 MBC에서 보도할 자격이 있는지를 보고 있다.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보도본부에 발령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내 불공정보도 백서나 노사공동 MBC재건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가 있는 기자들은 사규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 전했다.

▲ 지난 8일 첫출근에 나선 최승호 신임 MBC사장. ⓒ이치열 기자
▲ 지난 8일 첫출근에 나선 최승호 신임 MBC사장. ⓒ이치열 기자.
최 사장은 적재적소 인사배치와 더불어 조직개편에 나섰다. MBC구성원들의 제작 자율성 확대, 창발성 극대화를 유도해 최단기간 내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목적이다. 기존 편성제작본부가 해체되고 편제본부에 있던 시사제작국은 보도제작국으로 이름을 바꿔 보도국으로 갔다. 지난 정부에서 해체됐던 시사교양국은 시사교양본부로 격상돼 부활했으며 시사교양, 라디오, 드라마, 예능 본부는 사장 직속으로 재편됐다.

MBC의 한 부장급 인사는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콘텐츠 생산능력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로 사장이 독립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외풍을 걷어내겠다는 조치”로 해석했다. MBC 시사교양본부 관계자 역시 “콘텐츠강화를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사장의 의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내부에선 개편된 구조가 사장 개입에 취약해서 최 사장에 대한 구성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예외적·단기적 조치로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향후 MBC정상화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만간 사원인사 이동까지 마무리되면 MBC 지역사 및 관계사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조직 및 인사개편이 끝난 뒤 노사가 상견례를 갖고 국장책임제를 포함한 단체협약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MBC정상화작업에 경쟁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은 MBC가 최승호 사장을 선출한 지난 7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경쟁사들은 이미 전열을 정비했거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며 “우리도 이제 다시 출발선 앞에 서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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