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과 추경호 자유한국당의 질문에 “정책실장은 스태프”라며 “고용상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22일 2면에 ‘정책 엇박자 불편한 동거’라는 문패를 달고 <경제 투톱 표현에 불쾌감… 김동연 “張실장은 스태프”>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도 김동연 부총리의 이 발언을 옮겨 3면 머리기사에 <“정책실장은 스태프”… 김동연, 이번엔 주52시간 속도조절 꺼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누가 김&장을 앙숙으로 몰아가는가

국회의원들은 이날 김동연 부총리에게 집요하게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계를 캐물었다. 이에 김 부총리는 “(장 실장과) 기본적으로 큰 사회적 인식, 그리고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시각이 일치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또는 시장과의 소통과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점에서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 동아일보 2면
▲ 동아일보 2면

같은 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도 기자들과 만났는데, 여기서도 기자들은 장 실장과 김 부총리 사이의 엇박자만 집요하게 물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김 부총리, 장 실장이 다 같이 토론을 할 때도 시각 차이는 드러난다. 정부정책을 끌고 가는 사람 모두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관점을 갖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 역시 지극히 상식적인데 다음날 신문에는 이분법적 대립으로 각을 세워 보도하기 일쑤다.

조선일보는 22일 5면에 김 부총리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최저임금 부작용”… 김동연의 작심 발언? 이미지 관리?>라고 제목 달았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두 사람 사이에 “이견이 없다”고 발언지 하루 만에 김 부총리가 또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평가했다. 늘 이런 식이다. 이렇게 갈등에 군불만 떼면 ‘경제’는 누가 살리나.

▲ 한겨레 3면
▲ 한겨레 3면

소득주도성장, 동아일보는 ‘수정 가능’ 조선일보는 ‘수정 없다’

동아일보는 22일 1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소득주도성장의 방향 수정은 열려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22일 5면에 동아일보와 달리 <靑 “소득주도성장 수정 열려있다”… 몇시간 뒤 “정책 변경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같은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따온 보도였는데,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소득 주도성장 정책의 수정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밝혔다가 정부의 정책변경으로 해석되자 다시 수단의 유연성을 언급한 것이지 소득주도 성장의 변경을 말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혼선에 무게를 실었다.

도대체 수정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독자는 답답하다. 그러나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던 동아일보 기사의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수정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아일보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지만 소득주도성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 위는 조선일보 5면, 아래는 동아일보 1면
▲ 위는 조선일보 5면, 아래는 동아일보 1면

같은 자리에서 말한 걸 놓고 두 신문의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제목을 달았는지 답답하다. 듣고 싶은 단어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전체를 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여러 말을 하면서 기자들에게 혼돈을 준 점도 있겠지만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썼으면 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를 보는 갈린 시선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중에서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4가지 담합 유형에선 검찰이 직접 수사해도 무방하게 문을 열었다. 그동안 공정위가 기업, 특히 대기업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을 개선하려는 정부 의지로 보이는데, 22일자 신문은 대부분 기업의 반발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4면에 <검찰도 쥔 기업 채찍… 재계 “저승사자가 둘로 늘었다” 초긴장>이란 제목으로 이 사실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공정위에다 검찰가지 불공정거래 수사권 가지면’이란 제목의 사설도 실어 기업의 볼멘소리를 담았다. 중앙일보는 ‘공정거래 전속고발권 폐지, 국회에서 재검토해야’라는 제목의 사설로 공정위와 법무부가 합의해 발표한 이번 조치를 되돌리라고 주문했다.

한겨레도 이번 발표를 우려했다. 한겨레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겨레는 22일 1면에 ‘대기업 봐주기 전속고발권 폐지, 공정위 고발 없어도 검찰이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로 사실관계를 전한데, 이어 4면에 ‘대기업 갑질 검찰에 칼자루…공정위 솜방망이 처벌 개선될까’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어 공정위에 이어 검찰도 솜방망이 처벌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요청한 사건 238건 가운데 검찰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건 27%에 불과했다.

▲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4면, 사설, 한겨레 1면, 중앙일보 사설.
▲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4면, 사설, 한겨레 1면, 중앙일보 사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