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직후 반파된 함수와 함미 중 함수 선체가 떠내려오다 최종 침몰된 위치를 이명박 정부가 발간한 공식 책자인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서 잘못 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는 해당 백서에서 실제 위치보다 약 800~900m 남쪽에 침몰지점을 표기했으며, 수심도 실제보다 크게 낮게 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책자는 천안함 사건 발생 1년 만에 35명의 발간‧집필‧자문단이 작성했다. 당시 제기된 의문과 혼선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도 천안함 선체의 위치조차 해도에 엉뚱한 곳에 기입한 사실이 7년이 지나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10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립해양조사원의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 제출 사실조회 회신 자료에 따르면, 국립해양조사원은 천안함 함수의 최종 침몰 위치인 백령도 남방 37-54-20N, 124-40-59E 지점의 수심이 24m라고 밝혔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 수심(24m)을 1992년 수로 측량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 1년 뒤 발간한 공식 책자인 ‘천안함 피격사건백서’에는 해당 지점의 수심에 대해 표에는 20m로, 해도상에는 5~10m로 기록돼 있었다. 특히 백서의 해도에 표기된 함수최종 침몰위치는 실제 위치보다도 약 800~900m 남쪽이었다. 정부는 백서의 해도에 ‘함수함체 침몰 위치’로 붉은 점을 표시하고, 장촌해안으로부터 2.7km 지점이라 설명했다. 해도위의 해당 지점 수심의 경우 5~10m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더구나 함수 침몰지점에서 탐색구조 작업을 현장지휘했다는 권영대 당시 UDT 대대장은 해당 지역의 수심을 24~30m라고 자신의 저서와 법정에서 증언했다. 권 전 대대장은 법정에서 “해도가 아니고 현장에서 잠수사의 수심 게이지를 갖고 20미터 수준부터 30미터 수심을 최대 수심으로 (측정한 것)”이라고 증언하는 등 수심이 30m까지 나왔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때문에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피고) 측 변호인은 지난 5월18일 공판에서 국립해양조사원에 사실조회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사실조회를 신청한 지 약 3~4개월 만에 회신이 온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사실조회 결과 정부의 천안함 백서에 나온 좌표를 그대로 해당 해도에 대입하니 실제 함수의 최종 침몰 위치는 백서에 표기된 위치에서 800~900m 북쪽이었으며 수심도 24m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실린 도면(해도)에 대해 “백령도 인근의 No.315 해도이며, 2004년 10월에 개정된 해도의 일부분임”이라고 확인했다. 정부가 인용한 해도가 실제 백령도 앞바다 해도인 것은 맞지만, 함수최종 침몰위치가 해도에 좌표대로 표기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달 5일 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신자료. 천안함 함수 최종침몰 위치가 정부의 천안함피격사건 백서의 해도에 표시된 위치가 틀렸음을 보여준다. 사진=사실조회 회보 중 갈무리
▲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달 5일 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신자료. 천안함 함수 최종침몰 위치가 약 24m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정부 천안함피격사건 백서의 해도에 표시된 위치(수심 5~10m)가 틀렸음을 보여준다. 사진=사실조회 회보 중 갈무리
▲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실린 함수 이동경로 및 최종침몰위치 표시. 해도를 보면, 최종침몰위치의 수심이 5~10m로 나온다. 사진=천안함 피격사건 백서 41쪽
▲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실린 함수 이동경로 및 최종침몰위치 표시. 해도를 보면, 최종침몰위치의 수심이 5~10m로 나온다. 사진=천안함 피격사건 백서 41쪽
국립해양조사원은 이 같은 자료를 지난달 5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천안함이 반파된 이후 어떠한 경로를 따라 최종 침몰위치까지 이동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상철 전 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이 같은 오류를 지적했다. 윤준 서울고법 형사5부 재판장은 지난달 26일 공판 시작에 앞서 “백서에 있던 함수의 위치 표시가 잘못된 것 같다”며 “국립해양조사원의 사실조회 회신을 보면, 좌표가 37-54-20N, 124-40-59E인 것은 같은데, 그(것을 표시한) 점이 다른 데에 있다”고 밝혔다.

윤 재판장은 “그렇다고 하면 과거 백서 상에, 백서를 보고 그 수심이 24m에 못 미친다고 얘기하는 것은 백서만 갖고는 그렇겠어요”라고 말했다.

신상철 전 위원은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백서에 실린 해도에 위치표시를 이렇게 허술하게 만든 것은 정부의 잘못”이라며 “해군에서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위치를 틀린 곳에 찍었다는 것은 백서의 부실을 넘어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신 전 위원은 “백서대로라면 함수 선체의 크기를 고려할 때 배가 바닥에 질질 끌리면서 지나갔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함수가 이 이동경로로 지나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백서에 표시한 함수 최종 침몰 위치가 틀린 것이 판명된 만큼 최종 침몰 위치 뿐 아니라 함수의 이동경로 전체를 다시 조사해서 새로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 사령부 안보공원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수. 사진=조현호 기자
▲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 사령부 안보공원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수. 사진=조현호 기자
권영대 대대장 등이 작업을 지휘했다는 함수위치에 대해서도 신 전 위원은 “함수를 인양한 뒤 함수의 자이로실에서 박성균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며 “그 전까지 함수에서 탐색구조를 하면서 도대체 무슨 작업을 했다는 것인가. 위치와 수심조차도 이렇게 맞지 않으니 이들이 함수에서 작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뢰성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부가 발표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보고서’ 외에 정부 공식 책자인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조차 사건의 핵심요소에서 사실관계를 틀리게 썼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백서는 천안함 사건 1년을 맞은 지난 2011년 3월26일 발행했으며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백승주 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 19명이 위원으로 참여한 발간위원회와, 최북진 군사편찬연구소장 등 11명이 참여한 집필위원회, 차기환 위원 등 5명의 위원이 참여한 자문위원회 등 모두 35명의 제작진이 총동원됐다.

다음은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달 5일 서울고법 형사5부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신 자료이다.

사실조회 회보자료

2017. 9. 5 국립해양조사원

1. 2010년 국립해양조사원 발간 해저지형도(2010년 발간하지 않았을 경우 2010년 기준 가장 최근에 발간한 해저지형도)를 기준으로 한 백령도 남방 37-54-20N, 124-40-59E 지점의 수심 깊이(m)

→ 상기 지점의 수심 : 24m(1992년 수로 측량 결과)

*(참고) “해저지형도”는 “해도”로 표현함이 적절

2. 별첨 해도가 제1항의 백령도 인근 해저지형도의 일부분인지 여부

→별첨의 도면은 백령도 인근의 No.315 해도이며, 2004년 10월에 개정된 해도의 일부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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