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경영진이 조직개편 과정에서 사전에 노동조합 의견을 들어야 하는 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직개편안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5일자 노보를 통해 “조직개편은 취업규칙변경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측은 개편을 앞두고 반드시 노조의 의견을 들어야 했지만 일방적 통보, 미확정 상태의 조직개편안 공개와 언론 유출 등 파행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MBC노조는 “특히 담당 임원이 조합 집행부에게 문자 메시지로 개편안을 일방 통보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노동조합 탄압이 극악으로 치닫던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에서조차도 조직 개편이나 사규 개정이 추진될 경우 형식적으로나마 미리 담당자가 공식적으로 노조를 방문해 조합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았다”고 지적했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새 경영진은 “최대한 빨리 조직을 추스르고 인사 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절차상 매끄럽지 못했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또 벌어졌다. 경영진이 조직개편안을 일부 수정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노조 측에 설명과 의견도 듣지 않았다는 것. 이에 노조는 지난 13일 공문을 보내 공식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이에 새 경영진은 같은 날 노조에 공식 사과하며 “향후 관련 절차를 반드시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법과 절차는 사람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노사 관계에서 임원들은 더 이상 선배가 아니라, 원칙과 절차를 밟아야 하는 엄연한 사용자 측”이라고 강조했다.

▲ 최승호 신임 MBC사장 취임 이후 개편된 MBC 조직구조. ⓒMBC
▲ 최승호 신임 MBC사장 취임 이후 개편된 MBC 조직구조. ⓒMBC
MBC노조는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노조는 △사장이 제작 부문을 직속 총괄하는 점 △기획본부를 기획편성본부로 바꿔 편성과 예산을 총괄하게 된 점을 주요 특징으로 꼽은 뒤 “사장이 제작부문을 총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최승호 사장은 “제작부문을 사장 직속으로 두고 강력한 지원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편 취지를 설명했지만 노조는 “사장이 제작부문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쟁점을 조정하느라 결국에는 회사 경영과 콘텐츠 복원 둘 다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신설된 기획편성본부에 대해서도 “편성과 예산을 임원 한 사람이 모두 총괄하게 된 것은 MBC 창사 이래 가장 강력한 권한”이라며 “임원 한 사람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새 경영진은 과거 ‘PD수첩’ CP를 맡았던 조능희씨를 신임 기획편성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이밖에도 노조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세밀한 디지털 전략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MBC노조는 “경영진은 이번 조직개편이 한시적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구성원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유연하게 대응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MBC내 적폐청산을 위한 조직·인사 재정비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일단 재정비 작업에 나서되, 내부 우려를 추후 조직개편에 반영해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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