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취재 외신기자들에게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TV조선 보도가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9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 뉴스7 5월19일 방영분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 6인(강상현·허미숙·이소영·심영섭·김재영·윤정주)은 모두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반면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문제 없음’ 의견을 냈고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과 이상로 위원은 심의에 항의하며 퇴장해 ‘기권’ 처리됐다.

▲ 오보 논란을 빚은 5월19일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오보 논란을 빚은 5월19일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과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들은 심의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TV조선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이게 SBS, JTBC 보도였어도 이렇게 문제 됐겠나. 의결 회피하겠다”고 밝히며 퇴장했다.

의견진술차 출석한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청와대의 언급이 나온 다음 제재 결정을 내린다면, 외신기자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가슴 아프다. 저 자신이 조선일보 있을 때 통일기획을 했고, 남북교류를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 관계자도 만났다. 납득할 수 없는 조치를 내린다면 후속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장 큰 쟁점은 ‘오보’로 단정할 수 없는데 제재할 수 있는지였다. 주용중 보도본부장은 “심의위원들마저도 오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저희에게 법정제재를 주실 수 있는지, 형평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TV조선은 자사 보도 이후 북한이 무리한 취재비 요구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오보 판단과 별개로 △취재원으로부터 들은 불명확한 사실을 ‘북한의 공식 입장’처럼 단정한 데다 △본질을 파악하기 힘든 사안에 관한 적극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했고 △1만 달러가 공식적인 취재비인지에 TV조선의 진술이 바뀐 점 등이 객관성 조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오보’가 아닌 ‘객관성’ 조항을 적용할 경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처럼 ‘단정’한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볼지 논쟁도 이어졌다. 기자 출신 전광삼 상임위원은 “기자들이 어떻게 하는지 최소한의 이해도 안 된 것 같다. 기자들은 들으면 쓴다. 취재원과 신뢰관계가 있다면 믿고 쓴다”고 강조했다.

▲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반면 이소영 위원은 “기자가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이 돼야 한다”며 “보도 시점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시청자가 이해하게 전달했느냐. 기사에서 쓴 표현, 앞뒤 맥락이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됐는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TV조선은 ‘비공개 의견진술’을 통해 구체적인 취재 정보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할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방통심의위를 압박했지만 이소영 위원은 “말장난”이라고 일축했다.

이소영 위원이 “우리가 녹취록을 보고 나서 처분을 내리면 무조건 수용할 건가”라고 묻자 주용중 보도본부장은 “그건 다른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자 이소영 위원은 “자꾸 녹취록이 있다며 손에 쥐고 흔드시는데 우리의 모든 처분은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 법정에 가면 그 근거인 녹취내용을 밝혀야 하는데 비공개를 전제로 의견진술을 하는 건 장난하고 계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용중 보도본부장이 “말씀이 지나치시다”고 하자 이소영 위원은 “스스로 공개할 내용 아니면 비공개 의견진술같은 방식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TV조선이 주의 제재를 받으면서 4기 방통심의위에서 TV조선은 2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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