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재조사를 통해 북한에 누명씌운 것이 밝혀지면 북한에 사과해야 한다’는 글을 썼던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민주평통 자문위원직에서 사퇴했다. 민주평통은 18일 윤 교수가 이달 중순경 제출한 사직서를 처리중이라고 밝혔다.

윤진성 민주평통 대변인은 이날 “이달 초부터 윤 교수가 이미 자문위원을 그만둬야겠다는 사퇴의사표시를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18기 민주평통 인천 연구수협의회 자문위원이 됐으나 1년도 안돼 물러난다.

윤태룡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퇴의 변에서 “최근 제가 올린 글이 크게 이슈화돼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윤 교수는 “한 글자도 후회하는 바 없으나, 어쨌든 논란이 되어 현 정부에 크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윤태룡 페이스북
▲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윤태룡 페이스북
윤 교수는 “지난 8년간 천안함 자료를 구하여 읽고, 소신을 몇 줄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 파장에는 저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후회는 결코 없으나, 현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 느꼈다”며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고 썼다.

윤 교수는 앞서 민주평통 기관지 ‘통일시대’에 지난 6월호에 실린 ‘전략적 패러독스 상황 극복하고 공동안보 향해 나아가자‘는 기고글에서 “천안함 사건도 반드시 재조사해 진실을 규명하고, 그 결과 북한에 엉뚱한 누명을 씌운 것이 밝혀지면 남측은 북측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썼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 보수매체 뿐 아니라 천안함 유가족도 비난에 나섰다. 특히 애국문화협회라는 단체의 대표 전훈씨는 지난달 26일 건국대 (신)정문 앞까지 찾아가 윤 교수가 찍힌 현수막을 걸고 막말과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는 “이런 빨갱이 같은 XX를 교수라 앉혀놓고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현수막을 태워버리려고 했다…해임될 때까지 나혼자라도 1인시위 하겠다” 등의 주장을 폈다.

윤 교수는 건국대 학생 일부가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임을 단정짓고 윤 교수에 ”실망스럽다”거나 거칠게 따져묻는 대자보내용 두 건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그러나 윤 교수는 “외압같은 건 전혀 없었다. 제 성격에 외압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오히려 다 폭로하고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윤 교수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됐으니 대북정책이 바뀔 것같아 돕기 위해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하기로 했으나 내 기고글로 논란이 됐다. 글을 쓴 것은 양심에 떳떳하며 후회는 없다. 사퇴 결정은 외부 압력이나 (수구단체) 위협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주평통 기관지 통일시대 7월호에는 이성후 천안함46용사유족회장이 ‘국민여러분, 천안함 46용사의 명예만은 지켜주세요‘라는 반박기고를 실었다. 이 회장은 윤 교수의 글에 “터무니없는 주장이 여과없이 실림으로써 유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잠겨야했다“고 썼다.

※ 기사 보강 : 2018년 7월19일 오전 9시40분

▲ 민주평통 기관지 통일시대의 지난 6월호에 실린 윤태룡 건국대 교수의 기고 글. 사진=민주평통 통일시대
▲ 민주평통 기관지 통일시대의 지난 6월호에 실린 윤태룡 건국대 교수의 기고 글. 사진=민주평통 통일시대
▲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수. 사진=조현호 기자
▲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전시중인 천안함 함수.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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