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언론인협회(IPI)총회를 계기로 마치 한국이 ‘언론선진국’으로 진입한 듯이 평가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크게 우려해, 한국 언론의 현실이 호도되고 있는 사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엄중히 항의한다. 우리는 현행 노동법의 독소조항인 ‘제3자 개입금지 위반’이란 명목으로 권영길 전언노련위원장에 특별검거령을 내리는 한국의 인권현실을 재삼 적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IPI총회가 열리기 보름전 1백여명이 사망한 대구시 가스폭발사고의 축소보도 책임이 선거를 앞둔 정부의 언론통제에 있다는 사실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행하는 주간신문 <미디어 오늘>이 보도했듯이 정보기관안에 ‘언론대책반’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은 분명 한국의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IPI총회가 북한 정부에 개방을 촉구하면서 주장한 △모든 언론인들의 자유로운 여행과 △언론과 의사소통의 자유 등이 한국에서도 제한받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둔다. 한국 언론인들은 여전히 북한 취재에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남북문제 관련 자유보도 또한 국가보안법에 묶여 크게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IPI총회에서 한국이 언론자유를 구가하고 있다는 식의 논리와 북쪽에만 일방적으로 개방을 촉구하는 결의 등으로 본의아니게 IPI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또 정부와 언론기업주들이 내용없는 대외 과시적인 행사보다 실질적인 언론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간곡히 요구한다.

1995년 5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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