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의 이중성 사라져야
[사설] 언론의 이중성 사라져야

노사 관계의 본질이 갈등적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노사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기본 자세가 돼있지 않은 것 같다. 현대그룹이 엄청난 돈을 들여 ‘노사불이’ 광고를 하는 것도 몇몇 신문들이 노사화합의 캠페인성 기사를 크게 다루는 것도 사실 공연한 짓에 가까운 일이다.

이번 현대자동차와 한국통신의 사태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언론이 노사간에 존재하는 갈등의 심층을 들여다보기를 거부한 채 모든 파업은 ‘악’인듯 보도하는 것은 그 갈등을 점점 심화시킬 따름이다.

우리 언론은 갈등의 실체를 분석하고 그 해법을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갈등 자체를 죄악시하고 엄연히 헌법과 관계법에 의해 보장되어 있는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범죄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같은 잘못된 경향을 버리지 않는 한 언론은 이미 노사문제와 관련된 발언 자격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현단계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인 바람직한 노사 관계정립을 위해서는 특정 기업이나 노조의 잘잘못을 가리는 일보다는 노사가 공정하게 교섭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같은 장치 가운데 정부와 언론은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노동관계법의 합리적 개정, 노동 행정의 형평성 유지를 외면하고 있으며 언론은 노사문제에 대한 공정한 여론 형성 기능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지난 19일 유엔의 사회권위원회의에서 유례없이 강력한 어조로 개정할 것을 권유한 우리의 노동관계법이 계속 유지되고,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이같은 결정에 대해 세계화를 부르짖던 정부나 홍보의 최전선에 나섰던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이같은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파업에 들어가지도 않았으며 들어갈 구체적 계획도 없는 한국통신 노조를 향해 ‘국가전복’ 운운하는 대통령이 있는 한, 대통령의 그같은 말을 1면 머리기사에 그대로 옮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언론이 있는 한 안정된 노사관계의 정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우리 언론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하면서까지 강화된 노동강도와 해고의 부당성, 그리고 회사의 병영 통제적 노무 관리를 고발하고자 한 노동자들의 아픔과 분노에는 눈을 돌리고 경찰력의 투입을 ‘속시원히 잘했다’는 식의 보도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노사간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채 깊이 내면화되어 시한 폭탄으로 잠복해 있을 수밖에 없다.

언론은 이제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 검찰과 경찰의 발표, 자본의 이해만으로 지면과 화면을 채우는 ‘편향된 선택’을 사실 보도라는 미명하에 공공연히 자행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언론의 가장 본질적 가치를 노동 문제 보도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언론의 당파성과 이중성이 사라질 때 노사 문제의 바람직한 해법이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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