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9일 인터넷 매체를 통한 정당 또는 후보자 지지 금지 사건으로 헌법소원이 청구된 제93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에 대해 재판관 6(위헌) 대 2(합헌)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헌재는 이 조항 중 '기타 유사한 것'이라는 것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 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다시 말해 인터넷 상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적 의사 표현은 더 이상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외의 유사한 것'에 UCC와 트위터 등을 포함시켜 선거운동 단속기준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 헌재 판결로 인해 인터넷, SNS 등에서 선거와 관련한 자유로운 정치적 표현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부터는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특히 인터넷 매체에 대해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하고 이용 비용이 매우 저렴하며 선거운동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치공간"이라며 "기회의 균형성, 투명성, 저비용성의 제고라는 공직선거법 목적에 부합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한 "사이버선거부정감시단의 상시적 운영, 선관위의 공직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요청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의 선거운동, 비방이나 허위사실 공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전적 조치는 이미 별도로 입법화되어 있다"면서 "인터넷 상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 일체를 일정한 기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이동흡, 박한철 재판관은 하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양의 정보가 인터넷 공간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또는 자신이 의도했더라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쏟아져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던졌다.

이번 판결의 한계도 존재한다. 헌재는 인터넷 선거 운동에 대한 폭을 넓혔지만 한정위헌 결정을 내려 전체 조항의 추상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해당 조항 중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문구와 관련해 180일 이라는 선거운동 제한 기간이 너무 길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추상적이어서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정위헌이란 일반적인 위헌결정과 달리 문제의 법률조항은 그대로 살려 두면서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걸 말한다. 법 조문은 그대로 둔 채 법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라 법률의 해석과 적용범위에 관한 견해를 표명하는 정도에 그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만나 "인터넷 선거운동의 폭을 넓히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인터넷으로 확장시킨 중요한 판결"이라면서도 "해당 조항은 추상성 문제는 여전히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권자네트워크는 헌재 결정 직후 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유권자네트워크는 트위터에 "SNS 선거운동규제'한정위헌 선거 6개월 전 트위터 선거운동 가능ㅡ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등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앞서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3월 국민 청구인단과 함께 "해당 조항 중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이라는 부분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명확성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