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 탐색 작업을 하다 숨졌다는 고 한주호 준위가 작업한 곳이 함수위치가 아닌 제3의 부표가 있던 곳이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현장에서 작업했던 UDT동지회 회원들이 법정증언대에 서기로 결정돼 주목된다.

또한 이를 첫 보도했던 KBS 취재진은 제 3부표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혀 법정 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열린 천안함 의혹제기를 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제3의 부표의 진상규명을 위해 KBS에 제3의 부표 위치에 대해 인터뷰했던 UDT동지회 회원들을 증인으로 부르라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변호인측은 협의가 되는 대로 오는 10월 17일 3차 공판 또는 11월 4차 공판 때 이들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계획이다.

‘제3의 부표’는 고 한주호 준위가 함수침몰(발견) 위치로부터 1.8km, 함미가 발견된 위치로부터 6km 떨어진 백령도 용트림 바위 앞에 있는 장소에 설치된 부표이다. 애초 국방부는 고 한 준위가 함수발견 장소에서 작업하다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KBS가 지난해 4월 7일자 보도에서 당시 탐색구조작업을 했던 UDT동지회 회원들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한 준위는 제3의 부표에서 숨졌다’고 의혹을 제기해 큰 파문을 불러왔다. 이후 KBS는 정정방송을 내보냈지만, 여전히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당시 UDT동지회원들에 대한 확인취재와 검증작업을 통해 보도했던 것일 뿐 아니라, 수차례 장담했던 UDT 동지회원들이 보도 이후에야 ‘착각이었다’고 물러섰기 때문이다.

   
천안함 함미
 
이와 관련해 고 한주호 준위와 작업을 함께했던 최영순 소령(현 2함대 영주함 부장)은 지난19일 재판에서 제3의 부표를 설치한 적은 있지만 그 장소에서 작업한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최 소령은 “제3부표는 함수로부터 1.8km, 용트림바위에 더 가까이 있는데, 우리가 당시 함수 탐색을 위해 현장에 가서 근방의 해병대 수색대원들에게 무전으로 (함수위치를) 물어보니 알려줘서 설치한 ‘참조부이’였다”며 “그곳은 수심이 15m 밖에 안돼 대형 구조물이 있을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 소령은 KBS와 인터뷰했던 UDT동지회 회원들이 작업했던 곳이라는 제3부표의 위치를 모두 착각한 것이라며 “참조부이 위치에 분행색 부이를 설치했는데, 함수선체를 발견한 부이도 동일한 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DT동지회 회원인 이헌규, 김진오씨가 KBS와 인터뷰에서 ‘함수에 접근하자 기다란 봉이 만져졌고, 2m 가량 더 들어가니 해치문이 열려 해치문 안으로 들어가니 소방호스가 보였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변호인의 신문에 최 소령은 “함수의 선체가 우현쪽으로 뉘여있어 이들이 작업한 곳은 함수 좌현쪽인데, 함교 바로밑의 함장실 바로 앞에 사각형으로 된 도어가 있다”며 “국기봉의 경우 오판할 수 있다. 아마도 가드레일같은 것을 오인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7일 방송된 KBS <뉴스9>
 
   
지난해 4월 7일 KBS <뉴스9>에서 보도된 '제3의 부표'
 
변호인들은 수많은 UDT동지회원들이 제의 3부표가 보이는 용트림바위에서 추모제까지 지냈는데 이들이 모두 착각했다는 것이냐며 추궁이 이어졌다. 그러자 재판장은 이날 “그러지 말고 당시 KBS와 인터뷰했던 UDT동지회원들을 불러서 신문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변호인들은 이에 따라 동지회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계획이다.

‘제3의 부표는 UDT동지회원들의 착각’이라는 최 소령의 당시 보도했던 황현택 KBS 기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여전히 의문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황 기자는 “당시에 UDT 동지회원들에게 현장수색 상황에 대해 거듭 확인했고, 국방부와 담당 책임자들에게도 여러차례 제3의 부표에 대해 설명을 요청했으나 이들의 말로는 정확한 설명이 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우리는 정밀하게 취재한 결과를 통해 제3의 부표를 설치한 대상과 목적, 이유 등에 대해 국방부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황 기자는 “당시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보도한 것인데, 아직도 제3의 부표를 누가, 왜, 어떤 이유로 설치했는지와 UDT 동지회원들은 왜 그 지점을 특정하면서 작업했다고 했는지에 대해 아직도 의문”이라며 “또한 이에 대해 국방부는 왜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했는지 역시 여전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7일 방송된 KBS <뉴스9>
 
특히 황 기자는 “천안함의 진실에 대해 당시 정보의 비대칭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현장취재 기자들의 보도내용이 그나마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의 하나였지만, (이런 노력을 수용하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 안타까웠고, 아직도 천안함 진실에 대해 의구심 가진 국민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법정을 통해 여전히 남아있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진실에 다가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 기자 역시 이미 증인으로 채택돼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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