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세령, 공주의 운명을 거부할 때 까지
'민폐' 세령, 공주의 운명을 거부할 때 까지
[캐릭터 열전] KBS '공주의 남자' 세령…야사에 의하면 김종서 손자 데리고 칩거해

모두가 결과를 알고 있는 이야기는 예상 가능한 내용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묘사하는가, 혹은 거기에 어떤 상상력을 가미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얼마전 방송을 시작한 KBS <공주의 남자>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꼭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계유정난이 뭔지, 김종서와 사육신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승유(박시후)와 세령(문채원)의 러브스토리가 어떤 결말로 치닫을지 알고 있으며 비극임을 확신하고 그 과정을 즐기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몬태규가와 캐플릿가는 두 연인의 죽음으로 화해하게 되지만 권력 다툼과 결부된 수양대군과 김종서는 한쪽의 죽음으로 철저하게 몰락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주의 남자>는 역사적인 ‘처연함’까지 획득한다.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
 
철없음과 대립하는 노회한 어른들의 세계…곧 현실과 맞닥뜨릴 세령

이제 6회를 지난 <공주의 남자>는 계유정난을 앞두고 수양대군의 딸 세령과 정적 김종서의 아들 승유의 사랑을 그린 사극 멜로드라마이다. 극중 세령은 공주를 사칭하는 철없음으로 문종의 딸이자 단종의 누이인 경혜공주(홍수현)와 부마(임금의 사위) 후보 승유를 위험에 빠뜨린다. 극중에서 경혜공주는 승유와 혼인을 올렸어야 했다. 그것이 김종서에게 힘을 실어주어 문종 사후 왕위찬탈을 호시탐탐 노리는 수양대군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치기어린 장난으로 시작된 세령의 일탈과 승유의 연모가 이후 계유정난이라는 조선왕조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쿠데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입은 배가 된다.

문제는 현재성이다. <조선왕조오백년> 등 무수히 많은 드라마가 소재로 삼은 ‘단종애사’가 멜로의 외피를 두르고 다시금 현실로 소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남녀간의 비극적인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소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령 등 젊은 등장인물들의 ‘철없음’과 수양대군, 김종서의 ‘노회함’이라는 인물 설정의 두 축이 대립되는 두 개의 다른 가치관을 더욱 강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철없이 보일 수도 있지만 세령은 본능과 욕망에 충실하게 행동했을 뿐이다.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
 
하지만 그 철없음 또한 정쟁에 이용하는 어른들의 시스템이야 말로 생존과 승리라는 본능과 욕망에 충실한 행동이다. 세령은 자신이 수양대군의 딸이라는 사실을 승유에게 밝히려 하지만 수양대군은 이를 막는다. 결국 세령의 행동은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축출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세령은 자신이 선의로 저지른, 운명을 거스르려는 행동이 종국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고난에 빠뜨릴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해하기 힘든 경혜공주의 분노가 왜 처절했던 것인가를 깨달을 것이다.

'민폐' 세령의 각성이 줄 큰 진폭…운명에 맞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철없음은 노회함을 이길 수 없다. 세령은 그런 운명의 틈바구니에서, 피투성이 정쟁의 과정에서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만은 않는 여성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왕권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패륜’도 불사하는 수양대군의 발목을 끊임없이 잡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수양대군은 세조가 될 것이며, 김종서와 그의 가솔들은 능지처참을 당할 것이다. 시청자들이 목격하게 될 세령의 비극적 러브스토리는 아무리 노력을 한들 바뀌지 않는 숙명 앞에서 좌절을 거듭하는 시청자들의 그것과 닮아있는 것이다. 사실 그것이 비극이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
 
야사에 따르면, 세령은 공주가 된 후 세조(수양대군)의 숙청에 반대하다 죽임을 당할 처지가 되자 어머니의 도움으로 도망쳐 김종서의 손자와 함께 숨어살게 된다. 세령은 시간이 지난 후 피접을 나간 세조와 만나게 되지만 궁으로 다시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말을 물리치고 홀연히 사라진다.

<공주의 남자>는 “내가 공주다”라는 치기어린 행동으로 첫회를 열었던 세령이 세조의 딸이라는 신분을 버리고 “나는 공주가 아니다”라 말하기까지의 성장스토리다. 결국 택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세령 캐릭터의 중요한 점은 아직 러브스토리에 무게 중심이 많이 쏠려 있는 <공주의 남자>가 ‘살생부’가 등장하는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어떻게 맞물리며, 성장한 세령이 그 과정에서 어떤 행동들을 러브스토리의 틀거리에서 보일 것인가 이다. 물론 좌절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 이르는 개연성은 현실과 운명에서 허우적대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것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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