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방선거가 한창이다. 이번 선거는 돈은 묶고 입은 풀었다는 새로운 통합선거법에 따라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적인 선거로서 선거분위기를 과거에 견주어 발전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통합선거법을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 강력한 법적 제재가 따를 것이라는 정부의 경고는 상당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와 관련, 꼭 짚어야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한국의 신문과 방송이 선거에 임하는 태도다. 먼저 한국의 선거 역사에 처음 선을 보인 후보자들의 방송을 통한 토론 프로그램에 관해서다. 그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무엇보다도 각 후보자의 정책목표와 목표달성 방법을 유권자들에게 명확히 알리는데 있다.

후보자들이 미온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자 그들을 싸움 붙이기 위해서 갖가지 기발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정책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논쟁으로 이끄는데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또 정책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과감성과 정책의 현실가능성을 확인하는 치밀성에서도 후보토론회는 낙제점에 머물러있다. 이런 한계가 처음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치부하기에는 우리 방송의 관행과 성격에 분명한 한계가 보이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은 각 후보자의 가십들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용감성(?)을 보여 주었다. 신문의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신문들은 더 할 수 없을 만큼 선거 관련 기사로 ‘도배’를 한다.

시시콜콜하게 후보자나 각당의 간부가 이야기하는 말의 성찬을 보도하는데는 기민한 순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갖가지 추측성 기사를 곁들여 신문을 거의 소설수준으로 만들어 나가는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보여야 할 것은 보이지가 않는다.

바로 왜 누구를 선택해야하는 가를 구분할 수 있는 정당이나 후보자의 차별성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이나 정견은 간데없고 정쟁성 비난과 흠집내기만을 뒤쫓고 있다. 영락없이 방송과 닮은 꼴이다.

물론 신문이나 방송도 나름대로 할말이 있을지 모른다. 애당초 각 후보자가 정책목표와 목표달성의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들이 정책이나 정견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상대방을 물어뜯고 흠집내기에만 여념이 없기 때문에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신문이나 방송으로서는 그것을 쫓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더라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 바로 그 사실을 알려야하는 것도 방송의 몫인 까닭에서다. 한국의 신문과 방송은 이번 선거를 통해 패배자가 될 게 확실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졌다거나 잘못했다는 소리를 하지 않겠지만.

이런 토대위에서 우리의 신문과 방송에 묻는다. 선거와 관련하여 우리의 신문과 방송은 도대체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기준은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하다고 자신하는가? 대답이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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