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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폭발 MB정부에 언론이 ‘면죄부’ 주나
민심폭발 MB정부에 언론이 ‘면죄부’ 주나
과학벨트 갈등에 "정치권 표장사· 지역 떼법시위 그만둬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선정에 대한 ‘원점 재검토’ 발언으로 지역 간 유치경쟁 및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언론이 ‘면죄부’를 주고 있다. 일부 언론이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정치권과 지역민의 ‘지역이기주의’를 탓하고 있다. 

입지 선정에서 밀린 영남권과 호남권의 격한 반응에서 보듯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서 빚어진 혼란의 책임은 말바꾸기 등으로 유치경쟁을 과열시킨 이명박 정권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16일 대전 대덕지구로 최종 결정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애초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충청권에 조성”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청와대 등에서 공공연하게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원점 재검토 발언 등이 나오면서 유치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1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추진위원회가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자,  영남권과 호남권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유치에 본격 뛰어들면서 충청권과 영남권·호남권이라는 3각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영남권 신공항 문제까지 겹치면서 유치경쟁은 더욱 과열되고, 정부와 정치권의 오락가락 행보가 불신만 증폭시켰다.

문제는 일부 언론이 정부가 져야 할 근원적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권에서 빚어진 LH공사 이전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등 국책사업을 둘러싼 네 차례 갈등의 원인이 정치권의 ‘표 장사’에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16일 사설(“與野, 내년 大選 지방 공약 말자 대타협 이루라”)에서 “정치권은 이제 눈앞에 닥친 선거에서 표를 좀 더 끌어모으겠다는 욕심에 내놓은 국책사업 공약들로 나라를 찢어 놓는 일만은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조선일보 16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일단은 정부의 태도가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이를테면 “진작 결정을 못 내리고 4년 가까이 질질 끌어온 이 정부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고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탈락에 반발하는 영남․호남민들의 반발을 ‘단순한 울분’과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면서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해야”하기 때문에 “탈락한 지역들은 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또 “어느 곳이 되든 탈락한 지역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더 이상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16일자 사설
 
국민일보의 시각과 잣대 역시 조선․중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조건 ‘우리 지역 유치’를 외치다 안 되면 삭발하고 단식하는 지자체의 대응이 무책임하고 도를 넘었다며 ‘지자체 책임론’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국민일보는 같은 날 1면 기사(“지자체․정치권 ‘떼법’ 도 넘었다”)에서 “국책사업을 놓고 ‘무조건 우리 지역’을 외치다가 다른 지역이 선정되면 선정 과정이 잘못됐다고 반발하는 식의 행태가 일반화되고 있다”며 “지자체장들의 이 같은 행동들이 포퓰리즘(대중주의)을 위한 정치적인 퍼포먼스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국민일보 16일자 사설
 
이들 신문들의 지적에는 나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조선일보의 지적처럼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지역공약’이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배경일 수 있으며, 중앙일보의 지적처럼 ‘된 쪽’과 ‘안된 쪽’으로 나뉠 수밖에 없는 만큼 ‘전문가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 국민일보의 지적처럼 지역민의 이해만을 감정적으로 대변하는 식의 ‘지자체 태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근원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진정 국책사업 그 자체가, 또 그 유치경쟁이 문제인가?

물론 조선일보의 지적대로 선거 때 정치인들이 지역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문제일 수는 있다. 하지만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과 사람, 권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낙후된 지방과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공약과 비전까지 도매금으로 비난할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공약과 비전을 원칙을 갖고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되레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지역간 다툼으로 정쟁화시키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또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이들 국책사업을 원만히 진행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감당해야 할 중요한 조정역할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입각해 각 지역간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선일보처럼 지역공약을 하는 정치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이란 국책사업을 원칙없이 진행했던 현 정권을 비판하는 것이 더 상식적이다. 4년 가까이 질질 끌며 혼란만 좌초한 이명박 정부의 문제를 전체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의 문제로 호도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이 정부의 실정이 지역간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킨 것이 분명한데도 그 반발을 ‘지역이기’로 호도하는 것이나, 지자체의 문제로 돌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신문이 다른 데서 그 책임을 묻거나, 대안을 내놓기 이전에 응당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역균형발전의 계기가 돼야 할 국책사업을 지역간 대립과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 간 현 정부의 잘못부터 제대로 단속하는 것이 더 ‘언론’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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