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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과학벨트 속보’는 김빠진 맥주?
언론 ‘과학벨트 속보’는 김빠진 맥주?
대전 대덕지구 확정, ‘언론플레이’ 입방아…조선·중앙 14일 1면에 이미 보도

‘과학벨트’ 입지가 일부 언론의 예상대로(?) 대전 대덕지구로 확정됐다. 언론은 16일 오전 이명박 정부의 과학벨트 입지선정 결과를 ‘속보’라는 타이틀을 걸고 보도했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소식이라는 게 주목할 대목이다.

언론은 정부의 중요결정 사항이 있을 때 ‘기사 제목’만 담긴 기사를 ‘속보’로 내보내면서 발 빠른 기사 전달에 집중하지만, 뻔한 결과를 그런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은 참으로 어색한 장면이다.

국민 입장에서 “정말 그렇게 됐어?”라는 반응이 아니라 언론을 향해 “이제야 알았느냐”는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보관된 살아 있는 맥주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김빠진 맥주를 제공하는 꼴이다.

언론이 ‘속보’ 타이틀을 내걸고 보도한 내용은 이렇다. 교육과학기술부 과학벨트위원회는 16일 과학벨트 거점지구 입지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덕단지에는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게 된다.

   
조선일보 5월 14일자 1면.
 
거점지구를 산업·금융·교육·연구 측면에서 뒷받침할 기능지구로는 대덕단지와 인접한 충북 청원(오송·오창), 충남 연기(세종시) 등이 지정됐다. 이것이 언론이 중요하고 새로운 소식인 것처럼 의미부여를 해서 보도한 내용의 핵심이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독자들은 5월 14일자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다. 해당 기사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당시 1면 머리기사는 이런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과학벨트, 대전 대덕단지로 확정>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중앙일보는 <과학벨트, 대전 대덕 간다>라는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조선과 중앙 등은 과학벨트 대전 대덕 입지 선정의 의미와 과제 등을 담은 해설기사를 토요일인 5월 14일자 지면에 이미 내보냈다.

정부는 주말을 넘어 월요일 오전에 공식 견해를 발표했지만, 예정된 결과 그대로 나타남에 따라 ‘긴장감 제로’의 발표가 되고 말았다. 조선과 중앙 등이 1면 머리기사로 전한 ‘근거’는 여권 관계자였다.

조선일보는 14일자 1면에 “대전시 대덕특구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타 거점지구로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여권 핵심 관계자 견해를 인용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 기사에서 “입지평가위원회에서 후보지를 검토한 결과 대덕특구가 최적지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라는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 견해를 인용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누구이고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누구일까. 보통 여권 핵심관계자는 청와대 고위 인사,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급 인사로 인식된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 고위 인사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핵심 정보가 새나간 진원지로 의심받고 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여권 인사들의 ‘언론플레이’ 논란이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연착륙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입지 선정 과정에 대한 의문과 정치적 거래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탈락 지역들의 반발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CBS는 16일 보도에서 “더 큰 문제는 최초 발설지가 청와대가 됐든, 한나라당이 됐든 관계없이 국가 장기프로젝트인 국책사업 평가결과가 번번히 미리 공개되면서 국책사업의 신뢰성을 좀 먹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노출시킨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전에 과학벨트 입지를 선정하면서 대구를 중심으로 한 울산과 포항, 광주 등에 기초연구원 연구단의 절반 가량을 배치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과학벨트 분산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충청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분산배치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고, 대구와 광주 등은 핵심시설 유치 실패에 따라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과학계 역시 과학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과학벨트가 결정됐다면서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나라가 엉망이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LH공사의 경남이전,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완전히 망가졌다. 이명박 정권이 영호남 분열도 모자라서 이제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전북과 경남, 대구경북울산과 호남충청으로 산산이 갈갈이 찢어버렸다. 이런 것은 나라가 아니다.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고 정권이 정권이 아니다.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토록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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