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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LH공사 '부글부글', 왜?
과학벨트-LH공사 '부글부글', 왜?
[뉴스분석] 정부, 동남권신공항 이어 갈등 조정은 커녕 조장

청와대 스스로 '갈등 유발형 3대 국책사업'으로 불러왔다는 사업들이 모두 엉망진창이 될 위기다. 정부가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조장해 국정운영의 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영남 내 갈등과 지역 대 수도권의 반목을 또 한 번 깊이 남긴 채 지난 3월 백지화됐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사실상 대전광역시 대덕특구에 자리 잡을 것으로 전해졌으나, 입지 경쟁에 나섰던 영남과 호남이 '단식·삭발 투쟁' 등으로 '결사항전'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경남 진주로 갈 전망이나, 경쟁했던 전북은 물론 경남 역시 전북에 보상책으로 제시된 국민연금공단을 내어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먼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지난 2월 1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원점 검토'를 시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다"며 "위원회가 발족하니까, 그런 입장(백지상태에서 출발)에서 생각하면 아주 잘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게다가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은)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방송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 조선일보 5월14일자 1면.
 
이미 이상득 의원은 이 대통령 발언 보름여 전인 1월 13일 경북도청과의 신년간담회에서 오해를 살만한 발언을 한 터였다. 이 의원은 "과학벨트는 정치논리는 절대 안 되며, 이미 기초가 마련된 곳이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포항을 앞세운 경북은 이를 "영남권의 경쟁우위를 강조"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 말에 충청권은 발칵 뒤집어졌지만, 영남과 호남은 달랐다. 매일신문은 <대통령과의 대화> 이튿날 1면 기사 제목을 <과학벨트 유치, 희망 보이나?>로 달 정도였다. 이 대통령은 그달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산행 후 가진 오찬에서 "총리 주재 하에 법적으로 절차를 밟고 합리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는 1일의 입장과 같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리고 두 달 여 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는 4월 22일까지 비수도권 지역 132개 시.군에 부지현황을 조사, 보고토록 했다. 울산·대구·경북 3개 지자체장은 이미 지난 1월에 과학벨트 공동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였다. 광주전남은 값싼 땅값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유치를 자신했다.

하지만 여권 핵심관계자는 지난 13일 조선일보에 "대전시 대덕특구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때 내놓았던 대 충청권 공약을 이행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의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관련 공약을 지키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를 반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발언을 계속해왔고, 국회와 국무총리 그리고 위원회에 책임을 미루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영남의 한 중견언론인은 "이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백지상태 검토'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유치경쟁에 뛰어 들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처음부터 공약 이행을 천명해 타 지자체와의 불필요한 경쟁을 막았다면 '삭발투쟁'이나 '결사항전'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중앙일보 5월14일자 3면.
 
LH공사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사안은 이 정부가 아닌 노무현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으로 대한주택공사는 경남으로, 한국토지공사는 전북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이 두 기관이 합쳐 LH공사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됐다.

전북 전주는 본사는 전주에 두고 사업부서는 진주로 옮기는 '분할 이전'을 주장하는 반면, 경남 진주는 전체를 진주로 옮기고 다른 공공기관을 전주로 옮기자는 '일관 이전'을 외쳐왔다. 결론은 진주로의 '일괄 이전'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보다 일찍, 그리고 어느 곳으로 가느냐가 아닌 어떤 방식의 이전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기회는 있었다.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수뇌부가 국무총리실장 등을 대동하고 대거 전북을 찾아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었던 지난 3월 23일이 그것이다. 

당시 전북의 기대는 실로 커, 전북 일간지들은 당일 아침신문에 희망 섞인 관련사설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튿날 관련기사 제목은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었다>였다. 김완주 전북지사의 LH공사 분산배치 요구에 한나라당은 새만금 카드로 받았는데, 개발청 신설과 특별회계 마련 등 어느 하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부 들어 자리 하나 제대로 차지하지 못하던 전북의 심정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 이전으로 달래려 하니 결국 "우리가 거지냐"라는 거친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지난 3월 30일 백지화한 동남권 신공항도 2009년 국토연구원 타당성 조사 결과를 처음부터 적용해 무산시키든지, 다른 국책사업처럼 B/C(비용/편익 비율)를 까다롭게 적용하지 않고 사회간접자본으로 고려해 추진하든지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만 들어서도 서너 차례 발표를 미루면서 일부 전국지에 백지화 설만 흘려, 영남 내 지역 간 갈등은 치유하기 힘든 지경까지 갔기 때문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를 앞세워 백지화 발표를 한 것도 지역의 분노를 샀다. 부산일보는 "신공항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치열한 경쟁으로 입지 결정을 하기 곤란했다면, 처음부터 대통령이 나서는 게 차라리 당당했을 것"이라며 "앞에 나서서 책임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뒤에 숨는 모습은 비겁하다. 공약은 대통령이 어겨놓고 총리를 시켜 담화하는 모습은 추해 보인다"고까지 성토했다.

   
▲ 동아일보 5월14일자 3면.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그 자리에서 "미래 세대가 떠안을 부담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해 지역민들을 제 배만 불리는 '지역이기주의자'로 몰아세운 꼴이 돼버렸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지혜를 짜냈다고 보지만 해당 지역에서 수용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송문석 국제신문 편집부국장의 지난 1월 28일자 칼럼 <지역 싸움 붙이는 정부>는 지금도, 이 정부 끝까지도 유효할 전망이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깨는' 것을 국정운영지표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멀쩡하게 진행되던 사업을 긁어 덧내는가 하면 해결하지도 못할 일을 벌여놓고 싸움이 커지면 나 몰라라 도망가는 것은 특기이자 장기다.

…사회통합과 지역화합은 고사하고 소지역주의, 이념 간 계층 간 갈등, 빈부격차 심화는 이 정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해방 이후 이승만에서부터 시작해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보수와 진보, 독재와 민주정부를 통틀어 이런 정부는 없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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