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이 4일 롯데호텔에서 지자체 선거 및 삼풍사건 방송보도와 관련, KBS·MBC·SBS 방송3사 사장을 불러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한편, 김대통령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일부 보도협조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조작 시비’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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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사실은 한국방송노조건설준비위원회가 발행하는 <방송노보> 14일자를 통해 밝혀졌다.

이 신문은 이수석이 4일 롯데호텔에서 방송 3사 사장을 불러 “지자체 선거과정에서 방송사들이 야당의 지역주의와 지역등권론에 대해 효과적인 비판보도를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여당의 세대교체론에 대해 충분하고 효과적인 홍보가 미흡했다”고 질타했으며 “삼풍백화점 붕괴를 포함, 여러 재해에 대해 국민여론이 부당하게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은 언론의 탓”이라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이수석은 또 삼풍사건과 관련 물의를 일으켰던 뉴스위크의 ‘YS 옹호 발췌보도’(본지 10호)도 이 자리에서 방송사 사장들에게 직접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제기됐던 청와대 관련설의 신빙성을 더해 주는 대목이다.

이 신문은 “이 모임의 결과인지 그 이후부터 각사의 뉴스에서 삼풍사건을 다루는데 미담을 위주로 한 연성보도의 양이 급증했으며 5일엔 뉴스위크지의 일부내용을 확대과장해 ‘대통령무책임론’을 강조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각 방송사의 보도국 간부들이 ‘YS옹호 발췌’ 보도와 관련하여 ‘사전에 조직 상부와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으며 ‘3개 방송사가 이미 같은 시기에 확대 보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사실도 밝혔다.

김영삼정권이 들어선 이후 공보처차관을 거쳐 93년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으로 임명된 이수석은 그동안 언론사 간부들에게 전화 등을 통해 보도압력 및 통제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수석은 언론계의 반발은 물론 권력 내부에서도 정무관련 업무의 무능과 언론에 대한 ‘과잉’ 개입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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