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씨가 싱가포르를 방문해 에릭 크립톤의 공연을 관람했다는 KBS 단독보도를 두고 9시뉴스 앵커를 맡고 있는 민경욱 기자와 트위터리안들이 “그 정도로 특종이라 할 수 있느냐”를 놓고 ‘야간 트윗 논쟁’을 벌였다.

KBS는 15일 밤 <뉴스9> 톱뉴스 ‘김정일 차남 김정철 싱가포르 외유’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싱가포르를 방문한 모습을 KBS가 단독 취재했다”며 “영국 출신 팝스타의 콘서트 공연을 보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KBS는 김씨가 에릭 클랩튼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실내 스타디움에 등장한 장면을 촬영한 내용을 방송하고, 김씨의 옷차림새와 그와 동행한 ‘꽃을 든’ 여성을 설명했다. 김씨를 둘러싼 남성들이 김씨를 가리며 취재진의 접근을 막은 장면도 방송됐다.

   
15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김정철 싱가포르 에릭크립톤 공연 관람 뉴스
 
   
15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김정철 싱가포르 에릭크립톤 공연 관람 뉴스
 
KBS는 뒤이어 김정철이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3대 세습 후계자인 동생 김정은과는 사이가 좋고, 김정일 위원장과 셋째 부인 고영희씨 사이에 낳은 아들이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KBS는 세 번째 관련 리포트로 김정철이 서방의 자본주의 공연을 보기 위해 외유에 나섰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질 경우 타격이 될 수도 있고, 식량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과 지도층의 위화감이 커질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분석한 내용을 방송했다.

이 뉴스는 방송 직전부터 트위터 상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KBS <뉴스9>의 진행자 민경욱 앵커가 뉴스 시작 10여 분 전에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저희 KBS 9시 뉴스는 꼭 봐주셔야 됩니다. 큰 특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한 알튀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방송 10분 전입니다”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트윗글을 본 민 앵커의 트윗 팔로우들은 ‘이 내용으로 특종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민 앵커는 일일이 반박을 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밝혀 KBS 김정철 특종 트윗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ebizstory’는 “앵커가 직접 큰 특종이 있다고 꼭 봐야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는데...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낚시 였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며 “KBS뉴스 시청율이 많이 떨어졌나보군요”라고 의견을 남겼다.

   
15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김정철 싱가포르 에릭크립톤 공연 관람 뉴스
 
‘Narciman’(닉네임 Jay H. LIM)는 “저를 포함하여 여러 트친님들이 실망한 부분은 ‘특종 여부’가 아니라 ‘큰 특종’의 내용”이라며 “내용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만약 민경욱 앵커의 방송 10분전 '큰 특종' 예고 무한알티 요청 트윗이 없었다면 KBS 9시뉴스의 김정철 관련 톱 기사 세꼭지는 트위터 상에서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Jamesbirdny’는 “언론인으로 부끄러운줄 좀 아세요”라고까지도 했다.

이에 대해 민 앵커는 다소 긴 본인의 입장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는 “이런 걸 뭐 특종이라고 하느냐는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겠다”면서 “제가 트윗으로 알려드리지 않았더라도 저희 뉴스에서 톱 뉴스로 단독 취재임을 밝혀 드릴 기사였다. 저는 현장에서 그 사실을 취재해온 후배 기자가 자랑스럽습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가 아니면 알아낼 수 없었던 사실을 여러 시청자분들과 나눌 수 있게 된 건 저희의 쾌거라고 생각한다”며 “김정철 뉴스가 저희만의 특종이었습니다. 그 특종이 마음에 안 드셨다면 유감”이라고 썼다. 

그는 또 “내일이 김정일의 생일이며 북한이 외부에 식량원조를 요구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김정일의 생일을 코 앞에 두고 권력자의 아들이 그것도 권력이양의 와중에 외국까지 가서 팝가수의 공연을 봤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소식이 북한 내부까지 들어가면 또 어떤 반향이 있을지도 분석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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