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 MBC 뉴스데스크는 “해적에게는 해상 강도와 살인미수죄가 적용돼 최고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해적들의 얼굴과 해골을 나란히 배치했다.

이 화면에 대해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전설의 해적기 표시를 얼굴 옆에 다는 센스”, “해골 깃발, 대박~. 해적 영화 너무 많이 보신듯”이라며 웃어 넘긴 이도 있었지만 일부 트위터리안은 “해적질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이 잔인하게 사람을 죽여온 악마들인지 잘 모르겠다. 이미지는 언론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지고 굳어간다”(redsradio)고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 MBC 뉴스데스크 1월 30일자 화면.
 

MBC,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은 한 해적이 카메라를 ‘바라본’ 사진에 ‘살기 어린 눈빛’이란 설명을 달았는데 이 역시 논란이 되긴 마찬가지다. ‘h_chief’란 트위터리안은 “나라가 망해서 해적, 도적이 되는 것을 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24기간 그들의 기사를 다루고 마치 짐승처럼 취급하는 미디어는 인권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playpolo1’이란 트위터리안도 “해적행위는 비판받아야 할 일이지만, 이 청년들이 무섭게 생겼다느니 하는 기사들을 보면 매우 섬뜩할 정도”라며 “이방인을 야만인 혹은 심지어 외계인으로 취급하는 반응 속에서는 그들의 인권이나 그들 삶에 대한 작은 이해도 찾아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woorimodoo’란 트위터리안은 “공개된 소말리아 해적들의 사진을 보니 얼굴도 전부 드러내고 결박도 그대로 보여줬다. 범죄인의 인종에 따라 인권의 잣대가 달라지는 걸 확인했다”고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한편 소말리아 해적들을 이렇게 ‘악마화’하는 보도 반대편에서는, 위 한 트위터리안의 말처럼 그들의 삶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들에게 지금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보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는 31일자 한겨레에 쓴 칼럼에서 “(진보언론이나 보수언론이나) ‘외국 범죄자들이 살해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국민이 구출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는 순박한 민족주의적 심리를 이용해 ‘아덴만에서의 승리’에 대한 다수의 한국인들의 비이성적인 기쁨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식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해적’이라고 하는 집단들은 붕괴된 국가가 더 이상 외국 어선으로부터 지키지 못하게 된 어장들을 빼앗겨 생계 곤란에 빠진 해안지구의 어민들”인데, “이들의 인질 범죄를 당연히 합리화할 생각은 없지만 외세에 시달려본 한국인들은 과연 그들의 아픔을 약간이나마 이해해줄 만한 아량마저도 없는 것인가”란 문제제기였다.

박 교수는 이어 “범죄사회학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범죄 근절 전략으로서는 ‘소탕’이 아닌 생계형 범죄 예방 차원의 민생대책이야말로 최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소말리아에 급한 것은 인질의 목숨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도박형 ‘구출작전’이 아니고 외세 간섭의 차단과 이슬람주의 세력 등 유력 반대파와의 타협, 국가재건과 어업의 부흥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SUNDAY의 예영준 국제외교안보부문 차장도 1월 30일자 신문에 <세계에서 가장 무시되는 비극, 소말리아>란 칼럼을 싣고 “대한민국 해군의 전광석화 같은 ‘아덴만 여명’작전은 분명 해적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을 것이지만, 소말리아란 나라의 속사정을 한 꺼풀만 더 벗겨 보면 해적 근절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생각에 이르게 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소말리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바다에서 생선을 잡아 수출하는 게 거의 유일한 밥벌이였지만 내전의 장기화로 이젠 배도 장비도 없다. 설령 고기를 잡아도 외국에 내다 팔 시스템조차 붕괴돼 버렸다. 있어야 할 건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딱 한 가지 남아도는 게 있다면 무기다. 냉전 시절 번갈아 가며 무기를 제공했던 미국과 옛 소련 등 강대국들이 모두 떠나갔고 이를 통제할 정부도 사라졌지만 무기는 그대로 남았다. 그러니 배를 몰 줄 아는 어민들은 그물 대신 총을 들고 해적으로 변신했고, 이게 밥벌이가 되자 군벌이 끼어들어 정보조직과 협상조직까지 갖춘 해적 비즈니스로 번창하게 됐다.”

예영준 차장이 더욱 걱정하는 건 “상황이 그러함에도 국제사회는 소말리아의 현실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예 차장은 “소말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무시되고 있는 비극’이다. 해적 근절은 이런 상황을 바꾸지 않고선 불가능해 보인다”며 “세계화의 대열에서 소외된 빈곤층을 구제하고 먹고살 기회를 보장해 주는 ‘인간 안보’야말로 장기적으로 세계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근원적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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