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G20 과잉홍보 방송을 비판한 글을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김용진 울산방송국 기자(전 탐사보도팀장)에 대해 정직 4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려 안팎의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KBS 부산총국은 지난 22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 기자가 쓴 글이 KBS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이런 중징계 결정을 하고 23일 김 기자에게 통보했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며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내고 있다. 엄경철 KBS 새노조 위원장(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24일 "이렇게 정직 4개월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김 기자의 글에 담긴 함의와 진정성을 이렇게 짓밟는 게 KBS가 추구하는 공영방송의 가치인지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엄 본부장은 "많은 기자들은 어이가 없고, 어떻게 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지만, KBS 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많은데 김 기자의 글은 그에 대한 일종의 화답이었다. 되레 KBS 안에 그런 기자도 있다는 희망 찾을 수  있게 한 건강한 내부 비판과 자성의 글을 어떻게 징계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 지난달 G20 정상회의 개최 전까지 KBS에 매일 방송됐던  
 
엄 본부장은 "이런 목소리마저 탄압한다는 것은 KBS를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건지 답답하다"며 "청와대로 끌고가야 속이 시원하겠느냐"고 호소했다.

KBS 새노조와 김용진 기자는 재심신청은 물론 징계무효소송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엄 본부장은 "재심 청구 뿐 아니라 김 기자와 상의해서 징계무효소송을 검토할 것"이라며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충분하고, (글의 내용과 이어진 징계의 과정이) 저널리즘적 파장이 있을 뿐 아니라 해당 기자의 명예도 있기 때문에 꼭 다퉈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국민의 방송으로서 처음 있는 G20 행사인데, 역사적 행사에 의미를 담아 보도하는 것이 국가기간방송의 역할이라고 보는데, 거기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사원으로서 '정권홍보 차원' 등을 언급해 이미지를 훼손시킨 부분이 있다"며 "사측의 의도와 동떨어진 시각을 갖고 그런 글을 기고해 물의를 일으켜 징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의 건강한 내부비판과 반성을 이렇게 징계한 것은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한 주간은 "KBS 사원으로서 명예와 이미지 실추시키는 글을 외부에 실으면서 사원으로써 본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앞서 김용진 기자는 지난달 11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라는 글을 통해 KBS의 과도한 G20 보도와 특집 프로그램 편성(총 3300분)에 대해 "세계 방송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이라며 "이른바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영채널을 통해 단일 행사를 놓고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프로파간다가 자행된 곳은 아마 대한민국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용진 KBS 울산방송국 기자(전 KBS 탐사보도팀장).  
 
그는 특히 "지금 KBS는 MB를 신화로 가득 찬 '거울의 방'에 몰아넣어 신화의 주인공처럼 보이도록 착시현상을 유발하고, 자기 확신과 정당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권력자에게 자기 교정의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MB 정권을 돕는 게 오히려 망치는 길이며, 특보 출신이 KBS 사장으로 와서 특보 출신다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바로 특보 체제 KBS의 역설"이라며 "김 사장을 포함한 KBS의 수뇌부는 불과 1년여 만에 KBS를 이명박 정권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혹평했다. 김 기자는 이어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공영방송의 가치, 공정성 등을 내세운다"며 "G20 같은 정례 행사에 수천 분을 편성해 정권 홍보를 자행하면서도 공영방송 운운 하는 것은 인지부조화의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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