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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추모' 물결에 저서 '다시 읽기'도
'리영희 추모' 물결에 저서 '다시 읽기'도
정치·언론·시민사회·연예인 등 온·오프 추모…백기완 한명숙 정연주 조국 등

리영희 선생이 5일 영면하자, 온오프라인에서 사회 각계 인사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 관계 등 국내 정세의 위기와 언론의 곡필을 자성하고 되짚어 보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인·언론인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은 5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들러 헌화를 하고 선생의 뜻을 기렸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선생님이 가시니까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간 것 같았다”며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저희들이 젊은이들이 국민들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 원장 “선생의 책을 통해 현대사, 일반 정치, 남북 관계, 국제 정세에 대해 배웠고, 지식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도 배웠다”며 “이렇게 떠나셔서 안타깝지만 소신껏 아주 멋지게 사신 분이자 인생의 사표”라고 밝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지식인이 어떻게 사시는지 보여준 지식인의 표상”이라고 밝혔고,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선생님의 한평생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했던 마음을 이어받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리영희 선생 빈소. 최훈길 기자 chamnamu@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8억 인과의 대화’ 등을 통해 중국을 보는 새 눈을 주셨고 역사와 사회 문제를 보는 안목을 주셨다”며 “리 선생은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언론인이다. 언론인다운 참 언론인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이날 저녁 장례식장을 찾아 헌화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소식을 듣고 고개를 못 들었고, 땅이 노래졌다”며 “민족 문제나 인류문제나 위대한 선각자 중 한 명이었는데 이런 선각자는 6·25이래 몇 안 돼”라고 말했다. 백 소장은 “(리 선생을)5일 전에 뵈었을 때 ‘힘내세요’라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해 리 선생의 임종을 안타까워 했다. 

리 선생이 주례를 섰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인간의 가치와 사회적 정의 실현의 길을 가신 20세 최고의 지식인이셨다”며 “(문병갔을 때) 남북 문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시면서 ‘잘 닦아 왔는데 힘들게 됐다. (그래도)잘 헤쳐 나가겠지’라고 말씀하셨다”며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리 선생을 기렸다.

언론인들은 오전부터 장례식장을 지켰다.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임재경 한겨레 초대부사장은 “가장 어려운 시대에 희생을 감수하면서 진실 보도를 하기 위해 애쓰신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후배들이 열심히 해야 한다”며 “민주사회장은 국가보훈처의 보조를 받지만, 이번에는 보조 없이 민주 시민들의 성의를 받아 치룰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오전부터 현재까지 장례식장을 지켰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가슴이 아파서 말을 못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일용 전 기자협회장은 “중국, 베트남전 당시 거짓이 만연했던 때 사실이 무엇인지 캐내고 이걸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던 분이셨다”며 “사실이 아닌 것을 쓰는 것을 용납지 않았던 리 선생은 후배 언론인들에게 ‘거짓으로 기사 쓰지 말 것’을 가르쳐 주신 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협회장이었던 지난 2006년 리 선생에게 ‘기자의 혼’ 상을 수여한 바 있다.

지난 1986년 전두한 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해 옥고를 치렀던 김주언 전 신문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은 “편찮으실 때 찾아뵈도 꼿꼿한 정신을 잃지 않으셨고, 이 마음을 후배들이 품고 가라고 말씀하셨다”며 “연평도 사건 등 이명박 정부 하에서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해있는데 그래도 위기를 보는 탁월한 눈과 가르침을 주신 리 선생을 기리며 살아가는게 남은 사람의 몫”이라고 밝혔다.

또 수 만명의 팔로워(follower)를 가진 트위터리안들이 온라인 상에서 리 선생의 뜻을 기리는 메시지를 전해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트위터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시대 양심의 스승이 떠나셨습니다”라고 밝혔고,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언론인과 지식인의 참된 삶이 무엇인지 치열한 정신과 실천으로 보여주신 님은 진정 시대와 함께 한 스승이셨습니다”라며 “부디 영면하소서”라고 밝혔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몇 년 전 TV책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을 1년 정도 진행했었습니다. 그때, 리영희 선생을 두 번 모시고 말씀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가까이서 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제 일생에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라며 “마음속으로 사모한 선생님! 명복을 빕니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언론인들의 추모 메시지가 트위터상에 많았다. 고광헌 한겨레 사장은 “타계하신 리영희 선생은 강자, 가해자, 반공, 미국적 가치로부터 세상을 이해한 이들에게 약자, 피해자, 민족 그리고 반미국적 시각으로도 세계을 해석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분”이라고 밝혔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이사갈 때마다 몇 차례 걸쳐 옛 사회과학 책 정리할 때도 리영희 선생님의 책은 버릴 수 없었다”며 “오늘 그 책을 다시 펴야겠다. 전쟁 없는 세상에서 평안하시길”이라고 밝혔다.

전직 기자인 선대인 김광수연구소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정말 사상의 은사이셨죠”라며 “경상도의 매우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던 제가 사회현실에 눈뜨게 해주신 분이었고 언론인을 꿈꿨던 제게 참된 언론인의 모범을 보여주신 분”이라고 밝혔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트위터에 “조선일보 해직 이후 리영희 선생은 ‘거짓을 진실인양 둔갑시키는 언론인’, ‘동포에게 사기치고 기만하며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책 외판 일을 생계 수단으로 택했다”라는 저서 ‘대화’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이런 문제 의식으로 외판사원의 길을 택할 수 있는 철학과 결기가 있다면, MB 시대 언론인들 이처럼 무력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밝혔다.

학계에선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가 “몇 년 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사드렸을 때만 하더라도 손에 힘이 있으셨는데 ‘이제 젊은 사람들이 해야지’라고 격려하셨지만, 그 뜻에 재대로 부응하지 못한 듯하다”며 “검은 타이를 찾아야겠다”고 밝혔다.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여름에는 이상희 선생께서 돌아가셨는데 이로써 언론학계에서 유일하게 존경받았던 두 분이 모두 올해 세상을 떠나셨다”며 “우상과 광기가 다시 고개를 쳐드는 이 시절에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듯하다”고 안타까움을 내보였다.

또 일반 트위터리안들이 리영희 선생의 저서를 소개하며 리 선생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아이디 ‘@caremapa’는 “리영희 교수님의 시대는 아니었으나 ‘전환시대의 논리’는 지금 읽어봐도 충격적이다. 71년 쓰신 전환시대의 논리 마지막 쪽, 마지막 글이 지금도 유효하구나”라고 밝혀, 트위터상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남북한 쌍방이 그 배후의 강대국들과 더불어 형성하는 이상과 같은 군사적 공동체제 때문에 남북한 민족이 자체적으로 긴장을 완화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정세는 70년대에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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