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보도국 뉴스시스템이 외부인, 그것도 삼성 주요 계열사 간부에 의해 상당 기간 동안 노출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MBC 기자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삼성 간부가 과거 MBC 기자 시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한 동안 MBC 보도국의 내부정보를 들여다봤다는 것은 MBC의 심장부가 삼성에 완전히 뚫렸다는 점에서 MBC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MBC 내부 정보 보안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지난 7월 하순. 청와대의 8?8 개각을 앞두고 MBC 기자들이 수집해 내부 시스템에 올린 장관 후보자 등의 명단이 담긴 정보보고 내용이 곧바로 증권가 정보지에 나돌면서 부터다. 이전에도 내부 정보가 곧잘 외부로 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 적이 있었지만 정보 보고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게재된 증권가 정보지는 해당 기자에게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보도국 기자들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내부 감사가 이뤄졌다. 

감사를 통한 IP 추적 결과 MBC 기자로 있다가 지난 2007년 8월 삼성경제연구소로 간 A  씨의 아이디가 여전히 살아 있었고, 해당 아이디로 접속된 장소가 삼성건물의 컴퓨터였다는 게 MBC 감사실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 기자 출신이 내부 정보 유출의 주역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데 대해 기자들은 황당함과 착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연보흠 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 홍보국장은 “기자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어 한다”며 “한 사람은 현재 MBC 시스템 관리자이고, 또 한 사람은 MBC에 있다가 삼성으로 옮긴 사람이라는 점에서 착잡하다”고 개탄했다.

감사실은 현재 삼성의 A 부장과 MBC의 B 부장 둘 사이의 문제로 끝날지, 추가적으로 다른 인물이 연루돼 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일이 삼성의 조직적인 개입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언론사와 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삼성의 전방위적인 영입에 열을 올렸던 배경과도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장경 MBC 기자회장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이진 것”이라면서 “‘인재삼성’을 외쳐온 삼성의 그 ‘인재’라는 게 요소 요소에 포스트를 심는 정책이며, 인맥을 이용해 관계 개선과 정보 수집을 하기 위한 목적이 있겠지만 이번 사안은 매우 안 좋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성 회장은 “과거에도 삼성이 인사나 보도 관련 정보 등 MBC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늘 의외라고 의심하던 차에 이번 일이 터졌다는 것이다.

연보흠 홍보국장은 “삼성이 판사 검사 기자 출신을 왜 영입하겠느냐”며 “검찰 법원 언론사 정보를 빼내기 위한 것이고, 그래서 삼성공화국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번 경우를 볼 때 언론계에 이런 정황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관여된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철저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김성홍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A 부장은 MBC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다 삼성에 온 지 3년 정도 됐는데, 1년 넘게 MBC 아이디가 살아있어서 직원들의 근황과 경조사를 좀 챙긴 것일 뿐 내부정보를 끄집어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래도 A 부장이 그 아이디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닫지 못해서 불거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우리가 조직적으로 했다면 MBC가 삼성에 대해 그렇게 악의적으로 보도했겠느냐”며 “MBC 내부 정보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취재과정에서 대부분 다 노출되는데 굳이 오더를 줘서 MBC를 관리했다는 주장은 어처구니 없는 왜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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