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내부정보가 수차례 삼성쪽으로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지만, 주요 언론 대다수가 이 사태를 단신으로도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날자 신문에는 삼성 광고가 일제히 게재됐다. 

2일 발행된 전국단위 아침신문 9개(경향 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와 1일 KBS MBC SBS 저녁 메인뉴스를 점검한 결과, 한겨레·동아일보·한국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들은 MBC 보도국 정보유출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11면 머리기사<“삼성, MBC 보도국 엿봤다”>에서 ‘MBC, 이직직원에 취재내용 새나간 정황 포착/ 삼성쪽 IP주소 컴퓨터서 뉴스시스템 장기 접속’이라는 부제목을 달아 MBC· MBC 노조의 입장을 전했다.

   
  ▲ 2일자 한겨레 11면 기사.  
 
동아는 14면 2단 기사에서 MBC, MBC 노조의 입장을 전한 뒤, ‘개인 해프닝’이라며 “현재 삼성그룹 차원에서 유감을 표시하거나 해당 직원을 징계할 계획은 없다”는 삼성쪽 입장을 담았다. 한국일보 2일자 14면 기사에서 MBC쪽 입장을 전한 뒤, “(MBC 내부정보가)회사에 보고된 일 없다”는 삼성쪽 입장을 담았다.

그러나 삼성쪽의 언론사 정보 수집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상당수 언론사가 이에 침묵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삼성그룹과 삼성전자 광고가 2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에 일제히 게재됐고, 일부 언론사에는 갑자기 광고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사 광고국장은 “어제 오후 제일 기획을 통해서 삼성쪽 광고 게재 연락을 받았다”며 “향후 (광고 게재)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의 광고 담당자는 이날 “동계올림픽,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G20 광고는 언론사에 한꺼번에 집행하고 있고, 이번 광고는 한 달 전부터 준비된 광고”라며 “10월28일 방송·케이블 CF 이후 조중동 등에 광고가 나갔고, 한겨레·경향은 게재를 앞당겨달라고 해서 이날 실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광고를 집행하는데 있어 기사와 연계시키는 것이 몇 년 전에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MBC 건은 유감스럽지만, 저희가 광고를 앞세워 언론에 기사가 안나게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 광고.  
 
   
  ▲ 삼성그룹 광고.  
 
한편, MBC 감사실은 △보도국 뉴스시스템을 담당하는 사원이 3년 여 전에 삼성으로 이직한 MBC 퇴직 사원에게 정보를 건넨 정황 △IP 주소가 삼성으로 돼 있는 컴퓨터에서 MBC 보도국 뉴스 시스템에 장기간 접속해 온 사실 △뉴스 시스템에 오른 취재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증권가 정보지에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등장한 일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사원은 이 같은 감사결과에 따라 지난달 29일 대기발령을 받았으며, 현재 MBC는 정밀 조사 중이다.

MBC 노조쪽은 성명에서 “정보가 생명인 언론사의 심장부가 유린된 것”이라며 “이미 불거진 의혹처럼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언론사 내부 정보를 수집해 이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언론의 역사에서 전대미문의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