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내부정보를 다루는 뉴스시스템에 삼성 등 외부인이 접속한 정황이 드러나 장기간에 걸친 내부감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MBC는 보도국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해당 사원에 대해 최근 대기발령을 명령을 내리고 계속 조사를 벌이고 있다.

1일 MBC와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MBC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특별 감사를 통해 보도국 뉴스시스템을 담당하는 사원이 3년 여 전에 삼성으로 이직한 MBC 퇴직 사원에게 정보를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원은 이 같은 감사결과에 따라 지난달 29일 대기발령을 받았으며, MBC는 내부정보 유출 여부와 유출 정도, 성격 등에 대해 정밀한 조사에 들어갔다.

MBC 감사실은 IP 주소가 삼성으로 돼 있는 컴퓨터에서 MBC 보도국 뉴스 시스템에 장기간 접속해 온 사실과, 뉴스 시스템에 오른 취재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증권가 정보지에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등장한 일이 있었던 것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사옥.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현재 감사실에서 진상조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당사자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떻게 연루됐는지, 의도를 갖고 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가 진행중"이라며 "그는 지난달 29일 대기발령이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지난달 감사실의 중간조사결과를 근거로 한차례 인사위원회가 열렸으나 회사 입장에서는 최종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수위와 대책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감사실에서) 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해당 인사가 구체적으로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 좀 더 파악하는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IP 주소가 삼성으로 돼 있는 컴퓨터에서 MBC 보도국 뉴스 시스템에 장기간 접속해 온 의혹에 대해서도 이진숙 국장는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MBC 노조는 이 같은 의혹을 들어 "몇 달에 걸친 특감에서도 사건의 진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고, 정보를 훔쳐 간 외부세력은 물론 내부 유출자에 대한 징계조차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고 있다"며 "잇따라 터지기 시작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회사는 명확한 입장이나 설명을 내놓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의혹만 키우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이에 따라 △신속하게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얼마 동안 어떤 정보가 '누구'로부터 '누구'에게 유출됐는지, 그 '누구'는 단수인지 복수인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회사의 감사에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고 있는 선임자 노조의 '수상한 흥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 커넥션 외에 또 다른 정보 커넥션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삼성 사옥. ⓒ노컷뉴스  
 
MBC 노조는 정보 유출 사건의 관련자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내외부를 가릴 것 없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이미 불거진 의혹처럼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언론사 내부 정보를 수집해 이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언론의 역사에서 전대미문의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MBC 노조는 삼성에 대해서도 "삼성의 MBC 내부 정보 수집이 사실이라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며 "더 늦기 전에 이번 사건을 자체 조사해 그 진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모든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보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해당 직원은 1일 오후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여러 의혹을 묻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다음은 MBC 노조가 1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빼돌렸단 말인가  
 
경악스럽고 충격적이다. 오랫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MBC 내부 정보 유출 의혹의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회사의 감사 결과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MBC 뉴스 시스템에 오른 취재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증권가 정보지에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등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보도국 뉴스 시스템에 접속해 당일 방송될 뉴스 내용과 편집 순서를 담은 큐시트 등 보도국 내부 정보를 훔쳐 본 정황도 드러났다. 정보가 생명인 언론사의 심장부가 유린된 것이다.

회사는 지난 7월 시작된 특별 감사를 통해 뉴스 시스템을 담당하는 내부 사원이 삼성으로 이직한 MBC 퇴직 사원에게 정보를 건넨 정황을 포착했고, IP 주소가 삼성으로 돼 있는 컴퓨터에서 MBC 보도국 뉴스 시스템에 장기간 접속해 온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주엔 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원에 대해 대기 발령을 내렸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번 사건을 인지한 조합은 회사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가능한 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몇 달에 걸친 특감에서도 사건의 진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고, 정보를 훔쳐 간 외부세력은 물론 내부 유출자에 대한 징계조차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고 있다. 잇따라 터지기 시작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회사는 명확한 입장이나 설명을 내놓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의혹만 키우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조합은 회사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회사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신속하게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 얼마 동안 어떤 정보가 ‘누구’로부터 ‘누구’에게 유출됐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 ‘누구’가 ‘단수’가 아닌 ‘복수’일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특히 회사의 감사에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고 있는 선임자 노조의 ‘수상한 흥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 커넥션 외에 또 다른 정보 커넥션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사는 그 진상을 빠짐없이 조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보 유출 사건의 관련자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내/외부를 가릴 것 없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미 불거진 의혹처럼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언론사 내부 정보를 수집해 이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언론의 역사에서 전대미문의 중차대한 사건이다. 혹여 상대방이 삼성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묻는데 미온적이라면 현 경영진은 사건 은폐라는 또 다른 죄를 저지르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삼성에 경고한다. 삼성의 MBC 내부 정보 수집이 사실이라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삼성은 더 늦기 전에 이번 사건을 자체 조사해 그 진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모든 관련자를 문책하라. MBC는 물론 국민들을 향한 사죄는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으로서 MBC가 국민을 위한 정보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에 대한 MBC의 사죄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현 경영진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0년 11월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