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한국에도 해적당이 필요하다”
“한국에도 해적당이 필요하다”
스웨덴 해적당 아멜리아 의원 방한…저작권 제도 개혁 특허권 폐지 주장

“인터넷에서는 저작권법을 어기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특허권 저작권을 어기지 않고는 사업을 하기도 어렵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공유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창작의 미래가 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하는 해적이다.”

해적(pirate)은 인터넷상에서 저작권 침해 행위를 뜻하는 말이다. 불법 복제한 출판물이나 레코드를 해적판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스스로를 해적이라고 말하며 저작권 개혁과 특허권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들이 창작 활동을 저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적당 말이다.

해적당은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유럽의회에서 2석을 확보하고 있는 정당이다. 2006년 1월 리카트 팔크빈지가 지적재산권을 제한하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새 정당을 만들자며 스웨덴에 홈페이지를 오픈하며 시작한 해적당은, 지난 2006년 9월 총선에서 0.63%를 득표해 세 번째 큰 원외정당이 됐고,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스웨덴 투표의 7.13%를 득표해 의석 두 자리를 차지했다(처음에는 의석이 하나였으나 리스본조약 체결로 2009년 12월1일부터 의석이 두 자리가 됐다).

   
  ▲ 이날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합법 정당으로 세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된 해적당에 대해 아멜리아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수정 기자.  
 
해적당이 18일 한국을 찾았다. 스웨덴 해적당 소속 아멜리아 앤더스도터 의원(23)은 저작권 제도 개혁과 특허권 폐지, 개인의 프라이버시 존중 등을 위해 자신이 해적이 되는 것에 아무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도 해적당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합법 정당으로 세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된 해적당에 대해 아멜리아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 해적당이 유럽 의회에 진출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민주주의에서 의회 정치에 들어가는 것은 어떤 사안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는데 좋은 방법이다. 민주주의적 논의를 더해 공적인 논쟁의 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저작권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운동이 있었으나, 논의의 장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의회 진출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은 의미 있다.”

- 해적당 이전에는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없었나.

“전에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통일된 시각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정당도 포괄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예를 들면 반도체분야의 경우 과도하게 특허가 남발된다. 특허를 활용한 이익은 그대로 기업에게 돌아가지만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 해적당은 저작권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저작권이 창의적인 활동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정당, 정치적 행위도 창의적인 활동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현재의 저작권은 예술가가 수익을 얻는 경제적인 모델을 존중하지 않고 있으며 비효율적이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마이크로 페이먼트나 스트리밍 서비스, 밴드가 음반사와 계약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정부나 의회의 정책은 과거의 것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저해한다. 해적당은 저작권에 대한 공익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정당 지지자들이 달라졌고, 이동통신산업 등으로 환경도 변했기 때문이다.”

- 온라인상에서의 저작권이 불필요하다는 것인가.

“복제는 자유로워야 한다. EU는 저작권을 들어 이를 어긴 이들을 구금하거나 벌금을 내리거나 보상금을 내게 하는 방법으로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침해한 게 아니라 단지 콘텐츠를 공유하고 했던 것인데 말이다. 해적당은 온라인 복제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본다.”

- 특허권은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특허 시스템은 사라져야 한다. 필요가 없다. 물론 초기에는 좋은 의도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고 새로운 상품의 개발을 막는다.”

-해적당에 대한 기업과 독립제작자들의 입장이 다를 것 같다.

“저작권과 관련한 사람들은 수익원을 없애려하는 해적당을 싫어하지만, 창조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은 수익 창출과 배분이 20년 전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독립적인 아티스트와 소규모 예술가들은 해적당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아직 긍정적이지 않다.”

-해적당의 주장, 그런데 과연 실현 가능한가. 또 그것에 기댄 산업에 대한 대안은.

“창작산업은 혁신을 통해 저작권에서 벗어나야 한다. EU에서 이를 대신할 새 법이 만들어져 창작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선구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럼 창작자는 어떻게 먹고사나.

“특허가 혁신을 가져온다거나, 수익원이 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본적이 없다. 혁신에 있어 특허는 아주 작은 부분이다.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지는 그들이 생각할 일이다.”

- 프라이버시 존중도 해적당 정책 중 하나다.

“내 데이터는 내 것이다. 그것을 공개할지 여부는 내가 선택할 내 권리다. 그것을 빼앗으면 안 된다. 유럽의 많은 도시의 경우, 누가 언제 어떤 대중교통을 이용했는지조차 기록에 남는다. 의회는 사생활과 관련한 입법에 부주의하다. 데이터 관리에 대한 정치적인 논의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탓이다.”

-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해적당의 입장은 어떤가.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게 된 것은 인터넷 덕이다. 이런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에 민주주의 참여도 가능하게 됐고, 전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도 현실화된 것이다. 그렇지만 통신 산업은 제대로 관리를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권력을 갖고 내가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것을 통제하게 됐다. 정부는 온라인으로 국민의 커뮤니케이션을 감청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감시의 대상이다. 통신 인프라는 공공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으로 인간 소통이 기본이다. 심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

- 언론에서는 유료화가 세계적인 흐름 중 하나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신문사 콘텐츠 유료화에 반대한다. 신문 산업의 몰락은 그들 탓이다. 스웨덴에서 오피니언 리더가 보는 신문이 있는데 신문을 펼치면 3개면이 사설이다. 뉴스가 보고 싶지만 오피니언만 가득하다. 사설은 자신들이 통찰력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싣는 것이라고 본다.”

- 한국에는 해적당이 없다. 조언을 한다면.

“한국에도 해적당이 필요하다. 모든 국가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문제로 지적하는 정당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이슈를 가지고 정보통신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면,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고 정보공유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한국에서 해적당을 만들려면 이동통신 산업부터 건드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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