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가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것은 정말 아니'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최근 국정원 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불신을 자초한 것은 정부 자신이라며 이런 잘못을 스스로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정면 비판해 주목된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14일 자신의 블로그 '원순 닷컴'에 올린 '아침뉴스 2 - 천안함 안 믿는 까닭은?'이라는 글에서 전날 이 대통령이 재향군인회와의 오찬간담회 발언을 들어 이같이 지적했다. 박 이사는 특히 '황장엽씨가 천안함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김정일을 믿는다는 뜻이냐, 그렇다면 우리는 통일을 이룰 수가 없을 것이고 우리 자체가 붕괴될 것이다라고 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과도한 견강부회"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이사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발표를 불신하는 의견이 더 높게 나온 여론조사를 들어 "나 역시 놀랐다. 왜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 대해 그렇게 불신하게 되었을까"라며 "그렇다면 이들이 이대통령이 황장엽씨의 말을 인용해 말했듯이 '김정일을 믿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이치열 기자  
 
박 이사는 이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그 국민들을, 아니 다수의 국민들을 김정일 신봉자로 몰아붙이는 태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물론 대통령은 황장엽씨의 말을 인용한 것 뿐이고, 국민이 정부발표를 믿지 않는 것에 좀 서운한 마음에서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국민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심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더구나 천안함 사태의 진실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이나 학자들도 있다"며 "그런 사람들을 모두 김정일 추종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을 거쳐 진실로 나아가는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무시하는 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이런 불신을 자초한 것은 정부 자신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 그러하다"며 천안함 사태를 국민이 믿지 않는 이유는 지방선거의 일정에 맞춰 정부여당에 유리한 시기를 골라 발표했다는 '강력하고도 합리적인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이 중대한 국가적 문제, 국방상의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이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불신을 산 잘못을 스스로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조언했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14일 자신의 블로그 '원순닷컴-나는 희망합니다'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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