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파업 일시 중단을 결정했지만, 상당수 조합원들이 파업 유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양측은 정권을 상대로 한 투쟁 방향과 노조 집행부 신임엔 공감했지만, 전술적인 판단이 엇갈렸다. 지난 10일 노조 전체 조합원 총회에선 이같은 의견이 공론화 됐다.

우선 내부의 투쟁 동력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동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판단이 달랐다.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각성된 힘이 우리가 다음 국면인 현장 투쟁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싸움이 끝이 아니라면 다음 싸움을 할 수 있는 힘을 남겨두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원들 중엔 "파업 동력이 상승되고 있다. 사력을 다해 싸우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조합원들이 파업 유지를 주장하는 배경엔 그동안 투쟁의 성과에 대한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이 끝내야 하는 것이 너무 납득 안 된다. 분한 마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김재철 사장에 대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렸다"며 "공정방송 사수 의지를 크게 각성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향후 파업 동력이 유지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집행부는 "김재철이 도발한다면 총파업을 제기하자"며 "그때는 지금보다 이슈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월드컵 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파업 동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향후 공정방송을 위한 '현장 투쟁'에 대해서도 다른 전망이 나왔다. 집행부는 "프로그램 투쟁은 MBC 사수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길"이라며 "선거 국면의 보도 투쟁 등이 실질적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합원들 사이에선 "YTN KBS 사례를 봤을 때, 파업을 접으면 파업 주도자는 지방으로 발령나고 뉴스 등이 망가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집행부와 이견을 빚는 상황에서도 상당수 조합원들이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신임 의사를 전했고, 노조 내부의 분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한 조합원은 "지금 노조가 깨져선 안 된다"며 "이근행 위원장을 신임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했다. 다른 조합원은 "진짜 패배하는 순간은 노조가 없을 때"라며 "정권은 그럴 때 쾌재를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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