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 지도가 실려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한국 언론은 일본의 '독도 도발' 가능성을 이미 경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조용한 대일 외교'가 일본의 오판을 가져와 '독도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였다.

일본 문부과학상은 지난해 12월25일 기자회견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다. 한일 관계를 급랭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조용했다. 심지어 일본 대사를 배려했다는 게 당시 언론의 지적이었다.

조선일보는 2009년 12월26일자 4면 기사에서 "이번에 정부는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날 시게이에 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하기는 했지만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고, 또 시게이에 대사가 외교부에 들어오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배려'를 했다"고 보도했다.

   
  ▲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공동기자회견.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그 외에 다른 조치들은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일본이 교과서에서는 독도 표기를 뺐지만, 문부과학상이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고 기자회견까지 한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소극적인 대응과 관련해 언론은 분명한 어조로 일본의 독도 도발을 경고했다. 한겨레 12월26일자 <독도 영유권 주장 '해설서'에 단호히 대처해야>라는 사설에서 "일본 문부과학성이 어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고교 지리·역사 과목 새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발표했다"면서 "정부는 이번 일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논평이나 하나 내고 유감 표명에 그친다면 일본은 자신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오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사설을 통해 "우리 정부는 한일간에 영토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일본이 고교 해설서에 직접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대응수위 조절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안될 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일본 문부상까지 나서 독도를 '우리(일본) 땅'이라고 외치는데 우리(한국)가 형식적으로 항의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해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더욱 단호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은 제2, 제3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한국일보 2009년 12월26일자 1면.  
 

   
  ▲ 한겨레 2009년 12월26일자 사설.  
 
언론의 당시 경고는 3개월도 안 돼 현실이 돼 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이해하기 힘든 대일 외교 전략과 관련해 한나라당까지 폐기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독도 문제에 대한 우리 외교부의 대응이 일본의 분쟁지역화 기도를 막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고, 문제가 더 악화되어 왔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라며 "일본의 도발적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방어적·수세적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공세적 조치가 필요하고,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한나라당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이명박 정부의 '독도 오판'을 질책하고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자민당 정권과 민주당 정권이 다르지 않다는 전문가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이명박 정부는 '조용한 외교'라는 전략을 이어가다 이번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3월31일자 12면에 <한국 '조용한 외교' 뒤통수 맞은 셈>이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일본이 교과서에 독도를 자국영토로 표기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이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취한 외교적 노력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면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소위 '독도 관련 이명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조차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던 터라, 기회를 엿보던 일본에 빌미를 주게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