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다. 침몰 원인에 따라 사태를 수습하는 방향이 180도 달라진다. 북한의 개입이라면 '선거를 앞둔 북풍'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북한 공격설을 주장하고 있는 조중동의 취재력 승리다. 반면 최근 KBS나 일부 언론들이 제기한 것처럼 침몰 원인이 암초 충돌이나 노후된 선체에 따른 사고였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군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고 사고 원인을 은폐하려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한지 6일이 지나고 있는데도 정부와 군 당국은 실종자 구조는 커녕 아직까지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 군은 북한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청와대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손발이 척척 맞아도 실종자 구조가 어려운데 정부와 군이 서로 다른 해명으로 오히려 혼선만 키우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러니 언론들도 군이 발표하면 이쪽으로, 청와대가 발표하면 저쪽으로 기우는 갈팡질팡한 보도를 내놔 국민들의 상황판단만 흐리게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경향신문이 1일 "군의 기밀주의가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늦기는 했지만 타당한 지적이다.

다음은 1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군 '함미 침몰 담긴 영상' 숨겼다>
국민일보 <악천후에 가로막혀…>
동아일보 <속초함, 대북경계지시 받고 발포>
서울신문 <무심한 하늘…선체진입 눈앞인데>
세계일보 <군 "천안함 외부충격 침몰" 잠정 결론>
조선일보 <김정일 곧 방중>
중앙일보 <북한 잠수함 안 넘어와 / 반잠수정은 동향 몰라>
한겨레 <악천후에 가로막힌 구조작업>
한국일보 <"김정일 곧 방중">

경향 "군 '함미 침몰 담긴 영상' 숨겼다"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군 '함미 침몰 담긴 영상' 숨겼다> 기사에 따르면 군 당국은 지난 30일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 침몰 당시 촬영한 열상관측장비(TOD) 자료를 공개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사고 직후 최초 장면을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사고 원인을 밝혀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고의적으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천안함의 침몰 당시 '꽝' 하는 폭발음은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작은 포성 수준이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 경향신문 4월1일자 1면  
 

경향신문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는 31일 "열상관측 장비로 촬영한 40여분 가운데 최초 부분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직전인 천안함 후미(뒤쪽 부분)의 모습도 보인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백령도를 경계하는 해병대 6여단 소속 TOD 운영병이 지난 26일 오후 9시25분쯤 '꽝'하는 소리가 들리자 바로 열상관측장비의 방향을 사고 지점을 향해 돌린 후 촬영을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달 30일 천안함 후미가 물속으로 사라진 이후인 사고 당일 오후 9시33분 시점부터의 모습만 일부 편집해 공개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필요한 촬영 자료의 앞부분 7~8분 분량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미디어오늘이 TOD전문가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한 30일자 온라인판 <공개된 TOD 동영상에 의문 있다> 기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 경향신문 4월1일자 3면  
 

사고 당시 난 폭발음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합참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목격한 초병이 청취한 폭발음을 평소 들었던 포소리 수준 정도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초병은 "마치 철판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도 들리는 듯했다"고 상부에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은 "군 당국은 열상관측장비의 초기화면 모습과 사고현장을 목격한 해병대 초병의 증언 등을 토대로 내부적으로는 선박 용접면의 '피로 파괴' 현상으로 천안함이 두 동강 나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의 보도처럼 TOD병이 소리를 감지하자마자 녹화를 시작했다면 군이 '정보 가치가 없다'고 공개를 거부한 초기 화면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밝혀줄 중요한 자료라는 얘기가 된다.

경향신문은 3면 <미공개 7~8분, 침몰원인 밝혀줄 '블랙박스' 가능성>에서 "TOD는 적외선으로 열을 관측하는 장비로, 열 감지 내용을 녹화하기 때문에 최초 부분이 공개될 경우 천안함이 기뢰나 어뢰의 공격에 의해 격침됐는지 아니면 '피로 파괴'에 의해 침몰됐는지가 좀 더 분명하게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고 원인을 밝혀줄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며 전체 영상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군 당국, 교신일지도 "결정적 내용 없다" 공개 거부

군 전문가들은 천안함 참사 초기부터 교신일지가 사고 원인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라고 지목해 왔다. 교신일지를 보면 천안함이 침몰 당시 상태가 어떠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초동대처는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실상 교신일지 공개를 거부했다.

한국일보 1면 <"교신일지 전부공개 곤란…결정적 내용 없다> 기사에 따르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31일 "교신기록은 많은 부분이 군사기밀이어서 전부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교신일지 공개 요구가 높아지자 김 장관은 "여러분이 의심하는 사안에 대해 정리해 충분히 설명할 테니 기다려 달라"며 일부 교신기록을 공개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 한국일보 4월1일자 2면  
 

한국일보는 그러나 "군의 교신기록 일부공개가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켜 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이미 TOD 영상자료 편집논란 등 국방부가 사고 원인 규명에 필요한 자료를 감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2면 <'26일 밤의 진실' 교신일지는 알고 있다>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일보는 군과 정부가 천안함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천안함 일지와 교신, 항해 기록 등을 공개하지 않고 소극적 부인과 정보 통제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언급하면서 "천안함이 속초함과 공조작전을 벌이던 중 통신이상으로 속초함 발사 어뢰에 잘못 맞았다는 오폭론이 제기되고 있다. 군이 이런 과오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교신기록의 전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는 의혹을 전하기도 했다.

정보통제에 각종 침몰설 난무…급부상하는 '피로 파괴' 가능성

경향신문은 TOD병이나 인근 주민들이 기뢰나 어뢰공격에 따른 폭발음을 듣지 못했다는 점과 매끈한 절단면 등을 근거로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의 공격보다는 '피로 파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5면 <함수·함미 절단면 매끈…'피로 파괴' 새롭게 부상>에서 "피로 파괴는 배에 균열이 조금씩 진전되다 외부의 충격을 만나 한 번에 쪼개지는 현상을 말한다"며 "결국 건조된 지 20년이 지난 천안함의 용접 부위에 미세한 균열이 누적되다 외부 충격으로 함정이 절단된 듯 두 동강 났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천안함은 작전을 나갈 때마다 물이 줄줄 샜다"고 증언하고 있다.

   
  ▲ 경향신문 4월1일자 5면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군함의 경우 무거운 장비가 많아 상선보다 '피로 파괴'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피로 파괴와 암초 충돌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국빈 현대중공업 기술개발본부 소속 풍력발전설계부 선임연구원도 "파단면의 모양이 칼로 두부를 자른 것처럼 가지런하다면 '피로 파괴'를 의심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조중동은 북한 반잠수정 어뢰공격 가능성 제기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연일 북한의 공격가능성을 부각시키면서 '북풍' 보도를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4면 <북 반잠수정, 수심 20~30m에서 어뢰 공격 가능> 기사에서 북한의 반잠수정을 천안함 침몰과 연결시켰다. 조선일보는 "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이 기뢰, 어뢰 등에 의한 외부충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북한의 잠수정 및 반잠수정의 동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반잠수정의 제원, 공격능력 등을 언급했다.

   
  ▲ 조선일보 4월1일자 4면  
 

그러나 조선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김태영 국방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 반잠수정은 어뢰 2발을 발사할 수 있다'며 반잠수정에 의한 천안함 피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면서도 "정부 핵심관계자들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며 여지를 남겼다.

중앙일보도 1면 머리기사에서 북한 잠수함을 거론했다. 중앙일보는 <북한 잠수함 안 넘어와-정찰위성으로 확인 / 반잠수정은 동향 몰라-크기작아 포착 안돼> 기사에서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보유한 반잠수정은 어뢰 2발을 장착할 수 있어 매우 위협적이라며 백령도 근해는 바다가 얕은데다 조류가 빨라 음파탐지기로도 반잠수정을 탐지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그러나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국방부는 이날 일부 언론이 천안함 침몰 현장으로 반잠수정이 출몰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당시 북한에서 특이 징후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속초함이 천안함 침몰 시기에 대북경계지시를 받고 발포한 것이라고 보도해 북한을 언급했다. 국방부는 속초함이 당시 76미리 주포를 5분간 발사한 이유에 대해 새떼를 오인해 발포한 것이라는 이상한 해명을 내놓은 바 있는데, 동아 설명에 따르면 군 당국이 새떼를 북한의 반잠수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 역시 <속초함, 대북경계지시 받고 발포>에서 "천안함 침몰 이후 북쪽으로 향하는 물체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사격이었다"는 군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면서 청와대와 국방부는 "북한의 반잠수정 이동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면 <의혹 키우는 기밀주의> 기사에서 온갖 추측성 보도들이 나오는 원인은 국방부의 정보통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투명한 정보 공개' 지시와 달리 군은 침몰 6일째인 31일까지 해군 교신록, 침몰당시 동영상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공개를 거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자초하면서, 무책임한 관측과 유언비어만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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