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 ‘북공격…내부폭발…기뢰…암초’ 널뛰는 추측=지난 26일 밤 11시 무렵부터 백령도에서 1800m 떨어진 해역에서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방송사들은 앞다퉈 자막과 속보를 통해 이를 전했다. 방송 3사는 모두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며 섣불리 예단했다. 가장 성급한 곳은 SBS였다. SBS는 이날 밤 11시10분께부터 <스타부부쇼 자기야> 방송 중 자막으로 ‘SBS 뉴스속보’ “2함대 소속 초계함 1척, 북한 공격으로 침몰 104명 탑승, 생존자 59명”을 내보냈다. 이 같은 태도는 KBS와 MBC도 마찬가지였다. KBS는 26일 밤 11시부터 진행됐던 <뉴스라인> 방송이 끝날 무렵인 11시35분부터 내보낸 <뉴스속보>에서 박상범 앵커가 “침몰 원인은 북한 공격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했고, 첫 리포트에서도 “북한쪽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MBC 역시 이날 밤 12시40분부터 방송된 마감뉴스 <뉴스24>에서 김주하 앵커 멘트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라고 전하면서 리포트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 26일 방송된 KBS <뉴스 속보>. | ||
MBC 역시 그 다음날인 28일 <뉴스데스크> ‘폭발원인 오리무중’에서 “사건당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없었다는 점에서 일단 선체 내부의 원인 때문에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내부폭발설에 주목했다.
▲ 29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 ||
이에 반해 이날 전혀 다른 가능성인 수중암초 충돌설이 나오기도 했다. KBS는 29일 <뉴스9> 16번째 리포트 ‘해도에도 없는 수중 암초’에서 “사고지점 근처에 해도에도 나오지 않는 수중 암초가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며 “문제의 이 암초에 천안함이 부딪쳐 침몰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제기했다. 함미가 솟아오른 점, 기관실이 취약하다는 점, 파편과 부유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 지난 26일 밤 11시10분께 SBS <스타쇼 자기야> 방송도중 나온 자막. | ||
▷오보·공포 분위기 조성=이밖에도 KBS는 지난 28일 <뉴스9> 톱뉴스로 ‘천안함이 침수되기 시작해 구조신호를 보냈고, 5km 가량 표류하다가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두 동강(반파)나면서 침몰했다’는 해경의 분석을 토대로 군 당국의 침몰과정에 대한 설명과 크게 다르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밤 10시반에 천안함의 함미(동강난 배 뒷부분)가 사고지점 부근에서 발견되면서 KBS의 보도가 오보로 판명됐다.
이밖에도 사고발생 초기인 26일 밤과 27일 오전까지 방송 3사가 함정과 함포 등이 나온 과거 자료영상을 사용했지만, ‘자료화면’ 표기를 하지 않아 공포분위기만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또 KBS는 27일 뉴스속보와 메인뉴스 중간에 삽입한 ‘의문의 폭발, 그리고 침몰’이라는 7초짜리 효과영상에 무거운 음향까지 넣어 공포감을 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