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원인 널뛰기에다 오보까지
침몰원인 널뛰기에다 오보까지
[방송보도]‘북 공격’ ‘내부폭발’ ‘기뢰’ 춤추는 추측보도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로 장병 46명이 실종된 최대 사고와 관련해 방송사들은 방송초기부터 허둥대다 오보와 섣부른 추측을 남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사고원인에 대해 당국의 발표에 따라 널뛰기 보도를 하며 오락가락해 국민불안과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원인 ‘북공격…내부폭발…기뢰…암초’ 널뛰는 추측=지난 26일 밤 11시 무렵부터 백령도에서 1800m 떨어진 해역에서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방송사들은 앞다퉈 자막과 속보를 통해 이를 전했다. 방송 3사는 모두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며 섣불리 예단했다. 가장 성급한 곳은 SBS였다. SBS는 이날 밤 11시10분께부터 <스타부부쇼 자기야> 방송 중 자막으로 ‘SBS 뉴스속보’ “2함대 소속 초계함 1척, 북한 공격으로 침몰 104명 탑승, 생존자 59명”을 내보냈다. 이 같은 태도는 KBS와 MBC도 마찬가지였다. KBS는 26일 밤 11시부터 진행됐던 <뉴스라인> 방송이 끝날 무렵인 11시35분부터 내보낸 <뉴스속보>에서 박상범 앵커가 “침몰 원인은 북한 공격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했고, 첫 리포트에서도 “북한쪽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MBC 역시 이날 밤 12시40분부터 방송된 마감뉴스 <뉴스24>에서 김주하 앵커 멘트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라고 전하면서 리포트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 26일 방송된 KBS <뉴스 속보>.  
 
그러나 이튿날인 27일 아침부터 방송사들은 북한의 특이동향이 없으며, 북한의 공격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내부폭발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KBS는 이날 <뉴스9> ‘배 뒤쪽 바닥 구멍’에서 “폭발로 함정 선미 바닥에 큰 구멍이 난 것으로 볼 때 이번 침몰 원인이 내부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군 전문가들도 분석하고 있다”고 내부폭발설이 유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어진 리포트‘북 어뢰·기뢰로 침몰?’에선 “북한이 회수하지 못한 기뢰가 떠내려왔을 가능성과 북한이 의도적으로 흘려 보냈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했다.

MBC 역시 그 다음날인 28일 <뉴스데스크> ‘폭발원인 오리무중’에서 “사건당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없었다는 점에서 일단 선체 내부의 원인 때문에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내부폭발설에 주목했다.

   
  ▲ 29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보수신문과 김태영 국방장관 등이 29일부터 기뢰 폭발설을 집중 제기하자 방송사들도 이날 밤 뉴스에서는 기뢰 및 어뢰 공격에 의한 폭발 폭발 가능성 쪽으로 방향을 다시 선회했다. MBC는 ‘폭발 거품으로 두 동강’ ‘북 기뢰 흘러왔을 수도’ ‘국제법상 책임소재는?’ ‘북한군 개입 가능성은’ 등 4건을 할애했고, KBS도 ‘기뢰·어뢰 폭발가능성’ ‘사고원인 여전히 오리무중’ ‘북 도발 가능성도 검토’ ‘북 해안포 발사사태’ 등을 방송했다. SBS도 기뢰 폭발 가능성에 대해 2건의 리포트를 했다. KBS와 MBC는 지난 99년 호주 해군이 실험한 영상을 나란히 보여줬다.

이에 반해 이날 전혀 다른 가능성인 수중암초 충돌설이 나오기도 했다. KBS는 29일 <뉴스9> 16번째 리포트 ‘해도에도 없는 수중 암초’에서 “사고지점 근처에 해도에도 나오지 않는 수중 암초가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며 “문제의 이 암초에 천안함이 부딪쳐 침몰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제기했다. 함미가 솟아오른 점, 기관실이 취약하다는 점, 파편과 부유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 지난 26일 밤 11시10분께 SBS <스타쇼 자기야> 방송도중 나온 자막.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30일 “이번 사건은 물리적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외부에서 폭발했다면 응당 나와야 할 물증이 없기 때문에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백 센터장은 “선체와 현장 중심으로 봐야지 언론부터 너무 조급하게 이러쿵 저러쿵 온갖 얘기를 다 싣고 있고 있는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오보·공포 분위기 조성=이밖에도 KBS는 지난 28일 <뉴스9> 톱뉴스로 ‘천안함이 침수되기 시작해 구조신호를 보냈고, 5km 가량 표류하다가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두 동강(반파)나면서 침몰했다’는 해경의 분석을 토대로 군 당국의 침몰과정에 대한 설명과 크게 다르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밤 10시반에 천안함의 함미(동강난 배 뒷부분)가 사고지점 부근에서 발견되면서 KBS의 보도가 오보로 판명됐다.
이밖에도 사고발생 초기인 26일 밤과 27일 오전까지 방송 3사가 함정과 함포 등이 나온 과거 자료영상을 사용했지만, ‘자료화면’ 표기를 하지 않아 공포분위기만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또 KBS는 27일 뉴스속보와 메인뉴스 중간에 삽입한 ‘의문의 폭발, 그리고 침몰’이라는 7초짜리 효과영상에 무거운 음향까지 넣어 공포감을 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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